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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10일 스페셜 방송을 시작으로 <태왕사신기>(연출 김종학 윤상호 극본 송지나 박경수)가 시청자 앞에 첫 선을 보인다. 거대한 스케일과 천문학적인 제작비, 그리고 한류스타 배용준의 캐스팅 등으로 화제를 낳은 <태왕사신기>는 네 차례나 방영이 연기되면서 많은 논란도 일으켜왔다.
이제 첫방송을 앞두고 다소나마 안정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태왕사신기>는 여전히 논란이 될 요소를 떠안고 있다. 지금부터 5가지 측면에서 <태왕사신기>의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24부에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사극은 보통 50~60부작 정도로 기획되어 방영이 되고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주몽>(연출 이주환 김근홍 극본 최완규 정형수 정인옥)이나 <여인천하>(연출 김재형 극본 유동윤)처럼 연장이 되어서 80부작 내지는 100부작 이상으로 중간에 변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대조영>(연출 김종선 극본 장영철)이나 <불멸의 이순신>(연출 이성주 김정규 극본 윤선주)처럼 처음부터 100부작 이상으로 기획되는 작품도 있다.
이에 비해 <태왕사신기>는 24부작으로 앞서 언급한 사극들에 비하면 무척 짧은 편이다. 물론 <태왕사신기>처럼 짧은 사극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사 박문수>(연출 정인 극본 고동률 유진희)는 15부작이었고 최근 막을 내린 <한성별곡-正>(연출 곽정환 극본 박진우)는 8부작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은 그 시대의 일부 에피소드를 토대로 구성한 드라마였기에 <태왕사신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태왕사신기>는 광개토태왕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그릴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24부작은 너무도 짧다는 느낌을 결코 지울 수 없다. 자칫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일부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표절 논란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까?
<태왕사신기>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드라마이다. 인기 만화 <바람의 나라>의 작가인 김진씨는 <태왕사신기>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진씨의 말에 따르면 <태왕사신기>의 시놉시스가 작품의 줄거리와 패턴, 신시의 개념 사용, 사신(四神) 캐릭터 사용 등의 측면에서 볼 때 <바람의 나라>와 흡사한 점이 많다고 하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저작물은 개략적 줄거리와 캐릭터 성격에 있어 일부 유사점이 있지만 원고 김진씨의 작품은 단행본으로 출간된 완전한 형태의 만화인 반면 피고 송지나씨의의 시놉시스는 최종 저작물이 아닌 앞으로 저술할 드라마 시나리오 개요를 정리한 것으로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로 송지나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표절 논란은 이렇게 하여 일단락되었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만화와 시놉시스의 비교하였을 뿐이므로 완성된 드라마가 방영된다면 또 다시 표절 논란이 고개를 들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 있어 우려가 되고 있다.
역사 고증, 제대로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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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몇 사극들이 이른 바 '퓨전사극'을 표방하면서 역사에 대한 고증을 무시한 채 드라마를 제작하여 역사 왜곡 논란을 낳고 있다. <태왕사신기> 역시 정통사극이 아닌 퓨전사극이기 때문에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스틸컷이 공개되자 타이틀롤인 배용준의 갈색 염색 머리와 온라인 게임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두꺼운 갑옷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광개토대왕의 머리가 갈색이란 설정과 두툼한 철판을 이어붙인 듯한 갑옷에선 역사 고증의 흔적을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 고구려 갑옷은 비늘같은 쇳조각을 촘촘히 이어붙여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 산성에 대한 고증 면에서도 <태왕사신기>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왕사신기>는 막대한 제작비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키르키즈스탄에서 드라마의 상당 부분을 촬영하였다. 그러나 그 지역에는 고구려 산성이 아닌 평지 성이 있을 뿐이기 때문에 여타 다른 고구려 사극처럼 논란에 휩싸일 여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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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사극의 중복, 흥행에 문제 없을까?
2006년 <주몽>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사극은 '고구려 붐'이 일어났다. <주몽>에 이어 <연개소문>(연출 이종한 극본 이환경)이 고구려 사극의 바통을 이어받았고 <대조영>이 그 뒤를 이어 여전히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고구려 사극이 너무 오래 방영되어 시청자들이 다소 식상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시대 사극으로의 회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방영되거나 방영 예정인 사극인 <왕과 나>(연출 김재형 손재성 극본 유동윤)와 <이산>(연출 이병훈 김근홍 극본 김이영), <대왕 세종>(연출 김성근 극본 윤선주) 등이 조선시대로의 유턴을 이끌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태왕사신기>의 방영은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방송계에는 시청자가 선호하는 트렌드라는 것이 있는데 지금 <태왕사신기>는 그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일본 자금 유입설에 대한 찜찜함, 불식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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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기>에는 앞서 말했듯이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든 작품이고 그 액수는 430여억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일본 자금이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런 소문에 대해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에서는 제작비로 일본 자본이 유입됐다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라고 하면서 국내 금융권과 개인 투자자를 통해 조성된 것과 일본에 <태왕사신기> 관련 컨텐츠를 선판매하여 자금을 모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에서 제작비를 투자받은 게 아니라 순수하게 <태왕사신기>를 미리 수출하여 번 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 여류 비행사 '박경원'이라는 인물의 삶을 그렸던 영화 <청연>(감독 윤종찬)이 지금의 <태왕사신기>와 비슷한 논란에 직면한 적이 있다.
온라인 상에서 네티즌들이 박경원이라는 인물의 친일 행적을 파헤쳤고 이것이 친일 영화라는 소문과 일본 자금 유입설로 번졌다. 결국 <청연> 관람 금지 운동까지 펼쳐지며 120억을 들인 대작은 흥행 참패를 하고 말았다.
물론 <태왕사신기>는 <청연>처럼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스타 배용준의 출연 때문에 이런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런 소문이 결코 좋을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 찜찜함을 하루 빨리 불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태왕사신기>는 우리 민족의 최고의 영웅 중 한 명이라고 일컬어지는 고구려의 제 19대 태왕인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런 만큼 시청자들 역시 기대가 무척 클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여러가지 우려 속에서도 <태왕사신기>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 <태왕사신기>가 이런 우려를 보란 듯이 떨치고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다음주를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