[총수성명]이명박, 책임이다.

2008.5.10.(토)
딴지총수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흥미로웠던 100분 토론이 어제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민사회에서 어떻게 정부의 논리를 공략하느냐 보다 정부 쪽 인사들이 대체 그 불리한 조건에서 어떻게 방어를 해 낼 것인가가 더 궁금했다.

그 관점에서의 결론적인 총평을 하자면, 정부 쪽 인사들이 실제 그들이 협상 과정에서 저지른 과오의 내용과 규모를 감안한다면, 논점이탈 신공과 전문용어 화법으로 적어도 최악은 모면한 토론이었다 하겠다. 정상적으로 공략되었더라면 토론이 끝난 후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어야 마땅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말이다. 

꼼꼼한 시청자들에겐 정부 쪽 인사들이 방어하는 과정에서 공중파에 대고 직접 언급한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 예를 들어 국내 검수는 전수조사가 아니라 3퍼센트 샘플만 한다 - 오히려 그 해명을 듣기 이 전보다 더 걱정스럽게 만드는 토론이긴 했다.

하지만 그들이 비록 시청자들을 설득해 자기 편으로 만들진 못했지만, 반대로 듣고 있던 모두의 분노를 폭발케 할 지경까지 가는 건 막아냈단 점에서, 절반의 선방은 한 셈이다. 정부 측 인사들 주장에 상당한 오류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시민사회 진영의 전문성은 부족함이 없었으나 그 전달력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측 인사의 논리적 오류들을 여기서 일일이 다시 지적하는 건 생략하자. 대부분 이미 여러 매체들에 의해 거론되어 왔던 것들이기도 하거니와 정작 최종결정권자는 따로 있는데 직업관료들의 변명만 지적해봐야 사실은 변죽만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긴 마지막에 다시 하도록 하자. 

그렇다고 어제 토론에서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두 가지의 큰 성과가 있었다. 그 하나는 미국교포 이선영 주부가 미국 교포들도 미국 쇠고기 다들 안전하게 먹고 있는데 무슨 문제냐는, 정부측의 가장 중요한 방어논리 중 하나를 일거에 허문 점이다. 가장 통쾌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지적에 대해 이태호 외교부 국장이 처음 듣는 소리라며 당신은 미국 쇠고기 안 먹느냐고, 타국서 나라 걱정하고 있는 교민을 정부의 관료라는 자가 오히려 공격하는 대목이, 전체 토론을 통해 가장 비열한 장면이었고. 

이보다 훨씬 더 중요했던 또 한 가지 성과는, 송기호 변호사의 미연방 식품의약국(FDA) 사료정책 공시관보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는 그 동안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던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였으며, 이것만 백분토론을 통해 제대로 설명되고 전달되었더라도 이번 쇠고기 협상이 얼마나 졸속이었고 정부의 논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어로 전문적인 영역을 다룬 것이고 게다가 워낙 속 뜻을 숨기려 작정하고 만든 문장이기에 즉석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던데다, 엉뚱한 문구에서 논란이 일어 그나마 논점을 완전히 빗나간 채 넘어가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토론 전체를 통 털어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교포주부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2편에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송변호사의 문제제기가 왜 결정적인 지를 따져보자.


 FDA 사료정책의 의미

먼저 송기호 변호사가 제기했던 문장부터 보자. 이 내용은 미국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4월 25일자로 게재된 미 식품의약국(FDA)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처에 관한 문건 중 일부다.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unless the cattle are less than 30 months of age, or the brains and spinal have been removed.

해석 이전에 이 내용의 성격부터 말하자면, 한 마디로 말해 동물사료로 뭐가 안 되고 뭐가 되는 지 그 허용의 범주를 정한 거다. 

송변호사가 이 걸 문제 삼은 이유는, 지난 5월 2일, 아래 우리 정부가 내놓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관련 자료>의 밑줄 친 부분이, 이 FDA 관보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척수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2면)

정부는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도축검사에서 합격하지 못한 소의 사료사용 금지라는, 소위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주장했다. 이걸 정부가 성과라고 내세운 이유는, 유럽과 일본에선 모든 동물사료 자체를 금지하는 반면, 미국에선 죽은 소를 갈아 돼지나 닭과 같은 비반추동물의 사료로 쓰고 있었고, 이를 통한 교차감염의 위험성이 국제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이번 협상을 통해 검사에 불합격한 소는 사료로 못 쓰게 만들었다는 거다. 그리고 그러한 <강화된 사료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30개월 이상의 미국소도 수입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문구의 해석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가 협상 타결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는 게 바로 이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과연 그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게 어떤 건 지 FDA 관보의 문구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not inspected

백분토론에서 이상길단장과 송변호사는 이 문장의 첫 구절,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에서 'not inspected' 라는 문구를 두고 갑론을박을 했다. 이단장은 이게 합격되지 않았다는 소가 아니라 아예 검사장에 오지 않은 소를 의미한다고 주장했고 송변호사는 그게 아니라 검사는 했는데 합격되지 않은 소를 의미한다고 했다.


영어 문장으로만 본다면 notand로 연결된 inspected passed, 둘 다를 제한하기에 그렇게 따로 떼서 해석하면 안 된다. 이상길단장이 틀리고 송변호사가 맞다.

하지만 사실은 그건 사료용 소의 허용 범주를 따지는데 있어선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이 대목에서 엉뚱하게 시간을 끄는 바람에 정작 사료 허용의 범주를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뜬금없이 영어 독해 논란이 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일단 우리는 이 대목을 건너뛰자. 왜 그래도 되는 지는 다음을 따져보면 알 수 있다.


 문장의 숨은 뜻

FDA 문구는 구조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를 AB로 나누면,

A :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carcass of cattle은 도살된 소의 사체)

B : unless the cattle are less than 30 months of age or the brains and spinal have been removed.

이 되는데 해석이 헷갈리는 건 unless  때문이다. 이 unless 를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 하지 않는다면.. 이라고 번역하기 시작하면 말이 꼬인다.

이건 우리 어감에 맞게 그 직관적 의미를 풀면,

A는 안 되는데
단,
B는 예외다

라는 말이다. 즉,

A : 식용검사를 받고 통과하지 못한 모든 소는 안 되는데

B :단,30개월 미만이거나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예외다.

이런 규정이다.

사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문장 전반부 A의 '뭐가 안 된다'가 아니다. 안 되는 건 사료로 안 쓴다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정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그럼 뭐가 허용 되느냐 하는, 문장 후반부 B다. 결국 바로 이 B가 사료에 들어가는 거니까.

그런데 이게 참 절묘한 문장이다. 왜냐.

이 문장은 - '식용검사를 통과 못한 모든 소가 안 된다'라고 하면서 굉장히 강력하고 광범위한 범주의 금지를 한 것처럼 시작된다. 그런데 이게 페인트모션이다. 왜냐. A 의 예외조항인 B를 뜯어보자. 

 B의 첫 번째, <30개월 미만의 소는 예외>라는 부분.

이 말은 30개월 미만 모든 소는 다 사료가 된다는 거다. 즉, 30개월 미만이기만 하면 뇌와 척수가 포함한 전체가 다 사료가 된다. 더구나 unless로 인해 앞의 A - 식용검사를 받고 통과되지 못한 소 - 라는 조건으로부터도 예외가 된다.

그러므로 30개월 미만이면, 뇌와 척수를 다 포함해도 되고 그리고 식용검사 통과 못해도 된단 소리다. 왜 이게 중요하냐.

생각해 보라. 식용으로 통과된 소는 사료로 안 쓴다. 식용검사 통과했는데 비싸게 식용으로 팔 지 그 아까운 고기를 왜 갈아서 헐값인 사료로 넘기나. 식용으로 통과된 소는 사람한테 팔 수 없는 혹은 안 팔리는 찌꺼기 부위만 나중에 갈아서 사료로 넘기면 되는 거다.

그러니까 이 문구는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소를 굳이 사료로 쓰려는 업자들이 있을 때나 적용되는데 그런 업자는 없다. 그러므로 A는 실질적으로는 금지할 게 없는 페인트 모션이란 거다.

즉, A는 얼핏 아, 식용으로 통과된 소만 사료로 쓰는구나 .. 하고 굉장히 강력한 규정이란 착각을 일으키나, 실제로 <무엇을 사료로 쓰는가>를 정하는데 있어서는 무의미한 문구다.

정작 <무엇을 사료로 쓰는가>에서 중요한 건 식용검사를 통과한 소가 아니라 통과하지 못하는 소다. 미국에선 한 해 평균 100만두가 자연 폐사한다고 한다.(강기갑의원이 공개한 2007년 9월 -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의 대비 전문가 회의' 자료 및 결과보고 정부 문건)

그러니까 100만에 이르는 식용검사를 통과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폐사한 소와 다우너 소처럼 병든 소, 바로 이런 소들을 사료로는 쓸 수 있는 거냐 아니면 몇 십 개월 들어간 축산비용을 뽑지 못하고 그냥 소각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인 거다.

그런데 <30개월 미만의 소는 예외>라고 정함으로 해서, 30개월 미만이기만 하면 자연폐사 하거나 병이 들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소도 전부 다 사료로 활용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게 바로 숨어 있는 뜻이다. 미 축산농가와 사료업체 그리고 육가공업체 등 관련산업전반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미 정부의 배려 되겠다.

 

 B의 두 번째,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예외>라는 부분.

B의 첫 번째에서 30개월 미만을 전부 허용했으니 당연히 남는 건 30개월 이상이다. 

즉, 30개월 이상의 소는 뇌와 척수가 제거되기만 하면 다 사료로 쓸 수 있다는 거다. 이 역시 unless에 걸려서 뇌와 척수만 제거하기만 하면 식용검사와도 무관하게 되는 거고.

그러니까 30개월 이상 된, 폐사되었거나 병들었거나 식용검사 불합격한 소라도 뇌와 척수만 제거한다면 전부 다, 버릴 필요 없이, 사료로 쓸 수 있다는 거다.

이게 FDA 공시에 숨어있는 진정한 의미다.

A를 통해 뭐가 안 되는 지를 정한 것처럼 페인트 모션을 쓰고, 실제론 B를 통해 뭐가 사료로 되는 지를 정한 것이다. 


정리

결국 이 강화됐다는 규정을 정리하면 사료로 쓰일 수 있는 부위는,

1) 식용검사 통과한 소의 팔지 못한 모든 찌꺼기 부위

2) 식용검사와 상관없이 폐사하거나 병든 소를 포함하는, 30개월 미만 모든 소의 모든 부위

3) 식용검사와 상관없이 폐사하거나 병든 소를 포함하는, 30개월 이상 모든 소의 뇌와 척수만 제외한 모든 부위

가 된다. 그러므로, 사료에서 빠지는 것은 단 두 가지다.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

그러니까 논란을 일으킨 FDA의 원문을 페인트모션 없이 쓰면 이렇게 된다. 

모든 걸 다 사료로 쓸 수 있다. 단,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만 예외다.  

장담하건 데, 미국 정부관료들이 미국 업자들에게 강화된 사료조치의 내용을 설명할 때는 관보처럼 복잡하게 안 한다.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소는 업자들이 알아서 식용으로 팔 테니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고, 업자들이 궁금해하는 식용으로 쓰지 못하는 소에 대해서는, 그냥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할 게다. 

폐사했든 병들었든 식용검사 전혀 신경 쓰지 마시고 전부 다 사료로 사용하세요. 한국에는 우리가 뭔가 했다는 표시는 내야 하니까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 척수만 제거하시구요. 

그런데 광우병 위험물질, 소위 SRM이 뇌와 척수만 있는 건가. 무슨 소린가. 다음은 캐나다 정부가 30개월 이상 소의 SRM으로 정의한 부위들이다.

 

뇌와 척수 외에도 일곱 개 부위가 더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내놓은 아래 공식 답변,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1)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척수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2)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

중에 (1)번 부분은, 정부가 요즘 그렇게 떠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문장으로 바꾸자면 이렇다. 

"광우병 위험물질 중 뇌와 척수만을 제거하도록 하였고 나머지 위험물질로 분류되는 머리뼈, 척추, 편도, 내장, 장간막 등은 사료에 그대로 포함됩니다. "

그리고 (2)번 밑줄 부분은 그냥 문장 전체가 다 삭제되어야 한다. 완전히 틀린 이야기니까. 

이런 걸 협상으로 얻어낸 거라고 내세우는 염치도 가관이지만, (1)의 문장처럼 어떻게든 그 위험을 숨기려는 태도는 정부가 자기나라 국민을 기만하는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것이고,

나아가 (2)의 문장처럼 국민의 건강을 건 국가협상의 중요한 내용을 이렇게 정반대로 해석한다는 것은, 모르고 그랬다면 도저히 국가간 협상을 맡길 수 없는 무능인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지금처럼 확률이나 씨부릴 게 아니라 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그 이유를 국민에게 낱낱이 보고해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가 유럽과 일본 수준의 동물성사료 전면금지를 이끌어 내리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와 척수만 제거하기만 하면, 연령 불문하고 검사 상관없이 병든 소든 폐사된 소든 위험물질까지 포함되더라도, 전부 다 사료로 허용되어도 좋다는 조건을 수용할 줄은 몰랐다. 더더욱 놀라운 건 이걸 성과로 내세운다는 거다.

이게 바로 30개월 이상 소의 모든 부위를 수입하면서 우리 정부가 협상으로 얻어냈다며, 근거로 제시한 <강화된 사료조치>의 정체다.

등신들.



 이번 협상의 의미

여기까지가 강화된 사료조치의 숨은 의미다. 그럼 이번 협상의 숨은 의미는 무엇이냐. 그건 이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걸 들여다 봄으로써 역으로 유추할 수 있다. 

바로 위에서 정리한 사료로 쓸 수 있는 부위를 다시 보자. 그 첫 번째가

1) 식용검사 통과한 소의 팔지 못한 찌거기 부위

다. 바로 이 부위가 그들의 관심사다. 무슨 소리냐.

산업의 관점에서 생산성이란 결국 적게 투입해 많이 남기는 거다. 동물성사료로 인한 대재앙인 광우병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병든 소까지 동물성사료로 허용하는 건, 바로 이 생산성이란 가치를 광우병에 대한 잠재적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고자 하는 정책목표 보다 우위에 둔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공공보다 산업의 논리가 세다는 거다.

유럽이나 일본이 그 리스크를 제로로 만든다는 정책적 목표를 위해 모든 동물성사료를 금지했다면, 미국은 최대의 이윤을 목표로 하는 업계의 생산성을 위해 동물성 사료를 허용하고, 그걸 확률의 문제로 바꿔버렸다. 그리고 그걸 리스크를 통제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미국식 자본주의란 게 이런 거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바로 이 논리를 앵무새처럼 자국민들에게 읊어대고 있는 거고. 

그 관점에서 미국의 한 업자를 상정해 보자.

병이 들어 사료로 쓸 수 밖에 없는 소의 생산성은 대단히 낮다. 비용과 시간을 몇 십 개월 인풋했더니 전부 갈아서 사료로 저가 처분할 수밖에 없는 형편없는 아웃풋이 나온 거다. 그의 입장에선 완전 실패한 장사다. 그게 하도 아까워 병이 들어 쓰러지는 소까지 몰래 식용으로 통과시키다 들켜서 미 역사상 최대규모의 쇠고기 리콜로 난리가 난 게 바로 다우너소 사태고.  

만약 미 정부가 그걸 사료로조차 처분하지 못하게 한다면 업자들, 가만 있지 않는다. 미 정부가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만 제거하고 전부 다 사료로 허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축산업자의 입장에선 결국 식용검사를 통과한 소로 생산성 증대를 도모하는 수밖에 없다. 합법적으로 하려면 말이다. 그런데 식용검사를 통과한 소도 미국 내에선 매우 저가로 팔리거나 식용으로는 팔리지 않아 사료 처분 해야하는 찌꺼기 부위가 있다. 식용검사까지 통과했지만 이 부위는 아주 저가이거나 아예 병든 소와 마찬가지로 헐값에 사료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이 부위를 고가의 식용으로 팔 수 있다고 해보자. 가축이 먹는 사료와 사람이 먹는 식용의 킬로그램당 단가 차는 엄청나다. 식용검사 통과한 소의 부위 중 미국 내에선 팔 수 없어서 500원에 사료 처리했어야 하는 걸, 식용으로 5만원에 팔 수도 있다고 해보자. 얼마나 욕심이 나겠는가.

바로 그 버리는 부위 중 내장, 사골, 우족 같은 상당부분을 실제로 먹는 한국이란 나라가 있다. 그런데 이 나라가 광우병 위험물질을 완전히 제거한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하겠다고 버틴다.

딱 이 제한만 없어져 준다면 갈비는 물론이거니와, 아예 사료 처분될 부위가 최소한 몇 십 배 이익을 남길 고가 식용으로 바뀐다. 이 이상의 생산성 증대가 있을 수 없다. 미국이 살코기만 아니라 모든 부위를 수입하라고 지난 몇 년간 그 지랄을 한 진짜 이유다. 생산성. 미국 내에서 쇠고기가 안 팔리고 남아돌아서 축산농가 다 죽게 생겼으니 제발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는 거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자신들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한국 니들이 그걸 사가라는 거다.

미국 도축 소의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30개월 이상까지도 모두 개방하라고 집착하는 건, 미국 내에선 광우병 우려로 인해 고가식용으로 팔 수 없는 30개월 이상을 한국에다 내다 팔겠다는 거고, 나머지 찌꺼지 부위로는 위에 설명한 대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거고, 그리고 그 수입조건을 수용하는 한국을 다른 나라의 압박수단으로 삼겠다는 거다.

예언 하나 하자.

본 총수 장담 하건데, 수입 재개되면 미국이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 수출할 분량은 갈비 + 바로 이들 저가 혹은 사료로 처분했던 내장, 사골, 우족 같은 찌꺼기 부위가 될 것이다. 이건 사실 예언도 못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장 이윤이 크게 남으니까. 너무나 당연한 경제논리다.  

그러니까 이 관점에서 이번 협상의 숨은 의미를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동물사료를 우리가 식용으로 소비해줌으로써 미국 축산관련산업의 생산성 증대에 최대한 기여하고, 한국이 선도적으로 30개월 이상을 먹어줌으로써 다른 나라를 압박할 수 있도록 미국 축산관련 사업의 지렛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

미국 육우협회(NCBA)가 협상타결 직후 즉각적인 환영성명을, 어찌 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누구의 책임인가 

그렇다면 이런 협상의 결과는 누구의 책임인가. 먼저 이런 결정이 내려진 과정부터 되짚어보자. 아래 도표를 보자. 살다 보니 조선일보가 이런 착한 일도 한다.


- 5월8일자, 조선일보3면ⓒ조선일보

이 도표는 한미 양국이 지난 몇 년간 맞서 왔던 쇠고기 협상이 어떻게 이명박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의 정상회담 바로 전날 전격 타결되었는가를 시간 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위 표에 따르면, 11일부터 17일까지 7일째 전진이 없다가, 정상회담 바로 전날 이명박대통령 주재 긴급회의 직후 협상이 타결된다. 그런데 위에 나온 모든 시간은 전부 한국 시각이다.

무슨 소리냐. 이명박대통령이 회의를 끝낸 현지의 시각은 정상회담 바로 전날 새벽 2시였다. 그만큼 긴급했단 말이다. 발표는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11시간 전에 이뤄졌고. 부시 만나러 떠나기 직전이란 소리다.

이런 정황을 두고, 혹자는 이번 협상결과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불한 캠프 데이비드의 숙박료였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런 주장은 위 도표만 보더라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그게 숙박료였네 아니었네를 지금 따지는 건, 개인적으로 관심 없다. 그게 사실이었다 한들 그 회의에 참여한 누가 인정을 하겠는가. 그리고 그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누가 그걸 입증해 낼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이명박대통령이 자신은 캠프 데이비드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론 최초로 초대 받을 만한 사람이란 걸 보여주려고 국민건강을 숙박료로 지불했단 식의 주장에 매달리는 건, 개연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입증할 방도가 없어서 관심 없을 뿐 아니라, 내 나라 대통령이 그 수준의 찌질이라고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논란이 큰 국가간 사안은 결국 대통령이 최종결정하는 거다. 그러라고 대통령 있는 거니까. 그리고 그런 사안 중엔 정말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하는 경우 있다. 정상회담 전날 새벽에 결정했다고 그 자체만으로 잘못은 아니란 거다. 정상회담 직전이니 선물이라 단정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논리적 비약이다. 우리 쪽이 그 대가로 받은 것과 비교해야 한다. 그 대차대조 없인 단정할 수 없다. 그러니 선물 주장은 일단 접어두자.

내가 정말 문제 삼고 싶은 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건강을 걸고 자신이 최종 결정한 국가간 협상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긴 있었느냐 하는 거다. 그 내용과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말로 알고서,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아서 그 대가가 무엇이든 간에 뽑아먹을 것도 별로 없는 끝물 부시한테 그런 협상결과를 안겨 줬느냐 하는 거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게 결국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만 제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가. 그 외의 모든 위험부위가 그대로 사료로 쓰인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가. 교차감염의 의미와 위험을 알고는 있었는가. 미국이 그렇게 모든 부위를 밀어부친 게 결국 자신들 생산성 증대를 위해 사료처분 할 부위를 한국사람들한테 식용으로 팔려고 했던 거라는 걸 그리고 30개월 이상을 밀어부쳐 한국을 다른 나라의 압박수단으로 삼으려 했단 걸, 그런 그들의 의도는 제대로 간파하고 있었는가. 그걸 알고서 이용을 당해도 당하겠다고 결정을 한 건가. 

그리고 그런데도 오케이 사인을 줬는가. 그걸 알고서도 그렇게 사인주고 부시랑 카트 타고 그렇게 좋아했느냐 말이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건 바로 이거다.

만약 이명박대통령이 그걸 모르고서 그런 결정을 했다면, 우리는 그만한 결정을 내릴 자격이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 된다. 자기가 하는 국가적 결정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면서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가졌다는 건 국가적 불행이며 국제적 웃음거리다.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 않는다.

만약 그게 아니라 그 모든 걸 다 알고도 그런 결정을 내린 거라면, 나로선 다음의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뭘 받아 냈는가. 이만한 국민적 불안을 대가로 지불하고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혜택이 되는 건가.

그걸 알아야 우리 국민들도 각자 광우병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건지 아닌지 따져볼 수가 있는 거다. 여기서 확률이 낮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건, 조슬 까도 아주 그랜드하게 까는 소리다. 적든 크든 왜 부담하지 않았어도 되는 리스크를 국민들이 앞으로 지고 살아야 하는 건 지, 그걸 모르는데 국민들이 왜 확률이나 따지고 있어야 하는 건가. 그 이유를 설명할 의무가 정부에는 너무나 당연히 있는 거다.

정부가 그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그렇게 우리가 얻게 될 이득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대국민 설득에 나선다면, 설혹 그 논리에 당장 동의할 수 없더라도, 난 그 설명을 경청할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얻고자 했다는 것이 정말 얻어질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보기 전까지는. 그게 얻어질 수 있는 거라면 그럼 다시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게 국민건강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거냐고. 개인적으로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만, 이 사태는 확률이 아니라, 최소한 그렇게 가치 논쟁이라도 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한인회장 불러다 기자회견 시키고, 우리 국민세금으로 다른 나라 쇠고기 안전하다고 광고나 하고, 확률은 과학이라고 국민들을 무식한 자 만들고, 학생들 촛불집회 못 가게 겁 주고, 집회가 불법이라고 윽박지르고, PD수첩을 고소하더니 결국 이 모든 건 불순분자들의 선동이라고 선전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 쏟고 있다. 봉창을 두드려도 이만한 규모로 두드리기도 어렵다. 이러니 어느 누가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대가란 게 도대체 있기나 한 건지 말이다.

정부가 이 모든 상황을 그저 홍보의 실패라고 여긴다면 국민 분노의 본질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거다.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걸 어떻게든 막으려다 보니 이런 멍청한 대응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나.

하지만 이런 상황을 불러들인 건,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다. 대통령이니까 그에 따르는 상징적인 책임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큰 일만 생기면 죄다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거, 웃기는 소리라 여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본인의 최종 결정에 따른 직접 결과다.

다른 누가, 대통령의 직접 결정을, 어떻게 책임질 수가 있나. 대통령이 실무자와 장관의 설명만 듣고 결정한 거다? 몰라서 미국에게 당한 거다? 미국이 알아서 잘 해줄 줄 알았다?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어떤 경우라도 하더라도, 그 날 새벽 최종 결정한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안 먹으면 된다.

아, 씨바.... 내가 국민으로 사는 나라의 대통령이, 본인이 결정해 촉발시킨 이 정도 규모의 국민 불안에 대해 할 말이 겨우 그거 밖에 없는 건가. 나는 이 대목에서 절망한다. 그리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목 놓아서 외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책임이다. 


1편은 여기까지다.
- 딴지총수( oujoon@gmail.com )

-- 출처 : 딴지일보(www.ddanz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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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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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언론의 전형을 보여주는 <동아일보>가 촛불시위를 '반미반이'라 불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미'는 아닌 것 같다. 시위 현장에서 반미 구호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반이'는 맞는 것 같다. 그 자리에서 터져 나온 구호의 대부분은 '반 이명박'이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왜 반이를 외치는가? 그 자리에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의 욕망은 무엇인가?
 
  탄핵 서명을 받기 위한 문안에도 나와 있듯이,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탄핵의 사유로 거론된 것 중의 하나일 뿐. 시민의 분노는 정부여당이 인수위 시절부터 해왔던 실정, 종종 사람을 어이없게 만드는 대통령 자신의 몰상식한 언행을 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위는 '반이'다. 그런데 반이(反李) 좀 하면 안 되나?
 
  대중은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외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사학적 표현이지, 정말로 대중이 탄핵을 위한 절차를 밟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탄핵'이라는 말은 이명박 정권의 통치에 대한 대중의 거부를 담은 상징적 표현일 뿐이다. 대중은 마치 미국소를 먹으면 다 광우병에 걸릴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에 대한 과학적 기술이 아니라, 답답한 현실에 대한 정서적 표출일 뿐이다. 뜨거운 분노 속에서도 이 두 가지 차원을 구별하는 냉정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우병의 위험을 불필요하게 과장할 때, 조ㆍ중ㆍ동과 같은 보수언론에게 쓸 데 없이 빌미만 주게 된다. 수사적 과장을 사용하는 구호를, 현실에 대한 기술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확실한 것은 광우병이 지극히 위험한 질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병을 막기 위해서 수입되는 쇠고기에 대해 정부는 최대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미국 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미국 쇠고기 수입의 조건에 관한 한나라당의 입장도 불과 몇 달 사이에 180도로 바뀌었다.
 
  나아가 7년 전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정부에 철저한 대비를 요구했던 <조선일보>의 태도도 180도로 달라졌다. 하지만 그 사이에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학계의 견해가 달라졌던가? 그 사이에 달라진 것은 '정권'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전면 개방이 과학에 근거한 게 아니라, 정치에 근거한 조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현 정권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안전성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어떤 납득할 수 없는 이유에서 지난해까지 유지되어 왔던 자신의 입장을 180도로 뒤집고, 미국 측에 전면 개방에 동의해주었다. 대중의 분노는 여기서 비롯된다. 즉 당연히 자신을 지켜 주리라 믿었던 정부가 외려 자신들을 더 많은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데에 분노하는 것이다.
 
  광우병의 위험이 존재한다면, 가능한 한 그 발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어떤 다른 이유(그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 타결이든, 한미동맹을 과시해야 하는 이명박 정권의 처지든)에서 작년까지도 유지해 왔던 자신의 원칙을 희생시켰다. 이것은 충분히 분노할 이유가 된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이제 수입 조건을 더 엄격하게 하기 위한 재협상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권이 이미 일을 저질러 버렸기 때문에, 재협상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야 정치권에서 재협상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대중이 분노하지 않았다면, 그 정도의 제스처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날림 정권에서 날림으로 체결한 협정이니, 그 안에 빈틈은 없는지 꼼꼼히 검토하여, 하자가 발견되면 그것을 보완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중은 제 몫을 했고, 이제 각계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찬반양론의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면서 이 분노의 물결이 합리적인 통로로 흐르도록 채널화해 줘야 한다.
 
  아마도 대미 수출의 극대화라는 시장주의 이념(그리고 한미동맹의 과시라는 정치적 이념) 때문에 이 정권은 국민의 생명권이 걸린 문제마저도 매우 신속하게, 그러다 보니 매우 안이하게 처리했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현 정권의 두뇌에 걸린 질병의 실체를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현 정권은 돈을 위해서는 다른 가치들은 모두 희생되어도 좋다는, 거의 시장주의 탈레반의 의식을 갖고 있다.
 
  쇠고기 협상이 날림으로 이루어진 것도, 바로 그 보편적 날림 공사의 특수한 예일 뿐이다. 대중이 탄핵의 사유로 쇠고기 문제와 영어몰입교육, 대운하건설 등을 든 것은 대중들 스스로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분노는 쇠고기 문제를 넘어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나는 병증을 진단하고 치유하기 위한 합리적 논의와 민주적 토론으로 발전해야 한다.
 
  대중은 쇠고기 앞에서만 불안을 느끼는 게 아니다. 정권을 잡은 시장주의 탈레반들이 국민의 생명권, 교육의 공공성, 생태와 환경 등,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을 가차 없이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데에 대한 두려움. 그렇게 날림으로 지은 국가라는 건물이 IMF 때처럼 와르르 무너질지 모른다는 데에 대한 불안감. 도대체 저들이 만들어낼 나라에 어떻게 우리의 아이들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공포감. 이것이 그들을 촛불집회로 데려온 것이다.
 
  '반이'는 그저 이명박이라는 개인에 대한 반감이 아니다. '반이'는 파란 쫄티에 붉은 색으로 S자 써 붙이고 나타나 나라를 구하겠다고 하는 개그 영웅에 대한 반감도 아니다. '반이'는 이명박이라는 개인이 그
화신의 역할을 하는 과격한 시장주의 이념, 거기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부패한 권력 집단에 대한 거부다.
 
  정권에서는 이번 시위의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말한다. 우스운 얘기다. 시위 현장의 분위기를 얘기하자면, 민주당 얘기는 꺼냈다가는 차가운 눈총의 세례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또 진보신당에 몸을 담은 입장에서 말하자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큰 시위를 일으킬 수 있다면 원이 없겠다. 불행히도 우리도 대중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하여 나도 진보신당 게시판에 "이번에는 조용히 대중의 지도를 따르자. 그것이 민주주의다"라는 글을 남기고 시위 현장에 나왔다. 누리꾼이 주도한 어제 시위 현장에는 태극기 이외에는 정당이나 단체의 이름을 내건 깃발은 단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그저, 학교 괴담 좋아하는 초등학생들처럼 쇠고기 괴담이나 유포하는 대중들의 유치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파악한다면, 그 역시 큰 오산이다. 이번에 대중들은 분노를 축제로 승화시켰다. 애국의 광기에 빠져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이견을 가진 자에게 린치를 가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매우 성숙하게 행동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탄핵서명은 82만을 넘었다. 물론 이 현실에 눈을 감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이상한 색칠을 해서 제 편할 대로 이해하고 싶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런 움직임 밑에 깔려 있는 대중의 욕망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제대로 정부 노릇 하기 힘들 것이다. 도대체 집권 두 달 만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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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탄핵 서명이 어느덧 11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자 정권에서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직 정신은 못 차린 것 같다. 이 상황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대중들이 광우병에 대해 과장된 공포를 갖고 있다. (2) 그 배후에는 야당을 비롯한 정치 세력의 선동이 존재한다. (3) 홍보를 강화하여 무지몽매한 국민을 계몽해야 한다. 여기서 그들이 얼마나 상황을 나태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난다.
 
  정권은 광우병의 공포 앞에서 대중이 패닉에 빠졌다고 본다. 하지만 촛불 시위 현장은 공포에 질려 절규하는 게 아니라, 즐겁게 야유하는 축제의 분위기다. 정권은 시위의 배후에 정치 세력의 선동이 존재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치 세력들은 어리둥절한 채 대중이 주도하는 민란(?)에 뒤따라가기 바쁘다. 정권은 국민을 계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가 광우병 홍보로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좀 더 깊은 근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우매한 한국인의 계몽에 나섰다. 미국 농림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 자리는 식품 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지 협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광우병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고 쇠고기 공급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은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즉각적으로 중단求?것을 원치 않는다." 한 마디로 '즐쳐셈', 자신들이 멍청한 상대에게 쉽게 관철시켰던 그 입장의 반복이다.
 
  광우병은 확률의 문제?
 
  정권이 위기에 빠지자 조·중·동이 나섰다. 그들은 애써 논점을 일탈시키려 한다. 그 방법은 광우병에 관한 담론을 광우병의 발병 확률에 관한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하긴, 순수 확률로 따지면, 광우병이 대량으로 발생했던 영국에서조차 그 확률은 접시 10억 개 중의 한 명 꼴도 안 된다고 들었다. 심지어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훨씬 낮다." (<연합뉴스> 2007/8/27일)
 
  그 말이 맞는다고 하자. 조·중·동의 논설위원들, 청와대와 내각, 한나라당 의원들 모두 골프 치러 다니시는 것으로 안다. 이 분들께 특별히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수입해 메뉴로 제공하는 게 어떨까? 척수로 감자탕, 소장으로 곱창 만들어 드리는 거다. 벼락 맞을 걱정 없이 스윙 하시는 분들이니, 안심하고 드실 게다. 국민을 계몽시키려면, 여러 말 할 것 없이 직접 광우병 쇠고기를 시식하면 된다. 그래야 무지몽매한 국민들이 공포(?)에서 벗어나 '아, 따라 먹어도 되겠구나' 생각할 게 아닌가.
 
  수입된 미국 쇠고기 중에서 단 한 상자라도 광우병에 걸린 소가 도축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아마도 사회에는 커다란 패닉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을 단지 '광우병 발병 확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모르는 대중의 무지가 일으킨 해프닝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 경우 수입 쇠고기는 물론이고 애먼 국산 한우까지도 소비가 급감할 것이다. 그때에도 '원산지 표시를 확실히 한 이상 한우는 안전하다'는 말로써 대중의 무지를 탓할 것인가? 그게 이런 문제다.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로부터 쇠고기의 수입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 광우병 발병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일까? 그렇다면 왜 한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발하자마자 즉각 수입을 중단시켰던가? 왜 일본은 아직까지 20개월 미만의 소의 수입만을 허용하는 것일까? 그리고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여러 나라들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그렇게 끈질기게 검역 조건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 모두가 과학적 무지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정치적 제스처는 아닐 것이다.
 
  원희룡 의원의 말대로 이건 "확률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발병 확률이 낮아도, 광우병은 단 한 건만 발생해도 커다란 사회적 패닉이 일어나고, 한 나라의 축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광우병의 낮은 확률에 관한 얘기는 청와대와 조중동에서나 열심히 떠들게 내버려두고, 우리는 이번 탄핵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로 넘어 가기로 하자. 제가 한 말도 잊어버리는 저 편리한 건망증 환자들에게는 그들이 과거에 자기 신문에 실었던 사설을 들이대면 그만이다. 그들의 기억을 되살려 주자.
 
  광우병 괴담의 출처는 조·중·동
 
  조·중·동이 제 지면에 실은 것 중에 광우병의 위험을 강조하는 그 모든 기사들은 생략하기로 하고, 그냥 사설만 몇 개 보자. 먼저 <조선일보>의 사설이다. 지금 읽어 봐도 명문이다. <조선일보>는 "광우병 파동의 파괴적 요소는 불확실성과 일반적 무지에 있다"고 정확히 짚으며, "국민 보건에 대한 장기적 안전보장의 측면에서 신중하고 완벽하게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후환은 자손들에까지 이어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사설] 광우병, 제대로 알려야 (2001/02/07)
 
  광우병 우려가 국내서도 급속히 확산되면서 축산농가와 사료업계는 물론, 유통업과 서비스산업 등에도 광범위한 파장을 유발하고 있고 소비자도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 이 문제는 단순히 농정이나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보건에 대한 장기적 안전보장의 측면에서 신중하고 완벽하게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눈앞의 난관이나 관료주의적 책임회피 때문에 임기응변이나 호도책으로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그 후환은 자손들에까지 이어질 것이다.
 
  광우병 사태의 정면대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모든 관련자료와 사실들이 가감 없이 진실대로 밝혀져야 한다. 광우병파동의 파괴적 요소는 불확실성과 일반적 무지에 있다. 광우병으로 불리는 소의 BSE병이나 그와 유사한 증세를 나타내는 인간의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브(vCJD)병에 관해서는 아직도 그 병원체의 전모나 발병기전, 감염경로, 양자간의 상관관계 등의 여러 중요한 요소들이 확연히 밝혀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예방적 조치와 정확한 정보의 보급이 매우 중요하다.
 
  이 점에서 보면 정부의 그간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가 광우병 파동으로 영일이 없는 동안 정부는 줄곧 우리는 안전하다고 장담만 해왔다. 다른 나라들은 진작 수입을 금지한 소 추출물이나 골분수입 사실도 외국언론이 폭로할 때까지 계속 침묵했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동물성 사료나 음식물 찌꺼기 사료도 수년간 국내에서 사용되었고, 일부는 이미 도축, 유통되었는데도 계속 문제없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음식찌꺼기 사료화는 자원절약의 고육지계였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그의 위험성을 제기했는데도 정부는 듣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다른 어떤 측면보다도 국민건강을 우선해 철저한 예방적 조치를 강화하고 모든 관련 정보와 사실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한다. 불필요하게 공포가 확산되어서도 안 되지만 무지와 무사안일로 인해 화를 자초하는 어리석음은 절대 없어야 한다.

 
  다음은 <동아일보>의 사설이다. <동아일보>는 "광우병의 원인과 방지책은 아직 미확인 상태라 방심할 수 없다"며, 심지어 "사슴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슴의 캐나다산 녹용"까지 걱정한다. 정부에서 동물성 사료 실험을 한 것을 두고는 "국민도 시험대상"으로 삼았다고 질타하며, "광우병 제로 국가라고 선언할 수 있도록" "0.1%의 가능성도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하며 "소의 전수조사"까지 권한다. 미국에서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가 발견됐을 때에는, "정부가 최우선순위를 둬야할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며, "위해(危害)를 없애는 데 필요한 경제적 손실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 소가 광우병으로 확인도 되기 전에 정부에서 수입중단을 하고 척추 뼈와 내장의 판매를 중단시켰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사설]광우병과 홍역, 느슨한 대책 (2001/01/28)
 
  광우병 파동은 1992년 영국에서 시작돼 1996년부터는 유럽에서 수많은 소의 강제 도살, 쇠고기 판매 중지와 금수 조치로 이어졌다. 지난해 독일에서는 이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한 책임을 지고 주무장관 2명이 사임하기도 했다. (...) 광우병의 원인과 방지책은 아직 미확인 상태라 방심할 수 없다. 더구나 국내에는 사슴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슴의 캐나다산 녹용도 유통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웃 일본이 1999년부터 CJD를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설]광우병 정말 안심해도 되나 (2001/02/05)
 
  더욱 놀라운 것은 광우병의 위험성이 유럽을 들끓게 하던 시점에 정부연구소가 동물성 사료 실험을 했다는 점이다. 그 사료를 먹은 소의 고기와 뼈 등을 유통시켰다면 결과적으로 국민도 시험 대상이 된 셈이 아닌가. (....) 정부가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광우병 안전지대라고 강조하는 것은 소극적인 대책일 뿐이다. (...) 정부는 광우병 제로 국가라고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도록 광우병이 유입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철저히 점검하고 확인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설]광우병 안전지대 아니다 (2001/09/11)
 
  정부는 긴급히 일본에서 수입되는 광우병 관련 축산물에 대한 잠정 수입검역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수입됐던 축산물에 대해서도 유통 경로를 파악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일본은 업계에서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광우병 방지 대책을 시행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져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한국은 96년부터 영국 등 광우병 발생국가로부터 소 등 반추동물과 축산물의 수입을 금지했지만 광우병의 잠복기간(3∼5년)이 길어 완전히 마음을 놓기는 어렵다. (...) 한국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은 것이 확실해졌으므로 단 0.1% 가능성도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정부는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소의 전수 검사를 실시해보는 방안을 검토해보기 바란다.
 
  [사설]광우병 비상, 식탁 안전 만전 기해야 (2003/12/25)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소가 발견돼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 쇠고기 시장의 44%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 식탁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 정부가 최우선순위를 둬야할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다. 위해(危害)를 없애는 데 필요한 경제적 손실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미국산 쇠고기의 통관을 보류시켰고, 광우병 발생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수입을 전면중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유통 중인 척추뼈와 내장의 판매를 금지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마지막으로 <중앙일보> 사설이다. 중앙일보는 소에게 음식찌꺼기 좀 먹였다고 난리를 치며, 심지어 해외 여행자가 구입한 "유럽산 화장품"에 대한 대책까지 주문한다. 북한이 독일에 광우병 때문에 살 처분한 소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에는, 이를 "문명 국가의 도덕률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며 심하게 말하면 인종 차별"이라고 비판하며, 잠복기가 수십 년에 이르고, 말기 이전에 증세를 감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할 만큼 이 병의 위험성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칼럼에서는 실제로 발병 확률이 낮은데도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위험 심리학'으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설] 뒷북치는 광우병 대책 ( 2001/02/06)
 
  광우병 원인으로 지적되는 동물성 사료가 음식물 찌꺼기 사료화 사업 명분으로 국내에서 사용되고 해외에서도 수입된 것으로 밝혀져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 축산기술연구소의 대관령 지소와 경기도 안성 등지에서 1999년 4월부터 소 3백 마리에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 사료를 먹였으며 이 가운데 40마리는 지난해 말 도축돼 시중에 팔렸다고 한다 (...) 정부는 또 97년 7월부터 유럽지역 전체의 소.양 뇌나 척수 등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 수입을 금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여행자 증가 등으로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게 유럽산 화장품이다.
 
  [사설] 광우병 쇠고기 北지원이라니 (2001/02/17)
 
  광우병 공포증이 전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광우병 감염 우려로 도살된 쇠고기가 북한에 지원될 것이라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은 아무리 기아가 위중하다 하더라도 이런 모멸적인 지원 요청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 (...) 그러한 지원은 문명국가의 도덕률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며 심하게 말하면 인종차별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다. (...) 더욱이 역학자들이 인간의 경우 잠복기가 수십년에 이르고, 말기 이전에 증세를 감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할 만큼 이 병의 위험성은 심각하다. (...) 치명적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화장품 원료로도 못쓰게 하는 쇠고기를 자기 인민에게 먹이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분수대] 위험 심리학 (2001/02/12일)
 
  한국의 광우병 파동을 보자. 소나 사람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사례는 없으며 우리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정부와 전문가가 아무리 홍보해도 쇠고기 소비는 줄어들고 축산농가는 상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부산물을 섭취한 경우에만 위험이 있다고 강조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 이에 대해서는 위험 심리학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선택한 행동(흡연. 운전. 스키 등)에서 오는 위험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평생 흡연을 하면 수명이 10년가량 줄어든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하루 평균 30여명에 이른다. 스키장에서 골절상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나는 예외일 것"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사고가 나면 어쩔 수 없지" 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그러나 대중은 선택하지 않은 위험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혹시' '만의 하나라도' 고압선이 암을 유발한다거나 쇠고기가 인간 광우병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가능성도 이에 포함되는 것이다. (조현욱 문화부 차장)
 
 
근데, 이 많던 광우병 괴담은 그들의 지면에서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전예방의 원칙
 
  한미 쇠고기 협상이 '졸속'이었다는 점에 관해서는, 청와대와 조중동만 빼고, 일반적 합의가 존재한다. 한나라당에서마저 협상의 문제점은 인정하는 모양이다. 그래선지 어제 열린 당정청 긴급회의에서 한나라당은 "협상내용이 주변국들에게 불리할 경우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앞으로 미국과 주변국들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의 시점에서 한국의 협상내용이 주변국들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불리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광우병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 즉 광우병이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수입을 안 하면 된다. 하지만 수입을 피할 수 없을 경우에는 최대한 검역조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데에도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협상의 내용에 따르면, 광우병 위험 부위까지 수입해야 하고, 광우병 발생 시에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자진해서 모든 것을 다 내주고 협상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다.
 
  광우병 감염 확률은 '무시해도 좋을 양'(quantité negligeable)이라고 말하려는가? 그 확률이 골프 치다가 벼락 맞을 것보다 낮다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수입해 자기도 먹고, 자기 아내도 먹고, 자식에게도 먹여 보라. 평소에 벼락 맞을까봐 외출도 못하는 가족이 아니잖은가. 광우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장치들을 다 해제해 놓고, 위험을 과장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논점의 일탈이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것은 예방의학의 차원에서 광우병 위험의 대비책에 관한 논의다.
 
  예방의학을 전공하는 단국대 권호장 교수의 칼럼은 이 문제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이게 FM이다. 한나라당도, 조중동도, 농림부도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이렇게 주장했었다.
 
  "현재까지 우리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린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과학적 정보가 부족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결코 아니다. 환경보건 교과서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처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불확실할 때 '사전예방의 원칙'에 입각해서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사전예방의 원칙'의 첫째 원칙은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불확실하더라도 먼저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10년쯤 국민에게 먹여보고 인간광우병 환자가 나오면(과학적 증거가 확보되면) 그때 가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방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입증 책임의 전환이다. 위험성에 대한 입증을 잠재적 피해자인 우리 국민이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입증을 잠재적 가해자인 미국 정부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2008/05/04)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 증거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려야 비로소 확보될 것이다. 그것을 원하는가? 사전의 증거란 없다. 사후의 증거가 있을 뿐이다. 이게 그런 문제다.
 
  왜 그렇게 서둘러야 했을까?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왜 이 원칙을 저버렸는가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한미 FTA의 타결을 위해서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FTA가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부시 정권이 FTA에 반대하는 미국 민주당을 설득하려면,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을 관철시켜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자신이 약속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FTA가 필요하다. 그런 그에게 광우병 타령은 경제성장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걸림돌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둘째, 한국에서 쇠고기 문제를 대폭 양보하면, 이명박은 부시 정권의 예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에서 이명박 정권은 그 동안 "한미관계가 손상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물론 한국 내에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유포시킨 '내수용' 이데올로기다. 문제는 이걸 들고 미국까지 갔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갑자기 한미동맹을 복원하자고 (언제 깨졌었나?) 구애 공세를 해오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그 결과 그들은 이명박으로부터 쇠고기 협상에서 대폭 양보를 얻어냈다.
 
  이명박 정권이 이번 방미에서 국가를 위해 얻어온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자신을 위해서 얻어온 것은 있다. 그것은 바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찍은 동영상이다. 광우병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을 해제해준 대가로 그는 부시와 골프차를 타고 한미동맹을 과시하는 사진을 얻었다. 실제로 방미 직후 그의 지지율은 살짝 올랐었다. 한 마디로 그는 '국민보건'을 위한 장치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자기의 지지율을 챙긴 셈이다. 대중이 분노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쇠고기 시장 내주면서 이명박 정권이 얻으려 했던 게 또 하나 있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북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가 전 정권이 북한과 했던 모든 약속을 부정하고, 북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던 것도 미국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새 미국과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이미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를 밟기로 4.8협정을 맺었다. 한 마디로, 한미공조를 꿈꾸며 갔다가 북미공조의 현실을 본 것이다. 그가 미국에서 부랴부랴 '남북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썰렁한 제안을 내놓은 것은 그 때문이다.(시사IN 2008.04.21)
 
  이 모든 얘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명박은 미국 가서 븅딱질 하고 왔다'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는 과거에 '등신 외교'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닭짓의 가련한 희생자가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 뿐인가? 주변국에 민폐까지 끼쳤다.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이웃나라들도 이명박 정권 때문에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미국에게 덩달아 많이 시달리게 됐다. 이러니 탄핵 얘기가 안 나오겠는가?
 
  탄핵 요구의 정치적 배후
 
  탄핵운동의 정치적 배후는 이미 밝혀져 있다. 경기도의 어느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란다. 얼마나 무서운가? 누차 얘기하지만, 이번 탄핵 사태에 정치적 배후란 없다. 배후가 있다면, 그 동안 쌓이고 쌓였던 대중의 불만이다. 집권한 지 두 달밖에 안 지났는데, 20년은 지난 것 같다는 대중의 피로감. 그것이 쇠고기 사태를 계기로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어느 정치세력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내 경우에도 대운하사업 착수를 계기로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산농가의 생존에 관한 문제였다. 그런데 MBC <PD수첩>을 보고, 대중은 비로소 그것을 자기 자신의 문제로, 자기 아이의 문제로 느끼게 된 것이다. 대중은 불안해한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산 쇠고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들어오는 절차의 허술함에 대한 불안감이다. 하지만 시위 현장에 나온 대중들은 패닉에 빠져 이성을 잃은 군중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축제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안을 정권에 대한 즐거운 야유로 표출하고 있다.
 
  거대한 에너지는 광우병에 대한 과장된 공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이 분노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관제 계몽을 통해 잠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보다 더 큰 것이 협상 테이블에서 이명박 정권이 보여준 한심함에 대한 야유와 분노다. 이 거대한 열기는, 정권의 닭짓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자행되는 보편적 닭짓이라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내 관찰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은 아무 일도 안 할 때 가장 잘 하고 있다. 아무 일도 가장 많이 안 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잠을 자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대통령은 도대체 잠이 없다는 데에 있다. 그가 깨어 있는 시간이 남달리 길다는 데에 대한 불안감. 그것이 저 뜨거운 열기의 정치적 배후다. 썰렁하게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계몽운동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 정부에서 할 일은 일단 사과를 하고, 재협상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 외의 기동은 불필요하다.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 출처 : 프레시안(www.press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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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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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조능희 책임프로듀서(CP)가 2일 오전 여의도 MBC 본사에서 < PD수첩>에 대한 집권여당과 일부 언론의 비난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 유성호

미국산 쇠고기 개방 이후 광우병 발병의 위험성을 지적한 MBC <PD수첩>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이 방영된 후 우리 정부의 '졸속' 협상에 화가 난 네티즌들이 비방 댓글을 무더기로 올리는 바람에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 방명록이 폐쇄되고,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운동까지 불붙었다.


지난해 3월 <PD수첩>의 '이명박 검증' 보도로 혼쭐이 났던 한나라당 당직자들도 <PD수첩>을 2일 공개회의에서 비판했다. 유력정당이 1년마다 특정 TV프로그램을 회의석상에서 공격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뜨거운 반응'에 고무된 <PD수첩>은 후속편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PD수첩>의 조능희 책임프로듀서(CP)는 2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내가 왜 이런 정치공세에 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비판들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했다.


조 CP의 인터뷰는 다음과 같다.


"쇠고기 협상 타결 전에 미국 취재 이뤄져... 정치적 의도 없었다"


 
지난달 29일 MBC 에서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한 장면.
ⓒ MBC

- <PD수첩> 보도의 파장이 상당하다. 오늘 아침 한나라당 당직자회의에서도 얘기될 정도다.

"이번에 < PD수첩 >이 방영한 내용 중에 새로운 내용이 있었나? 한국인의 유전자 구조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얘기, 미국 동물보호단체의 '소 도축' 동영상, 광우병 의심환자 얘기 등은 이미 다 나왔던 것이다.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알게 되면서 갑자기 파장이 커진 것 같다."


- 프로그램이 굉장히 빨리 만들어져서 다른 매체들도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가 빨리한 건 사실이다. 다른 매체가 먼저 집중보도한 다음에 우리가 다뤘다면 파장이 적었을지도 모르겠다. 담당 PD가 2월경부터 소 도축 동영상을 찍은 '휴메인 소사이어티'와 접촉해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소들을 억지로 도축하는 동영상은 미국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동물 학대가 문제가 됐지만, 나중에는 도축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 담당 PD도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기 전에 미국에 파견됐다. 덕분에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의 현지 기자회견까지 취재할 수 있었다. 쇠고기 협상이 만약 타결되지 않았다면 방송이 안 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협상 타결이 너무 쉽게 되니까 협상 과정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따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발언을 내보낸 이유는 쇠고기 협상 타결을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과 맞췄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교포들이 다 먹는다고 해서 미국이 자국산 쇠고기를 다른 나라에 먹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
ⓒ 유성호

- '250만 재미교포·유학생들이 먹는 미국산 쇠고기를 왜 우리는 먹으면 안 되느냐'는 항변에 대해 어떻게 답하려는가?

"재미교포들이 다 먹는다고 해서 미국이 자국산 쇠고기를 다른 나라에 먹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 사는 미국 사람들이 잘 먹는 삼계탕도 미국은 수입하지 않는다. 그쪽에서 이런저런 조건을 거는 데 뭐라 할 수 없는 것은 검역주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괜찮다고 하지만, 만약 광우병 환자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때가 되면 250만명 중 1명밖에 없다고 안심하라고 얘기해야 하나? 광우병이 미국에서 처음 발병한 게 2003년이지만, 병의 잠복 기간이 길다.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도축·검역을 거쳐서 수입하자는 것이다."


- <조선일보>도 오늘자 신문 사설에서 "<PD수첩>에 과장된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설도 그렇다. (신문을 읽어주며) 이렇게 씌어 있다.


'TV 속 미국 쇠고기 괴담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 소 1억 마리를 키우는 미국에서 그동안 광우병 걸린 소 3마리가 발견됐다. … 사육 소 100만 마리 가운데 광우병 소 30여 마리가 발견된 일본의 광우병 발생 비율이 미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다.'


이 내용만 보면 미국 쇠고기가 일본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는데, 이런 게 나쁜 기사의 전형이다. 미국은 2000마리당 1마리씩 검사해서 지금껏 3마리를 찾아냈지만, 일본은 광우병 발병했을 때 100만 마리를 전부 검사해서 30마리나 찾아낸 것이다.


미국보다 일본에서 광우병 소가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프로그램에서 설명해줬는데도 우리가 부풀렸다는 식으로 글을 썼다. 프로그램도 보지 않고 쓴 사설 같다. 이런 글이야말로 혹세무민 아니냐? 이런 신문이 여론을 호도해왔다.


'서양인의 경우 35%만이 광우병이 발병하지만, 한국인은 유전자 구조가 취약해서 발병률이 95%'라는 연구결과는 지난해 <동아일보>에서도 보도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이 연구결과를 언급하자 '무슨 근거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근거를 정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 필자 주)


- 프로그램에서 "미국 쇠고기를 먹는 사람은 실험동물과 같다"는 미국 소비자단체 간부의 말이 소개됐는데, 미국인들도 자국산 쇠고기를 먹는 상황에서 굳이 그런 발언을 방송에 내보낼 필요가 있었을까?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의 97%가 광우병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월령 20개월 미만인데, 우리나라는 왜 발병률이 높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까지 수입했을까 하는 의심을 할 만하다. 그 사람은 그러한 점을 의심해서 한 말 같다."


"인터넷에서 부풀려진 내용까지 책임지라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그동안 정부가 게을리했는데, 위험성을 국민에게 얘기해준 이 왜 공격받아야 하나?"
ⓒ 유성호

- MBC 기자 출신의 심재철 의원이 "광우병 괴담은 마치 '비 오는 날 벼락 맞을 수 있으니까 외출하지 마십시오'라는 황당무계한 이야기와 똑같다"고 했는데….

"미국산 쇠고기를 바로 그 벼락으로 치자. 1년 내내 벼락이 없던 나라에 갑자기 벼락을 들여왔다면 그걸 수입해온 사람들이 국민에게 '벼락이 치면 어찌어찌해야 한다'는 걸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정부가 그동안 그걸 게을리했는데, 벼락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얘기해준 <PD수첩>이 왜 공격받아야 하나? 위험이 있는데도 불안하지 않다고 하는 것과 이런 위험이 있다는 걸 얘기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옳은지는 자명하지 않나?"


- '쇠고기 수입'에 대한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나?
"2주 정도 지난 후에 후속편을 방송할 계획이다. 미국 촬영분은 거의 소화됐고, 방영 이후 국내에서 취해진 조치들, 검역조건이 갑자기 변한 과정을 살펴보려고 한다.


- 프로그램 방영이후 인터넷에서 광우병과 관련해서 다소 부풀려진 내용까지 확산되고 있다. 후속편에서 국민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짚을 필요는 없을까?

"우리가 방송에서 하지 않은 얘기, 인터넷에서 부풀려진 부분까지 책임져야 하나? 하지만 책임지라는 요구가 많다면 그렇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 문제를 우리가 다 책임지고 보도해야 하나? 그런 건 정부나 다른 매체가 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출처 :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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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했다고 피곤한가?"

[진중권 칼럼] 좌충우돌 20일을 평가한다

"새 정부가 탄생한 지 20일이 됐는데 내 생각에는 한 6개월쯤 된 것 같다".

대한민국 1%를 섬기는 정부. 겨우 출범 20일 만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대통령 따라 배우기 운동 하느라 새벽잠을 못 자 하루 종일 '어리버리(early bird)'한 증상을 호소한다는 공무원의 처지에 관한 얘기라면, 이해가 간다. 또 출범 20일 만에 한꺼번에 노무현 정권 5년 치의 피로감을 느껴야 하는 불쌍한 국민들의 처지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간다. 대통령과 장관은 도대체 그 동안 뭘 했다고 그렇게 피곤할까?

듣자 하니, "취임식 날 저녁 청와대에 들어갔는데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았고 열흘이 지나도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인수위는 그 동안 뭘 했던가? 오렌지를 '오륀지'로 표기해야 국가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농담할 시간은 있으면서, 정작 청와대 업무의 인수인계를 챙길 시간은 없었단 말인가? 게다가 컴퓨터도 작동 안 했다면서, 청와대에 들어가 제일 먼저 한 일이 기껏 인테리어 바꾸는 공사였던가?

노무현 정권이 청와대에 들어가 e-정부 시스템이라도 구축해 놓은 반면, 이명박 정권은 들어오자마자 테이블 갈고 칸막이 치우는 공사부터 했다는 사실. 또 e-정부 시스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반면, 이명박 정권은 청와대에 들어가 열흘 동안 컴퓨터 사용을 못 했다는 사실. 이는 매우 상징적이다. 그런데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명박 대통령, 혹시… 컴퓨터 전원은 켜셨나요?

보잉 747

연속 7% 성장을 할 거라고 장담하더니, 갑자기 '경제 위기' 운운한다. 그저 집권하는 것만으로도 주가를 3000까지 끌어올리겠다던 슈퍼맨의 출현을, 증시는 1600의 폭락 장세로 환영한다. 어찌 된 일일까? 간단하다. 슈퍼맨이 나타나 경제를 살린다는 믿음 자체가 환상이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어, 한국 혼자서, 그것도 대통령 혼자서 살릴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이명박 정권에 기대감을 갖고 표를 던진 사람들. 그들은 '시장경제 살린다'고 하니 '재래시장 살린다'고 생각해 그에게 표를 던진 시장 할머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게 어디 이 할머니들의 잘못이겠는가? 시장경제 살린다며 사진을 찍으러 재래시장으로 달려가니, 순박한 이들은 당연히 그 말을 그렇게 알아듣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민생 행보'라는 이름의 포토제닉 이벤트가 만들어내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다.

아무튼 멋지게 보잉 747기에 오르려던 승객들. 탑승하려다가 보니, '보잉 747'이 아니다. 한나라투어에서 마련한 탑승기는 동체에 '뼁끼'로 747이라 쓴 쌍발 프로펠러기. 매직으로 'nike'라고 쓴 고무신이라고 할까? 뭘 더 바라겠는가. 싸구려 저가 여행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다. 그저 선진 랜드로 데려다 준다던 이 비행기가 캄보디아 정글에 추락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라는 게 더 현실적일 것이다.

법인세 인하

'MB노믹스'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수사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큰 시장, 작은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최신 유행의 신자유주의 레토릭과, △대통령만 바뀌어도 경제가 성장한다"는 박통시절의 시대착오적 레토릭. 이 두 요소는 원래 서로 잘 안 어울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시장주도의 성장전략, 후자는 정부주도의 성장전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2MB 용량의 두뇌에서라면 이 둘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게다.

신자유주의 전략은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같은 규제 완화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연구는 대체로 법인세 인하가 경제성장률을 제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가령 미국에서 법인세, 소득세 인하는 반짝 효과에 그쳤을 뿐이다. 외려 세수의 감소를 가져와, 의회에서 감세안의 입법을 추진할 경우 세수결손을 충당할 방안까지 덧붙이라는 법안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일본은 법인세, 소득세 낮춰서 재정이 파탄이 나는 바람에 이류국가로 전락한 경우. 일본인들은 감면해준 세금을 저축하는 행태를 보였단다. 우리의 경우에도 그 동안 10% 가령 법인세를 낮춰왔으나 성장률 제고 효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외려 기업들 사이에 빈부격차만 확대했다는 게 정설. 기업들은 세율인하로 획득한 자금을 사내유보금으로 적립하여, 자사주 방어에 사용하곤 했다. 지금 대기업들이 돈이 부족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기사들을 검색해 보라. 법인세 인하가 경제성장률을 제고할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근거는 놀라울 정도로 빈약하다. 그저 '외국에서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게 MB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다. 노무현 정권도 이미 법인세를 2% 낮춘 바 있다. 그런데 그게 성장률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는 없다. 거기서 다시 5%를 낮춘다고 뭐가 달라질까?

출총제 폐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에서 추진하는 출총제 폐지도 마찬가지다. 출총제는 그 동안 이미 상당히 완화되어 있어, 투자 제약 효과랄 게 별로 없단다. 이것은 출총제를 폐지해도 투자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보도에 따르면, 설문조사에서 출총제가 폐지될 경우 투자를 하겠다고 대답한 기업은 고작 1%에 불과했으며, 투자를 검토해보겠다고 한 기업의 수도 11%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의 92%가 현재 출총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 압도적인 반대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중소기업들이 매우 두려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게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이다. 보수언론에서는 대기업이 온 나라를 다 먹여 살린다고 말하나, 실제로 대기업의 고용기여율은 외려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 기술입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기술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애써 기술혁신을 해놓으면, 그 성과는 대기업에서 모조리 가져가는 게 대한민국의 거래 관행이다. 대기업이 아무리 잘 나가도, 그 효과가 전체 경제로 파급되지 못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산업 연관성이 파괴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총제 폐지는 중소기업인이 우려하듯이 이런 비정상을 더 강화하기 쉽다.

MB 정권은 규제란 게 왜 존재하는지 잊은 모양이다. 기업은 사익을 추구하고, 정부는 공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사익의 추구가 공익에 위배되지 않도록 늘 적절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태가 저 지경이 되도록 정부나 지자체는 뭐 했냐?'는 게 늘 언론의 상투적 마무리 멘트가 아니던가? 성과급까지 걸어놓고 규제완화 경쟁을 일으키는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남대문을 불타오르게 할 것이다.

대운하를 위한 삽질

효과는 변변치 않고,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MB 정권 사람들의 두개골에 뇌라는 기관이 담겨 있다면(열어보지 않아서 독자들에게 확인해 드릴 수 없다), 이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정부 주도로 성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대운하 사업이다. '대운하사업을 민간 자본을 유치해 하겠다'는 개그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정부주도의 성장이라는 서로 모순되는 요소를 억지로 결합해 놓은 것이다.

그래도 노무현 정권은 욕을 먹어가면서 인위적 경기부양은 삼갔다. 김대중 정권 시절에 일어난 카드 대란처럼 그 부작용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도덕적 타락에도 불구하고 오직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 하나로 당선된 정권은 처지가 다르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경기'를 '경제'로 착각하는 생각은 이런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2%나 상회하는 성장. 이는 '뽕'을 맞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뽕이 대운하 사업이다. 하지만 약물 투입으로 성적을 올린들, 몸이 망가지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냥 땅을 팠다가 다시 묻는 삽질로도 건설 경기는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대운하는 생태와 환경을 망가뜨리고, 그것을 복구하는 데에는 천문학적 액수의 비용이 든다. 그러니 운하보다는 그냥 땅을 팠다가 다시 묻는 사업 쪽이 차라리 더 경제적이다.

물류혁명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관광혁명이란다. 제 돈 내고 3시간 동안 24㎞짜리 터널에 들어갔다가 나와 LG 창업주 생가, 박정희 생가를 들러볼 '또라이'들이 한국에만 100만 명, 중국에 1000만 명이라고 한다.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이런 관광객들을 위해라면, 차라리 서울시와 협조 하에 맨홀 뚜껑 열고 들어가는, 24km짜리 서울시 하수구 탐방 코스를 관광 상품으로 내놓는 게 낫지 않을까?

만인의 웃음거리가 되자, 이번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를 슬쩍 빼겠다고 한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겠단다. 자기들이 말하는 경제 살리기의 핵심이 대운하 사업이 아니던가? 자기들이 말하는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영어 몰입 교육 아니던가? 그런데 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총선에서 정작 핵심 공약을 빼버린다. 한 마디로 일단 다수당이 된 다음, 그 여세를 몰아 곧바로 대운하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포토제닉의 전시행정

사실 대통령도 답답할 것이다. 경제 살린다는 구호로 당선은 됐는데, 경제를 살릴 뾰족한 수는 없고.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는 유인촌 주연의 드라마에서 나온 허구일 뿐이다. 현실은 허구와 다르다. 사실 그는 진짜로 경제를 살리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다 보니 경제 살리는 시늉을 하는 데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으로 구축된 이미지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니,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동일한 방법으로 할 수밖에 없다.

당선인 시절 그는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뽑았다. 이 이벤트는 물론 '전 정권의 무능'과 '새 정권의 효율'을 강조하는 시각적 상징으로, 당시에는 제법 설득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가 사진을 찍고 지나간 그 자리에 무엇이 남았던가? 전봇대를 불평하던 그 트럭들이 과적으로 마구 망가뜨린 도로가 남았다. 물론 그것을 보수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해야 할 일이다.

사관학교 행사에서는 연단을 없애더니, 청와대에 들어와서는 탁자를 원탁으로 바꾸고, 칸막이를 없애 버렸다. 이 격식파괴는 언뜻 노무현식 권위주의 해체로 보이나, 본질은 전혀 다르다. 모든 일에 일일이 참견하고 간섭하는 것은 그가 타인의 능력을 못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식 격식 파괴의 악센트는 '실용'에 가 있다. 즉 자신이 정치적 형식주의를 기업적 실용주의로 바꾸어 놓고 있다는 메시지다.

아침 일찍 출근해 샌드위치 먹는 것도 같은 맥락.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이나, 저녁형 인간이나 능력과 성과에는 아무 차이가 없단다. 괜히 대통령 따라해야 하는 장관 따라 해야 하는 국장 따라해야 하는 과장 따라 해야 하는 말단 공무원들이 안 됐다. 그는 하루 4시간 자는 능력을 과시하는데, 본디 '잠'이란 뇌가 휴식하는 현상,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사는 이는 하루 네 시간 잠만으로 충분할 게다.

북조선식 현장 정치

이 모든 포토제닉 이벤트는 결국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겨 당선이 되었으나, 경제를 살리는 데 쓸 수단은 한정되어 있다. 국민들의 불만이 늘어갈수록, 그는 더욱 더 그것을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시각적 이벤트에 집착할 것이다. 기업을 향해서는 VIP룸의 개방, 핫라인의 개설, 서민을 향해서는 현장 방문의 이벤트를 강화할 것이다.

이명박의 리더십이 북조선을 닮았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는 손수 '새벽별 보기 운동'을 실천하며, 공무원들에게 '천 삽 뜨고 허리 한 번 펴기 운동'을 주문한다. 현장에 강림하여 인민을 감동시키는 것(노무현의 경우, 괜히 민폐나 끼친다고 현장 방문을 되도록 삼갔다.), 현장을 방문해 사소한 것에까지 시시콜콜 교시를 내리는 것, 주변을 자기 심복으로만 채우는 것도 영락없이 수령 동지의 스타일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아마도 그의 의식이 수령 동지의 의식과 비슷하기 때문일 게다. 북조선에서 수령은 뇌수, 인민은 수족으로 여겨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식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조선에서 온 인민이 수령 덕에 살아가듯이, 그도 남조선 인민의 살 길은 오로지 자신만이 개척할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그의 일인독재 스타일은 도취에 가까운 자기환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전망(prospect)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눈은 과거로 돌아가기(retrospect) 마련이다. 미래를 향해 기획(project)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제 꿈을 과거로 거꾸로 던질(retroject) 수밖에 없다. MB의 통치 스타일은 남조선의 박정희와, 북조선의 김일성이 경쟁을 하던 시절에나 통하던 것. 이 과도한 시대착오가 <조선일보> 눈에도 우습게 보였던 모양이다. 대통령에게 좀 더 큰 것에 관심을 가지라고 주문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카리스마, 다른 한편으로는 '큰 시장, 작은 정부'라는 신자유주의 이념. 양자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작은' 정부로 어떻게 '큰' 시장을 살린단 말인가? 그것은 '동그란 삼각형'과 같은 형용모순이다. 이명박 정권의 자가당착, 자기모순, 좌충우돌은 바로 이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원칙과 철학 없이 우왕좌왕하는 행태는 앞으로 5년간 계속 반복될 것이다.

최근의 예를 들어 보자. 그는 영어 교육의 강화를 위해 더 많은 교사를 확보하여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며칠 전에는 화성을 방문하여 '살인의 추억'이 있는 그곳에 경찰서가 없어서야 말이 되냐며, 다른 것은 몰라도 경찰 인력만은 늘리겠다고 말한다. 문제는 경찰과 교사는 공무원이라는 사실. 전 정권에서 공무원을 6만 명이나 증원했다고 비난했던 게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전 정권에서 늘린 공무원의 압도적 다수는 교사와 경찰이었다.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 출처 :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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