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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간지 만평으로 본 삼성 비자금 의혹 (하)


경향, 비평의 칼날을 정면으로 겨누다
 
경향신문의 만평이 가장 충실하게 삼성비자금 의혹을 만평에 반영했다. 중심주제로 다룬 16회 가운데 11회에서 의혹 대상인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을 직접 등장시켜 풍자의 효과를 높였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다루는 데 있어 에둘러 빙빙 돌리거나, 애매한 은유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않았다. 또한 사태의 경과에 따라 드러나는 새로운 사실들을 만평에 녹여냈다.
 
 
2007년 11월 5일자 경향신문 만평
ⓒ 경향신문
 

사제단의 2차 기자회견 전날인 11월 4일 ‘회장 지시사항’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로비지시 문건이 공개된 다음날 만평에서 “현금도 호텔할인권도 와인도 안통하면 비행기 표와 휠체어 준비해라!”며 직접 비꼬았다.


 
2007년 11월 15일자 경향신문 만평
ⓒ 경향신문

또 11월 14일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삼성비자금 특검 법안을 공동 발의한 다음날일 11월 15일에는, 이건희 회장과 특검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는데 칼을 뽑아든 특검을 뒤에서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밀려고 한다는 비유를 통해, 공동 발의한 특검법에 부정적인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실제 다음날 청와대는 “공직 부패 수사처 설치법이 삼성 비자금 특별법과 함께 처리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2007년 11월 21일자 경향신문 만평
ⓒ 경향신문

특히 11월 19일에 있었던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폭로 후의 만평을 보면 경향 만평의 ‘비판적인’ 자세가 얼마나 철저한지 알 수 있다. 19일 폭로는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2004년 청와대 재직 시절 삼성전자 법무팀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가 돌려주었다고 밝힌 것인데, 증거 사진까지 있어서 그동안의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경향은 11월 21일 만평에서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폭로가 삼성과 함께, 삼성에 친화적인 청와대, 정치권, 법원, 언론 등을 등 그림에 넣어서 묘사했다. 이는 삼성 비자금 문제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층 전반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11월 20일자 한겨레신문 만평
ⓒ 한겨레 신문

한겨레도 20일자 만평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다발 중에 하나가 청와대 지붕에 튕기고, 또 그 아래 많은 사람들 중 이명박 대선후보(지금은 당선자)와 검찰을 그려 넣음으로써 경향과 비슷하게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2007년 11월 20일자 서울신문 만평
ⓒ 서울신문
 
2007년 11월 20일자 조선일보 만평
ⓒ 조선일보

하지만 서울신문은 20일자 만평에서 특검거부권을 언급했던 노무현 대통령 당황한 표정을 통해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폭로의 영향력 중 극히 일부를 드러냈고, 조선일보 또한 20일자 만평에서 ‘5년 만에 고해성사 1호’라는 텍스트와 고개 숙이고 침묵하고 있는 청와대 사람들을 통해, 삼성 비자금 의혹을 청와대 측근 비리의 문제로 접근했다. 한국일보는 아예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폭로와 연관된 만평은 없었다.


'8대 비리의혹' 경향과 한겨레만이 주목


11월 26일에 ‘8대 비리의혹’이라는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의 추가폭로가 있었다. 이날 폭로에서는 ‘삼성물산 2000억원 비지금 조성’, ‘홍라희 비자금으로 미술품 구입’,‘이건희 재산 임직원 명의 차명 관리’, ‘법원 직원 매수 기록조작’, ‘시민단체 주요인사 인맥관리’, ’회계, 법률 사무소 비리개입 의혹‘, ’중앙일보 위장계열분리‘, ’분식회계 5개사 7조원‘ 등등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비중이 있고 중요한 내용이었다.


 
2007년 11월 27일자 경향신문 만평
ⓒ 경향신문
 
2007년 11월 27일자 한겨레신문 만평
ⓒ 한겨레 신문

역시 경향신문의 다음날(11월 27일)만평을 보면, 전날 폭로내용 중 ‘중앙일보 위장계열분리’를 표면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위장의 일각…’이라는 텍스트로써 여러 가지 다른 의혹도 암시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또한 같은 날 만평에서 중앙일보 문제로 주요 내용으로 다루면서도, ‘처남 거라니까’라는 말풍선과 이명박 대선후보를 같이 그림에 넣어 도곡동 땅 문제도 넌지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나 한국일보, 서울신문의 만평에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특히 경향신문을 제외하고, 심지어 한겨레신문까지 포함한 조사한 모든 신문이 이 시점부터 삼성 비자금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BBK 대선 정국이라는 상황과 12월 7일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삼성 비자금 문제는 일간지 만평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2007년 11월 23일자 조선일보 만평
ⓒ 조선일보
 
2007년 11월 26일자 한국일보 만평
ⓒ 한국일보
 
2007년 11월 14일자 서울신문 만평
ⓒ 서울신문


또 하나 짚고 넣어가야 할 점이 있다. 경향과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신문은 등장인물로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로고 등을 직접 그려 넣는데 대단히 소극적이었다. 조선일보의 경우, 등장인물로 검찰과 노무현 대통령을 등장시켰으며, 초점도 삼성문제를 직접 다루기 보다는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는 재료로 삼성 비자금 문제를 써왔다. 서울신문과 한국일보도 검찰이나 특검법을 둘러싼 정치권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으며, 단 한번도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그룹을 상징하는 로고를 그림의 소재로 쓰지 않았다.


음모론적인 시각은 아쉽다


 
2007년 11월 8일자 경향신문 만평
ⓒ 경향신문


경향신문의 만평이 삼성 비자금 문제를 가장 충실히 다루었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다. 바로 ‘음모론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점에서 그렇다. 11월 8일자 만평을 보면,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것이 ‘차떼기 값’을 하는, 즉 삼성 문제에 대해 ‘물타기’로 나왔다는 듯 묘사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 되지 않았으며, 논리적으로도 비약인 면이 있다는 점에서 자칫 감정적인 삼성 비판으로 비칠 수 있다.


검찰이나 청와대, 언론에 대한 비판은 그전부터 일종의 ‘사회적인 혐의’가 있어왔다는 점에서 덜 감정적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언론과 검찰의 '물타기 혐의'와 이회창 전 대표의 '물타기 혐의'는 분명 다른 것이다.


시사만화는 분명 시사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해당 신문사의 논조와 크게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만화의 시각적인 인상은 오히려 글로 된 기사나, 논평보다 독자에게 깊이 각인된다. 또한 쉽게 설득을 당하기도 한다. 만화 특유의 해학성과 풍자성은 분명 독자에게 촌철살인의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사실 관계의 기반이 무르다는 것을 독자들은 명확히 의식해야 한다. 시사만화를 즐겁게 보면서도 비판적으로 봐야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출처 :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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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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