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등록금이 싸면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취업 후 등록금을 상환하도록 하는 '든든학자금' 제도와 관련해 한국장학재단(이사장 이경숙)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달 27일 이기수 고려대 총장의 "우리나라 등록금은 교육의 질에 비해 아주 싼 편"란 발언에 이어 또 한 번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공약에 배치되는 것이라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 수준은 비싼 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기수 총장 두 사람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질은 등록금에 비해 높은 편이며, 이러한 교육 수준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등록금을 낮춰서는 안 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사실일까? 정말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질이 높고 이에 비해 등록금은 싼 편일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 등록금 수준을 살펴보자. 지난해 9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총 36개국(OECD회원국 30, 비회원국 6)을 대상으로 '2009 OECD 교육지표'를 조사ㆍ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발표에서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OECD회원국 가운데 2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공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4717달러(2007년 기준)로 5666달러인 미국에 이어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 역시 8519달러로 미국(2만 517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를 차지한 호주(7902달러)와는 600달러 이상 차이가 났다.
이러한 수치를 OECD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수준과 비교해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은 GDP 대비 1.9% 수준이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0.5%)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실제 민간 가계에 미치는 부담으로 보면 우리나라 등록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셈이다.
교육의 질? 세계 100대 대학 순위를 보라
그렇다면 비싼 등록금에 비해 교육의 질은 어떨까?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QS'와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가 선정한 '2009 세계 100대 대학 순위'를 보면 이기수 총장의 발언이 얼마나 틀린 것인지 알 수 있다.
'2009 세계 100대 대학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100대 대학이 단 2곳 밖에 없다. 서울대와 KAIST가 각각 47위와 69위를 기록해 겨우 체면치레 한 게 전부다. "교육의 질이 높다"던 이기수 총장의 고려대학교는 211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보다 등록금이 싼 호주의 경우 호주국립대(17위), 멜버른대(36위), 시드니대(36위), 퀸즐랜드대 41위, 모내시대(45위), 뉴사우스웨일스대(47위), 아들레이드대(81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84위) 등 총 8개 대학이 100위권 안에 들었다.
아시아 국가들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도쿄대 22위, 교토대 25위, 오사카대 43위, 도쿄공대 55위, 나고야대 92위, 도호쿠대 97위 등 6개 대학이 100위권에 들었다. 중국의 경우도 칭화대 49위, 베이징대 52위로 우리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님을 증명했다. 게다가 홍콩은 홍콩대가 24위로 아시아지역 1위를 차지했고, 홍콩과기대 35위, 홍콩중문대 46위 등이 모두 서울대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같은 대학 순위가 교육의 질을 정확히 분석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의 질을 미뤄 짐작할 수는 있게 한다. 결국 수치상으로 봐도 우리나라 교육의 질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세계 2위 수준의 등록금을 "아주 싼 편"이라고 말하는 대학 총장, 그리고 교육의 질을 운운하며 등록금 인하를 꺼리는 대통령. 어쩌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