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들른 프랜차이즈 문구점에 손가락만 한 플레이모빌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장식돼 있었다. 즐겨보던 드라마 주인공은 우울할 때면 레고가 쌓인 방에 틀어박혀 조립하고 뜯으며 마음을 풀었고, 인터넷 뉴스에서는 네덜란드 잔드부르트 해안에 갑자기 떠내려 왔다는 2.5미터 크기의 레고 사진이 떠돌며 ‘제2의 트로이 목마가 아닐까’ 하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어린 시절 멋모르고 뚝딱뚝딱 갖고 놀던 레고나 어른이 돼서야 알게 된, 처음에는 레고라 착각했던 플레이모빌은 특유의 귀여움과 깜찍함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보고 '키덜트 문화'를 운운하겠지만 컬렉터들은 레고며 플레이모빌을 모으는 것은 우표를 모으고, 음반을 모으는 것과 품목만 다를 뿐 같은 취미활동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들이 남다른 품목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있다.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에서 클라라가 살아 있는 장난감들을 발견한 것과 같다거나, <트랜스포머>의 샘이 범블비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라나. 보통의 품목보다 좀 더 생동감 있고, 하나의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는 느낌이란다. 사람들 마음속에 침투한 이 조그만 녀석들의 궤적을 좇았다.

렛츠 ‘플레이’ 투게더!

이 둘의 매력은 한 마디로 ‘유희(play)’에 있다. 플레이모빌은 이 키워드를 아예 겉으로 드러내는 반면 레고는 속으로 품고 있는데, 살짝 비틀면 이내 ‘놀다’라는 뜻이 튀어나온다. 1932년 덴마크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장난감을 만들다가 이름을 생각해냈는데, 바로 덴마크어로 ‘잘 놀다’라는 뜻인 ‘Leg godt’를 줄인 말인 ‘레고’가 그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레고는 1958년에야 지금의 형태를 띠게 됐고 점차 놀이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친구들인 바비 인형이나 양배추 시리즈 혹은 비행기 모형과 함께 어린아이들의 필수 장난감이 됐다.그에 비해 플레이모빌은 조금 생소하다. 80년대 잠깐 수입됐다가 중단돼 최근까지 소수의 컬렉터들만이 취급해왔기에,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만들어진 플레이모빌은 1974년 국제 토이페어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로 30년 이상을 아이들에게 사랑받아온 국제적인 장난감이다. 심지어 고작 7cm에 불과한 이 피겨들의 생산량이 손을 서로 잡아주면 지구 두 바퀴는 너끈히 돌 정도다.

하지만 어린 시절 놀이도구로서의 추억은 두 장난감에 빠져들도록 만드는 초보적인 모티브에 불과하다. 컬렉터들은 오히려 어른이 돼서 느끼는 색다른 놀이로서의 매력이 더 크다고 말한다. 어렸을 적에는 무작정 블록을 쌓고 인형놀이를 하며 장난감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즐겼지만 어른이 돼서 하는 놀이는 좀 다르다. 정교한 생김새와 다양한 시리즈를 보며 그 다채로움에 감탄하고 자신의 컬렉션을 채우는 귀중한 전시품으로서의 매력도 알게 된다. 이른바 그들에게 이 장난감들은 전시 놀이로서의 ‘유희’다.

레고와 플레이모빌은 다르다?

쭉 진열된 레고 피겨와 플레이모빌 피겨가 있다면 사람들은 과연 잘 구별해낼까? 알고 보면 확연히 다르지만 플레이모빌을 이제야 접하게 된 사람들은 혼동하기 마련이다. 일반적 레고 피겨는 노란 얼굴과 통짜몸매, 짤막한 팔다리, 똑같은 크기를 유지해 구별이 어렵지 않지만 요즘 생산되는 특정 레고 피겨들은 크기나 색, 형태에 있어 자유로워져 플레이모빌과 일견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 확실히 구별하려면 일단 피겨의 발바닥을 보면 된다. 레고는 기본적으로 블록인 반면 플레이모빌은 하나의 독립된 모빌이다. 레고의 발바닥에는 레고 블록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결합구조가 있다. 흡사 문어의 빨판처럼 생겨 피겨를 레고 블록에 세울 수 있고, 레고 블록끼리 결합시켜 여러 가지 다른 모양체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특정한 성이나 해적선 시리즈를 사더라도 창의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레고다. 반면 플레이모빌은 피겨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일반적인 레고 피겨보다 좀 더 정교한 사람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를테면 눈, 코, 입은 그린 것이 아니라 상감청자에서 문양이 그러하듯 다른 색의 재료를 이목구비의 틀에 짜 맞춰 끼우는 사출법을 택한다. 덕분에 지워질 염려가 없어 좀 더 정교한 장난감이 되는 것이다. 발바닥에는 빨판 문양이 없으며 대신 신발 끈과 굽이 표현된 정교한 신발이 신겨 있고 블록이 아니므로 세우기 위해서는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또 플레이모빌의 집이나 건물에서는 블록형 결합구조가 없어서 부순 뒤 아예 다른 형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아기자기한 완제품으로써 소장하기 위해 여자들이 더 선호하는 것이 플레이모빌이다. 반대로 레고 컬렉터의 대부분은 남자다. 이들은 뜯고 또 짓고, 마음껏 변형 가능한 레고의 특징을 높이 산다. 특히 성 시리즈나 해적선 시리즈들은 인기 품목이다.

레고와 플레이모빌은 같다?

하지만 두 장난감이 표현해내는 세상은 많이 닮아 있다. 원래 플레이모빌은 실생활을 그대로 재현한 시리즈에 집중하고 레고는 특별한 테마 위주의 상품을 만들었지만, 요즘 두 장난감의 행보는 유동적이다. 플레이모빌은 빅토리안 시리즈를 비롯해 동화 시리즈 등 소장가치가 높은 제품들을 만들어냈고 레고 역시 경찰서나 소방서 등의 일상적인 공간은 물론이고 <해리 포터>나 <스파이더맨><스타 워즈> 등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테마 시리즈를 추가했다. 또한 PC와 연결하는 ‘마인드스톰’이나 로봇 시리즈인 ‘바이오니클’을 출시하면서 사업을 다양화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생산된 장난감들은 하나의 세상을 만들었고, 장난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테마파크를 통해 좀 더 사람들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레고 사는 1968년 덴마크에 최초의 레고랜드를 개장했고 온통레고 블록으로 이뤄진 미니어처 타운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와 독일, 영국까지 총 4개의 지역에 레고파크가 있으며 1999년에는 우리나라의 경기도 이천이 레고랜드 부지로 언급되기도 했다. 한편, 플레이모빌의 테마파크인 '펀파크'는 아직은 독일과 미국 두 곳이 전부다.

어쨌든 레고랜드든 펀파크든 수많은 레고와 플레이모빌이 가득한 환상의 세계임은 틀림없다. 아이들은 무수한 장난감을 통해 세상 곳곳을 먼저 볼 것이며 어른들 또한 한차례 추억에 잠기거나 별천지를 체험할 것이다. 그곳이라면 밤이 돼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이거나 범블비처럼 나쁜 무리들을 처단해주는 환상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꿈이 이뤄진다면 아니 그냥 상상할 수만 있다 해도, 레고든 플레이모빌이든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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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와 플레이모빌, 여기서 만나요

희귀 아이템부터 신제품까지 레고와 플레이모빌을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마음껏 구경하시라.

토이뮤지엄

지난 4월 개관한 이곳은 레고와 플레이모빌 두 장난감만으로 가득 찬 박물관이다. 관장 이주학 씨는 10년간 모아온 레고와 플레이모빌을 2층 규모의 전시장에 꺼내놓았다. 2층에서는 블록과 조립완구들을 원하면 직접 체험학습 할 수 있으며 정기적인 놀이 프로그램도 있다. 매주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평일은 6시, 주말은 9시까지 연다.

위치 건대입구역 2번 출구 | 입장료 5,000원 | 문의 02-465-5137

인조이 플레이모빌

'천소'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이정현 씨의 작업실 겸 전시공간 겸 판매처다. 빈티지 아이템을 좋아하는 그가 해외 사이트를 두루 둘러보며 구매한 진귀한 녀석들이 많다. 플레이모빌 외에도 다양한 미니어처와 피겨를 보유하고 있으며 빈티지 아이템을 위주로 판매도 겸한다. 매주 토요일 방문할 수 있다.

위치 합정역 3번 출구 | 문의 02-3141-3337

토이룬

건대 입구에 있는 또 하나의 플레이모빌 가게. 국내의 두 수입처 중 한 곳으로 매장을 연 지 채 1년이 안 됐다. 가게 안을 채운 플레이모빌도 주로 신제품 위주다. 크기 따라 제품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며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관련 책자도 보유하고 있다. 매일 11시까지 연다.

위치 건대입구역 2번 출구 | 문의 02-467-3817

-- 출처 : 네이버 뉴스(www.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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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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