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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혜경이 쓴 <기적의 유치원> 겉 표지 |
ⓒ 쌤앤파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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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쯤 전, EBS 세계의 교육현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마라톤 아이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만 5세, 우리 나이로 7살 아이들이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고 후지산 등반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가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7살 아이들이 졸업을 앞두고 노고단까지 겨울 산행을 다녀오곤 하였는데,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 후지산 정상등반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비할 수가 없겠더군요.
신간 목록에서 <기적의 유치원>을 주저 없이 고른 것은 이 책을 쓴 저자 조혜경씨가 바로 세계의 교육현장 '마라톤 아이들' 편을 제작한 EBS PD였기 때문입니다. 방송을 보고 받은 충격과 영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가 쓴 책이라면 방송에서 못다 보여준 이야기를 책에 담았을 것이라 기대하였지요.
<기적의 유치원>에는 조혜경 PD가 직접 취재한 '마라톤 아이들'로 유명한 세이시 유치원,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요코미네식 교육법'으로 유명한 토리야마 어린이집, 독특한 먹을거리 교육을 하는 요시노 어린이집, 그리고 스즈키 음악학원, 일본 왕실 학교 가쿠슈인, 메구미 동물 유치원과 성 마거릿 초등학교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마라톤 아이들, 2005년 11월 6일, 오사카 시민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13명의 만 5세 아이들 중 11명이 6시간 51분(제한시간 8시간)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풀코스를 완주하였습니다. 2002년부터 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하였는데, 첫해 7명 완주, 2003년 10명, 2004년 5명 중 4명이 제한시간 안에 풀코스를 완주하였다고 합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유치원 아이들
바로 유명한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는 원장은 74세의 테츠무라 카즈오입니다.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은 매일 아침 운동장과 유치원 주변을 열 바퀴씩 뛰는데 한 바퀴가 300미터, 매일 3킬로미터를 달린다고 합니다.
"세이시 유치원의 아이들은 매일, 천천히, 즐겁게 달린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달린다. 원칙적으로 비가 내릴 때는 달리기를 하지 말아야 정상이지만 여름철에는 이슬비나 소나기가 내려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3세 아이들은 한 번에 300미터이상 달리게 하지 않는다.......쉬운 목표를 정해 어린아이를 천천히 달리도록 유도한다. 장난치며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달린다.......날마다 달리는 코스를 조금씩 달리해서 미로 찾기 놀이를 하듯 달리기도 하고, 미끄럼틀을 올라갔다 내려오기도 하고, 여름철에는 달리는 아이들에게 호스로 물을 뿌려 샤워하면서 달리는 즐거움까지 맛보게 한다." (본문 중에서)
매일 아침 3킬로미터를 달리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곳 아이들은 웃옷을 벗고 맨발로 달린다고 합니다. 겨울에도 반팔셔츠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것이 전부라는 겁니다. 맨발로 달리는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은 달릴 때 뇌가 자극되고 유산소 운동을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뇌가 좋아지고 암기력도 향상된다고 합니다.
뇌를 발달시키려면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유산소운동으로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면 뇌세포가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은 3시간이나 걸리는 6막의 긴 연극 대사를 암기해 낼 만큼 뛰어난 암기능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일 아침 하던 달리기를 멈췄더니 아이들의 연극대사 암기능력이 떨어졌다가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였더니 암기능력을 회복하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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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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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60회 등산, 3776미터 후지산을 오른다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은 마라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20회 정도 등산을 하며 3년 동안 60개의 산을 오른다고 합니다. 다섯 살이 되면 오사카 주변 해발 1000미터의 산들을 모두 정복하고 마지막엔 해발 3776미터 후지산을 오른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등산과 마라톤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는다. 그러는 동안 자신감이 쌓이고 의욕적인 아이로 성장해간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은 도전과 성취에서 얻은 자신감도 높지만,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경험을 쌓아가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을 것이 분명합니다. 어려운 일을 만나도 쉽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지요.
세이시 유치원은 마라톤과 등산 외에도 특별한 활동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진흙 구덩이에서 온몸으로 흙놀이를 합니다. 모래놀이도 빠지지 않습니다. 또 1년 내내 물놀이를 시킵니다. 실제 아이들은 흙과 물만 있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놀 수 있는데,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누리면서 자란다는 겁니다.
세이시 유치원에는 장난감이 없고 아이들은 찌그러진 냄비, 그릇, 나무조각, 폐품 따위를 가지고 노는데 그것이 아이들이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밑천이 된다는 것입니다.
"소꿉놀이에서 장난감 배는 기껏해야 배밖에 될 수 없어요. 장난감 차 역시 차라는 용도 외에는 달리 사용할 데가 없어요. 하지만 나무토막들은 배도 되고 차도 될 수 있어요. 아이들은 이 나무토막으로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가지고 놀 수 있어요." (본문 중에서)
비싼 장난감, 두뇌 발달을 돕는 교구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흙과 물, 호기심을 자극하는 자연환경이 아이들 두뇌발달에도 더 좋다는 것입니다.
진흙놀이, 모래놀이, 물놀이가 두뇌 발달의 기초
세이시 유치원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하는 마음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예쁘다, 아름답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감정, 친구가 되는 감정, 신나게 놀면서 뭔가를 만드는 창조력, 사물을 생각하는 힘, 바로 지혜'를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유아기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작은 그릇에 지식을 집어 넣는 시기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활동, 놀이를 통해 그릇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토리야마 어린이집은 최근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토리야마 어린이집에서 시작된 요코미네식 교육법을 다룬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잡지, 방송들도 앞 다투어 소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토리야마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2세부터 히라가나를 익히기 시작해 3세가 되면 책을 읽고 글자를 쓴다. 5세가 될 때까지 무려 2500권의 책을 읽고, 3세가 되면 악기 연주를 시작해 절대음감을 갖게 되고, 4세부터는 1인 1악기를 익혀 합주를 한다. 4세에 주산을 시작해 졸업하기 전에 7급 자격증을 딴다." (본문 중에서)
이뿐만이 아닙니다. 물구나무서기로 걸어 다니고, 키보다 20센티는 높은 10단 뜀틀을 뛰어넘는다고 합니다. 토리야마 어린이집은 다수의 한국 엄마들이 딱 좋아할 만한 어린이집입니다. 공부면 공부, 음악이면 음악, 운동이면 운동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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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속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춰 성장하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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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히라가나, 3살이면 읽고 쓰는 요코미네식 교육법
그렇지만 '경쟁을 가르치는 교육', '천재교육법' 같은 수식어들 때문에 이른바 요코미네식 교육법에는 쉽게 공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아이답지 않은 아이들로 자라는 것 같아 적지 않은 거부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요코미네 요시후미 원장을 인터뷰를 읽고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기는 하였습니다.
"아기는 태어나서 1년이 지나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데 걸을 수 있잖아요. 그 원리를 교육에 적용시키는 겁니다. 아기는 매일 자요. 자는 건 잘하죠. 자는 걸 잘하게 되면 뒤집기를 시작해요. 뒤집기를 잘하게 되면 엎드리게 돼요. 엎드리기를 잘하게 되면 앞으로 가게 돼요. 기어 다니는 거예요. 잘 기어 다니면 잡고 서죠. 잡고 서기를 잘하면 비로소 걷기 시작해요." (본문 중에서)
때가 되면 혹은 앞선 단계를 충분히 잘하게 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때가 되지 않았는데 가르치면 잘 할 수도 없고, 아이가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즉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수준을 높여주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자는 뜀틀을 예로 설명합니다. 6단을 넘지 못하는 아이에게 6단 뜀틀을 연습 시킬 것이 아니라 5단을 충분히 연습시켜 여유있게 넘을 수 있도록 훈련 시키라는 것입니다. 5단을 충분히 여유있게 넘을 수 있게 되면 6단을 아슬아슬하게 넘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조기 교육 성공 사례는 공감할 수 없어
그래도 여전히 공감이 안 되는 것은 '조기교육'입니다. 2살에 히라가나 3살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유치원 아이들이 책을 2500권이나 읽는 것이 정말 때에 맞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경쟁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킨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십 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얻은 결론은 아이들은 경쟁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유아들은 경쟁하는 상대가 없으면 의욕이 생겨나지 않아요.......아이들이 좋은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의욕과 집중력을 끌어내는 거예요." (본문 중에서)
요코미네 요시후미 원장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여러 가지 반론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은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직 배울 때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의욕을 불러일으키려니 경쟁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 뒤집고, 기어가고, 일어서고 마침내 걷는 것은 가르치지 않아도 경쟁시키지 않아도 때가 되면 다 한다."
이런 생각들입니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요코미네식 교육법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두 살 아이는 두 살의 즐거움을 누리고, 세 살 아이는 세 살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교하지도 서두르지도 포기하지도 말자
그렇지만 이 책 <기적의 유치원>을 읽으면서 요코미네식 교육법은 물론이고 생후 3개월부터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스즈키 음악교육법, 품격을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왕실학교 가쿠슈인, 동물원 같은 메구미 유치원, 동물 동반 교육을 하는 성 마거릿 초등학교 같은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주 많이 부러웠습니다.
자연에서 나온 재료와 현미밥으로 먹을거리 교육으로 건강한 아이들을 키우는 요시노 어린이집 사례와 생물 진화의 과정 담은 동작들을 되풀이하는 사쿠라 사쿠란보(벚꽃 버찌) 리듬운동 사례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책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아쉽지만 서평에서 <기적의 유치원>에 나오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본 유아교육 사례를 모두 알려드리지는 못합니다. 여러 사례들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직접 책을 읽는 수고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 <기적의 유치원>에서 읽은 가장 인상 깊은 한 구절을 전해드립니다. 교육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실력을 비교하지도, 서두르지도, 포기하지도 말자. 아름다운 나무도 싹을 틔우는 시기가 다르고 꽃을 피우는 시기도 다르다. 언제 아이의 꽃이 필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피어나는 것만은 분명하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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