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 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공정택

공정택 서울교육감은 지난해 7월 치른 최초의 민선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1.7%P의 박빙의 차이로 '교육대통령'에 재선되었다. 선거 과정에서도 각종 불법 선거 시비로 구설에 올랐고, 선거 후에는 현직 학교장과 학원장 등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부적절하게 받은 돈이 밝혀져 물의를 일으켰다.


결국 검찰에 의해 사설 학원장에게서 1억 900여만 원을 무이자로 빌린 것에 대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4억 원에 이르는 돈을 부인이 차명으로 관리하다가 선거 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재산신고 누락 혐의로 공직자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3월, 징역 6월이 구형되었던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되는 벌금 150만 원을 받았고, 6월 10일 2심에서도 똑같은 형이 선고되었다. 2심 선고까지만 보고 물러나겠다던 공 교육감은 억울하다면서 말을 뒤집고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검찰이 징역 6월을 구형했고 1, 2심에서 모두 재산신고 누락이 인정되어 당선 무효형인 150만 원의 벌금을 받기는 했지만, 이는 공정택 교육감이 저지른 여러 가지 행위들의 아주 일부에 대해서만 죄를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공정택 교육감에 비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 전 대통령)에게는 검찰이 너무나 가혹하고, 이중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한 공 교육감의 혐의와 (예상을 깨고) 공개적으로 뇌물죄가 인정된다고 밝힌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비교해 보자.


돈을 준 사람이 이렇게 달랐다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주었다고 자백한 사람은 지방 중소기업인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돈의 규모는 아내와 아들, 조카사위 등을 통하여 최대 640만 달러이고 노 전 대통령 측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정상적 투자를 빼면 100만 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에 돈을 준 박연차 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 동향 출신에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정치인 노무현을 재정적으로 후원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검찰 내부에서조차 업무연관성이 있는 어떤 직책에 있는 사람이 특정한 대가를 조건으로 받는 일반적인 뇌물과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어쨌든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회장은 20년 넘게 알았던 사람이다. 검찰 역시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박 회장에게 어떤 이익을 대가로 주었는지에 대한 어떤 증거도 내보이지 못하고, 그냥 포괄적 뇌물이라고만 언론에 흘렸다.


이와 비교해 공 교육감에게 돈을 준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22억 원 정도 되는 선거자금 중 최소 15억 원 이상을 사설학원장에게 빌리거나 그의 보증으로 은행에서 빌렸다. 인간적인 관계가 전혀 없다는 S학원 사학 이사에게 3억 원을 빌리고, 현직 학교장과 교감, 그리고 학교급식업체 사장, 학교 공사업체 사장, 자립형사립고 우선협상대상자 등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았다. 


  
공정택 서울교육감
ⓒ 남소연
공정택

첫 번째, 선거자금의 대부분을 사설학원장들로부터 마련한 것부터가 문제가 된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공 교육감과 특수관계인 제자와 친인척 관계라는 점을 인정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일부 사설학원 강사들이 아무런 친분이 없음에도 적금 통장을 깨서 공 교육감에게 선거자금을 빌려주었다고 하는데도, 검찰은 아무런 대가성이 없다면서 그냥 넘어갔다.


공 교육감은 30명에 이르는 현직 교장과 교감, 교사들에게서 선거 자금을 받았다. 이후 문제가 되니 돌려주었다고 하는데 검찰은 "교장들은 이것이 불법인지 몰랐다"고 봐주고, "교장과 공 교육감은 아무런 업무연관성이 없다"며 공 교육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사설학원업자인 제자 최모씨로부터 수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서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는 과정 역시 의혹 투성이다. 왜 공 교육감은 무이자로 빌려 놓고도 국회에서는 이자까지 쳐서 갚았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그리고 왜 최씨는 이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돌려받을 생각도 없이 그냥 준 돈이라고 했을까?


둘 중 어느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데 검찰은 이 부분도 밝히지 않았다.


과연 서울교육감과 그가 직접 인사권과 지도감독권을 가진 교장, 교감이 아무런 업무 연관성이 없고, 서울교육감의 감사와 지도감독 대상인 사설학원과 교육감이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가? 과연 이들의 관계가 노 전 대통령과 20년 지기 후원인인 박연차 회장 사이보다 업무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공 교육감에게 돈 준 사람들, 모두 업무 연관성 없다?


두 번째로 학교 급식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다. 최소 3개 이상의 급식업체가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은 액수의 돈을 갖다 주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은 아무런 범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은 학교 급식의 직영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으며, 공 교육감은 법으로 규정된 급식 직영 전환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직영 급식을 지도감독해야 할 서울교육감에게 직영급식이 되면 심각한 영업손실을 입을 것이 명확한 급식업체 사장이 순수한 마음으로 돈을 주었다고 하는 말을 어느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과연 급식업체 사장과 서울교육감의 관계가 정치인과 20년 지기 후원인 사이의 연관성보다 적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세 번째로, 더 놀라운 것은 자립형사립고 우선협상 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회사와 공 교육감의 관계이다. 자립형사립고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하나금융지주회사 회장과 하나은행장은 각각 공 교육감에게 선거 자금을 주었다. 처음에는 부정하다가 결국 개인적인 친분으로 주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교육감 당선 이후 곧바로 하나고 설립을 인가받아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올해 1월 30월 하나고는 서울시와 임대계약까지 마쳤는데 서울시는 651억 원을 주고 산 땅을 0.5%의 임대요율로 하나금융 측에 50년간 임대하고, 기간 만료 후에 50년 범위 내에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민국 어느 사립학교에도 준 적이 없는 파격적인 특별대우다. 이런 상황에서도 검찰이 공 교육감과 하나금융회장과 행장의 후원금이 아무런 업무 연관성이 없다면서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검찰이 보기에 정말 자립형사립고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하나금융지주회사의 회장-은행장과 서울교육감의 업무연관성보다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업무연관성이 더 컸던 것일까?


네 번째로, 검찰은 S사학법인 이사에게 3억의 거금을 빌린 사실도 무혐의 처리했다. 이 사학 소속의 학교들엔 최근 수년간 다른 학교들에 비해서 훨씬 많은 공사비가 지원돼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이사는 개인적으로 공 교육감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데, 왜 알지도 못하는 그에게 3억 원이라는 거금을 선거자금으로 빌려주었는지 검찰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학이사가 아무 친분도 없고, 자신을 지도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교육감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선뜻 3억 원을 선거자금으로 빌려주었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검찰은 이것도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회장의 관계보다 더 인간적으로 친밀한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공정택이 받으면 무죄, 노무현이 받으면 유죄  


  
대검찰청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만표 수사기획관.
ⓒ 유성호
박연차 게이트

뇌물죄는 단순히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범죄이다. 단순히 돈을 주고 받은 것은 민사상의 권리의무관계이지 형사상의 범죄 유무와는 상관없다. 이번 박연차 수사에서 신한금융 회장이 박 회장에게서 50억 원을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어서 무혐의 처분되고,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이 받은 상품권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뇌물은 돈을 준 사람과 돈을 받은 사람 사이의 업무 연관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어야 성립하는 범죄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교육대통령'인 공 교육감이 개인적 친분이 거의 없는 현직학교장, 교감, 사학이사, 학교급식업체사장, 자립형사립고 우선협상대상자 등에게서 받은 선거 자금은 불법이 아니라서 무혐의 처분하고, 노 전 대통령 측에서 20년 지기 후원인에게서 받은 돈은 범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검찰의 논리이다.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관계를 고려해보면 공 교육감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처분에 대해 검찰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또는 형법 어디에도 '교육대통령'은 받아도 되고, 대통령은 받으면 안 되는 돈이 따로 구분돼 있지는 않을 것이다.


포괄적 뇌물죄?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된다면 '교육대통령'이라는 서울교육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감은 받아도 되고, 대통령은 안 되는 돈은 대한민국 헌법과 형법에 없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돈을 받았는지 여부도 증명하지 못했다.


뇌물죄 성립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돈의 사용처가 아니라 돈의 출처이다. 결국 그 돈을 누구에게서 왜 받았느냐 하는 것이 뇌물죄의 판단 근거라는 의미이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받은 돈의 출처는 명확했다. 모두 그의 20년 지기 후원인이라는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돈이다. 둘의 관계도 확실하고, 돈의 출처도 확실하다. 그렇다면 검찰이 범죄 성립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그 돈을 왜 받았는지, 그 돈의 존재 여부를 알았는지, 그리고 그 돈으로 인한 대가가 무엇인지 등을 밝혀야 하는 것이 법적 상식이다.


그런데 검찰은 돈의 출처도, 두 사람의 관계도 확실한데 범죄와는 아무 관련 없는 돈의 사용처를 캐고 다니면서 대통령과 가족들에게 망신을 주었다. 전두환이나 노태우가 현재 가치로 수조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았음에도 돈을 어디에 썼는지 밝히지 않은 것과 비교해 보면 검찰의 행동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검찰의 이중잣대, 의혹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어떤 이득을 주었는지, 그 돈의 존재를 재임 중에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생전에 아무 것도 밝히지 못하였고, 서거 이후에 말이 없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하여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공소권이 없으므로 증거는 밝히지 않고 진실을 역사에 기록으로 영원히 남긴다'는 발표를 한다.


이로써 온 국민 앞에 노 전 대통령이 범죄자이지만 죽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검찰 발표를 두고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면서 격분했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에 비하면 공 교육감의 아내가 가지고 있었다는 4억 원이 넘는 차명 재산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공 교육감의 부인은 칠순 노인으로 아무런 소득원이 없는 가정 주부이다. 그런 주부가 수년간에 걸쳐 회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현금으로, 그것도 통장을 계속 바꾸면서 4억 원이 넘는 재산을 모으고 관리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히 출처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수사에서 공 교육감과 부인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그냥 가지고 있던 돈'이라고 해명하자 이를 그대로 믿고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관계도 명확하고, 돈의 출처도 명확한 노 전 대통령 사건에서 범죄 혐의 성립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용처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반면 똑같은 대한민국 검찰은 어디서, 누구에게서 받았는지도 알 수 없고, 다른 사람 명의로 관리하던 것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공 교육감의 차명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 신고 누락만 문제 삼았을 뿐, 출처도 밝히지 않았고 뇌물죄는 적용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교육대통령'이라는 공정택 서울교육감과 진짜 대통령이었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제 모두 끝났다. 살아있는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계 돌격대장이라는 공 교육감의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봐주고, 죽은 권력인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범죄와 상관없는 것들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검찰의 이중잣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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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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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대검찰청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이 '박연차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만표 수사기획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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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검찰은 국민의 근심거리를 넘어 분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검찰개혁운동을 벌였고 몇 가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제 다시 시민들과 함께 제2의 검찰개혁운동을 시작할 때입니다.


많이 알면 알수록 검찰개혁운동은 더 풍성해지지 않겠습니까? 대검 중앙수사부를 비롯해 과거 검찰의 잘잘못을 되돌아보고, 검찰개혁을 둘러싼 시도와 검찰(법무부)의 저항의 사례를 하나씩 하나씩 소개합니다.


'앗, 검찰에게 이런 일이!!'는 검찰개혁을 갈구하는 시민들에게 도움될 과거의 언론기사에서 시작합니다.


1996년 대검 중수부,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 수사 시작


1996년 10월 대검 중수부가 갑자기 뛰어든, 아니 떠밀려서 수사하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 비리사건입니다. F16 전투기관련 장비자료를 무기중개상에게 제공한 것이 법률위반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무기중개상과 경전투헬기 사업 관련하여 3억원을 나눠 가졌는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에게 인사청탁으로 뇌물을 제공했는지 하는 것을 둘러싼 수사였습니다.


자, 이 사건을 당시 대검 중수부는 어떻게 해서 착수했을까요.


김영삼 대통령의 전화 한 통화가 대검 중수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전혀 생각없던 대검이 갑자기 움직인 것입니다. 어떤 사건을 수사하라, 하지 마라를 대통령이 지시하는 것이 그 당시에는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법적인 근거는 전혀 없었지만 말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전화 한 통화가 중수부를 움직이게 해


이양호 전 장관 비리사건 수사 관련 과거 기사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전례없는 대통령의 '수사 지시'

[한겨레] 1996-10-21  


검찰이 이양호 전 국방장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전례 없던 일이 벌어졌다.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 19일 김기수 검찰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이런 사실을 윤여준 청와대 공보수석이 직접 '발표'까지 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은 검찰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특정 사안을 수사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검찰도 행정부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행정부라 해도 법치를 구현하는 기관이다. 누가 대통령이든 상관없이 법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이며 이 때문에 '준사법 기관'이라고 불린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는 구절은 우리나라 법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이런 조항들이 왜 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현직 대통령도 범법 혐의가 있으면 검찰은 수사해야 한다. 실제로 검찰은 권력과 긴장관계에 놓이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검찰중립성 얘기가 나오는 것이며, 검찰은 최소한 겉으로라도 청와대 등 권부와 접촉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 왔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직접 전화해 수사를 지시하는 일은 노태우 대통령 때도 없었다. 있었다 해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당연한 일이다. 위법 혐의가 있으면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고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청와대는 검찰총장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한다. 그리고 검찰은 당장 검찰총장 직속의 중앙수사부가 맡아 수사한다. 집안 일도 아니고 국가기관간에 하는 일인데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지 저간의 사정이 궁금할 따름이다.<임범 기자>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규정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는 검찰개혁운동의 중요한 대목입니다. 검찰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 지휘는 가능하지만 구체적 사건의 수사개시, 수사중지, 수사방식에 대한 지휘는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지휘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지휘자체를 금지시킬 수는 없으니, 그 내용이 그 때 그 때 공개된다면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이 글을 쓰는 필자 -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박근용-는 대략 이런 입장입니다).


물론 대통령을 통한 수사지휘는 현행 법에 보장된 방식이 전혀 아닙니다. 위에 소개한 한겨레 기사에 나오듯이 검찰청법 8조는 예나 지금이나 검찰에 대한 정무적 책임을 지고 있는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은 인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수사지휘권이 아닌 비공식적으로 암암리에 수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검찰에 대한 지휘권 행사, 국민의 이름으로 행사되어야 할 검찰에 대한 통제, 과연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 것일까요?


그나저나 위 기사의 사건이 있었던 당시 검찰총장은 김기수씨였고, 대검 중수부장은 안강민씨였습니다. 자, 이 두 사람은 그 후,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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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좆나게해서 사법고시 패스하고 검사되가지고 권력의 개가 되어버린 너희들
조또 공부한 시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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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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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국민장이 끝난 지금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미 지나간 일로 짐짓 모른 체하거나 들불처럼 번진 추모열풍을 '미친 바람(광풍)'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다. 보수언론은 노무현의 자살을 개인과 가족의 비리로 인한 단순자살로 평가하며 검찰 수사의 정당함을 옹호하기에 바쁘다. <조선일보>는 6월 4일자 사설에서 시국 선언문을 발표한 서울대 교수들의 법적·도덕적 하자를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같은 날 칼럼에서 국회가 힘을 키워 대통령에 대항하라는 해괴한 주문을 내놓았다.


다른 한쪽에서도 노무현 서거 이후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고민이 많아 보인다. '친노는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한국사회가 노무현의 유산을 어떻게 이어받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계산법이 저마다 다르다.


'집단 괴롭힘' 당한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이 열린 29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노제를 마친 운구행렬이 서울역을 향하는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만장과 노란풍선을 들고 따라가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그러나 이 모든 논의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 어디를 보아도 노무현과 검찰, 노무현과 이명박, 노무현과 조중동의 대립이 있을 뿐이다. 현상적으로는 이런 관찰이 전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보려면 겉으로 드러난 현상의 이면을 한번 들춰볼 필요가 있다.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의 자살이 현 정부의 핍박과 검찰을 앞세운 정치적 보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자살이 억울하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에 수백만이 빈소를 찾았다. 사실 노무현에 대한 핍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은 국회의원 시절에도 핍박을 받았고 대통령이 된 뒤에는 본격적으로 '이지메(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현직 대통령이 이지메를 당하는 현상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 목격자다.


노무현은 야당 뿐만 아니라 조중동과 싸웠고 검찰과 싸웠고 군인과도 싸웠고 고위 공직자들과도 싸웠다. 심지어는 집권당과도 싸웠다. 한마디로 노무현은 한국 사회의 그 모든 기득권 세력들의 집단 괴롭힘을 한몸에 받았다. 퇴임한 뒤에도 아방궁 논란부터 기록물 유출, 논두렁에 버렸다는 1억원 시계까지 언론과 국가기관을 동원한 그들의 이지메는 그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너무 뻔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의 기득권이 노무현을 싫어했으니까 그랬겠지. 노무현이 개혁적이고 잘 타협할 줄 모르고 원칙을 강조하고 입바른 소리만 하고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만 앞세우니 기득권이 좋아할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이 뻔한 질문과 이 뻔한 모범답안에 의문을 던진다. 정말 노무현 '한 명 때문에' 그랬을까?


누가 '잃어버린 10년'을 말하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서 나는 한국의 보수 세력들이 말했던 '잃어버린 10년'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10년을 잃어버렸고, 경찰은 시위대를 한껏 두들겨 팼던 10년을 잃어버렸고, 대기업은 무분별하게 탈세하며 사업을 확장했던 10년을 잃어버렸다. 보수언론은 세무조사 받지 않고 기사를 마음대로 썼던 10년을 잃어버렸고, 정치인들은 마음껏 돈다발을 뿌리고 다녔던 10년을 잃어버렸고, 군인은 아무 생각 없이 태평스럽게 국가안보를 남의 나라에 맡겨 놓은 10년의 좋은 세월을 잃어버렸다.


  
▲ 노무현 전 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민이나 국가보다 자신과 조직의 이득만 챙겼던 고위 공직자들에게도 지난 10년은 자신들의 경력 속에서 잃어버린 10년이었을 게다. 한마디로 이들에게 지난 10년은 악몽이었을 게 분명하다.


김대중 대통령이야 나름대로 오랫동안 정치를 해 왔기 때문에 그런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없는 천민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이 입바른 소리만 해대며 훨씬 더 직설적으로 원칙과 기본을 강요했으니 그 언짢은 기분이 짐작은 간다.


하지만 내 생각에 한국의 기득권이 정말로 두려워했던 사실은 노무현이라는 한 당돌한 정치인의 대통령 당선 자체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이 정말로 두려워했던 점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는 언제 어느 때라도 노무현 같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 갑자기 대통령이 돼서 자신들의 기득권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제도적인 개연성과 다이나믹 코리아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역동성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대통령은 5년에 한 번 바뀐다. 아무리 선거 기간 공을 들이고 심지어 무리수를 쓴다고 해도 1997년이나 2002년처럼 기적 같은 역전극이 벌어질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나 같은 공화주의자에게는 이 가능성이야말로 민주공화국의 최대 장점이지만 잃어버린 10년을 아쉬워하는 이들에게는 '엄한 놈'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구조적인 개연성이 무척이나 성가셨을지도 모른다.


일제시대부터 따지자면 근 100년 가까이 떵떵거리고 잘 살아왔는데 이제는 5년마다 마음을 졸이고 살아야 한다면 그 마음이 편치는 않을 터이다. 노무현 5년 동안 한국의 기득권이 뼈저리게 경험한 교훈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노무현을 집단적으로 괴롭힌 근본적인 이유는 노무현 개인 때문이 아니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니까 선거제도를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노무현 같은 성가신 존재가 대통령에 오르지 못하도록 실효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합당한 방법이다. 즉 그들은 제2의 노무현이 출현할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노무현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어떻게든 노무현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였다.


'제2의 노무현' 탄생을 두려워했던 그들  


이문열의 단편소설 <칼레파 타 칼라>는 보수 기득권의 이런 논리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은 고대 그리스의 한 도시국가에서 일어난 혁명 상황을 묘사한다. 사회적 불만이 우연적인 요소를 통해 폭발하여 혁명에 성공하지만 곧 혁명세력들이 이전의 부패세력과 비슷해진다는 요지의 내용이다. 혁명이라는 걸 해 봐야 결국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이른바 혁명적 허무주의의 대표작이다.


혁명적 허무주의가 매우 위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미래의 확실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현재의 사회적 모순이나 악을 방치하게 된다. 둘째, 현재의 개혁세력을 미래의 부패세력으로 미리 범죄시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너도 권력을 갖게 되면 똑같아질 것"이라는 비아냥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무현 집단따돌림'의 근본적인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노무현 개인을 정치적으로 응징하고 보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에서 탄핵받고 쓸쓸히 퇴장하는 노무현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검은 돈을 받아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여 수갑 차고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노무현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 한 장의 사진은 단지 개인 노무현의 위법이나 부패나 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대국민 사과의 말을 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유성호
노무현검찰소환

누군가 노무현의 뒤를 따라 한국 사회를 개혁하겠노라고, 반칙과 특권을 없애겠다고,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하면서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주목하면서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 할 수 있고 떳떳하게 무리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고 또 누군가 소리껏 외친다면 그때 그들은 제2의 노무현에게 수의 입고 수갑 찬 노무현의 사진 한 장을 보여줄 것이다. "결국 너도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어차피 누가 되든 결국에는 다 똑같아질 것이라면 그냥 지금 힘이 센 사람을 찍으라는 논리는 힘을 얻는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에게도 이런 심리가 어느 정도는 작용하지 않았을까.


기득권의 공작은 당연히 노무현 개인에게 머무르지 않았다. 싹수가 보이는 인재들은 가차없이 초기에 싹을 잘랐다. 유시민을 비롯한 젋은 386들이 부당하게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번은 청와대 386 참모들이 소주 대신 양주만 마신다고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요하게 보도되기도 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제거했던 경험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정조 이래 세도정치 동안에는 똑똑해 보이는 왕가의 사내들이 암암리에 납치되거나 암살되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 구체적인 증거를 나는 찾을 길은 없으나 이하응이 대원군이 되기 전에 목숨 하나 부지하려고 거렁뱅이 한량 노릇을 했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것만으로는 불안했던지 보수 기득권은 자신들의 사회지배를 좀 더 확실하게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방편도 강구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방송법이 대표적인 예다. 2002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방송 미디어 장악 실패에서 찾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재벌과 보수언론에게 보도채널을 안겨주려 한다는 이야기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사장 하나 바꿨을 뿐인데 1년 만에 KBS가 이렇게 바뀔 수 있느냐는 시청자들의 볼멘 소리는 방송법 개정 뒤의 한국 사회를 가늠하게 해 준다.


기득권 세력은 공화국의 진실이 불편하다


아마도 노무현은 5년 내내 아니 일생을 그들과 싸우면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탄핵이 두려워 불의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 실체적 진실과는 상관없이 수의 입고 수갑 찬 모습, 그 모습이 개인 노무현 한 명의 굴욕과 불명예로만 기록된다면 노무현은 타협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6대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은 결코 그럴 수가 없었다.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자살로 내몰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오랫동안 잊혔던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1항. 이 뜻이 궁금하면 그 다음 항을 보면 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주권자인 이 땅의 국민이 곧 대한민국 권력의 원천이요 주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같은 상고 출신도 지고지순한 서울대 출신을 누르고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다. 한민족 5천년 역사에서 노무현 같은 천출이 최고의 권력자에 오른 예는 일찍이 없었다. 이것이 이 땅에 공화국 정부를 세운 보람이 아닐까?


그러나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공화국의 진실이 매우 불편할 것이다. 돈 많은 재벌 회장님들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실형을 살지 않아야 하고 상고 출신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며 힘없는 철거민들은 공권력에 타살을 당해도, 그냥 자살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 그 어느 누구도 이제는 더 이상 갑자기 대통령이 돼서 자신의 아성을 위협하지 않아야 하고 그런 싹들은 시위자의 마스크를 벗겨 발본색원해서라도 잘라야만 한다.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 노제에서 한 추모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노무현이 순순히 그들의 각본을 따랐다면 가장 훌륭한 실패의 본보기로서 전가의 보도가 되었을 것이다. '마치 국정을 잘못 운영한 것처럼 비판받고 지인들에게 돈을 갈취하고 부정부패를 한 것처럼 비치는'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자살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노무현은 자신의 자살로 그 길을 잠시 막아 놓았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고인의 유서를 보면서 나는 충무공의 사즉생 생즉사를 떠올렸다. 기막히게도 모순적인 2009년 한국의 상황에서 노무현의 죽음은 역설적이게도 한국 민주주의의 몰락을 잠깐이나마 저지하는 버팀목이 되어 버렸다.


보수언론은 죽음 초기부터 노무현을 자살로 내몬 자신들의 집단 괴롭힘에 대해서 비켜갔다. 검찰과 맺은 악연이니, 승부사의 인생역정이니, 무거운 수사 중압감이니, 넘쳐나는 추모물결이니 하는 건 죄다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들이다. 모든 내용은 노무현 개인의 문제로 환원된다.


그러나 우리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자살로 내몰린 노무현은 곧 참살당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또 다른 모습임을.


이런 까닭에 지금 우리는 노무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어떤 의미인가, 또 그의 유산은 무엇인가만을 따지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다. 아직 우리가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건희는 면죄부를 받았고 용산에는 용역이 들이닥쳤고, 방송법은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노무현이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지키고자 했던 것이 있었다면, 그토록 그가 사랑했던 조국의 민주주의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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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싫다 기득권이라고 불리우는 자들
그들은 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저렇게 생각하면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권력, 자본, 등을 갖고 난 후부터 저렇게 된 걸까?
자본주의 속에서는 당연한 결과인 것인가?
에잇 나중에 다시 써보던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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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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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업체, 속도경쟁 한계 다달아…현금 마케팅 치열

전문가 “‘메뚜기족’ 부작용…월 이용료 내려야”


‘20만원을 요구하라. 그리고 약정기간이 끝나면 다시 20만원을 요구하라. 안주면 20만원을 주겠다는 업체로 옮겨라.’

인터넷을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신규 가입하거나 다른 업체 것으로 바꾸면서 당당히 현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못 받는 게 바보’라는 인식까지 퍼지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의 ‘현금 마케팅’을 이용자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3일 초고속인터넷 업계 관계자들과 이용자들 쪽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금으로 경쟁업체 가입자를 빼오는 현금 마케팅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유용하다 적발돼 영업정지를 당한 기간에 빼앗긴 가입자 수를 서둘러 채우려는 것이다. 대부분 해지 고객이나 따로 수집된 휴대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현금을 줄 테니 옮기라고 유혹한다. 김연수(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현금 20만원을 주고, 이용료도 3개월 면제해주겠다고 해서 바로 옮겼다”고 말했다.

현금 마케팅은 케이티(KT),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엘지파워콤 모두 하고 있다. 대부분 15만~20만원을 제시한다. 추가로 경품이나 3개월 이용료 면제 조건이 제시되기도 한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신규 가입자에게 에스케이상품권 15만원어치를 주겠다고 광고까지 했다. 고객지원센터나 회사 누리집를 통해 가입한 고객들에게 에스케이상품권 15만원어치와 디지털카메라·자전거·의자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했다. 덤으로 ‘생일이 이달인 사람’ 같은 이벤트를 통해 2만원짜리 케이크 교환권과 10만원짜리 외식 상품권도 줬다.

3년 약정 할인을 포함한 초고속인터넷 월 이용료는 2만5천~3만원 정도이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과 선물을 포함해 27만원어치를 받으며 옮긴다고 가정하면, 열 달 정도를 공짜로 이용하는 셈이다.

더욱이 1년 단위로 ‘먹튀’를 해도 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해지 때 경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을 가입 뒤 1년으로 제한했다. 현금과 경품을 받고 1년이 지나면 다시 현금과 경품을 받으며 다른 업체로 옮길 수 있다. 약정기간이 끝나기 전에 해지하는 것이라 위약금으로 그동안 할인받은 요금을 내놔야 하지만, 옮기면서 받는 현금보다는 적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1년이 지난 뒤까지도 상품권과 상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해지 신청을 거부하면, 방통위 민원실에 신고하면 바로 해결된다.

이처럼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앞다퉈 현금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는, 품질 경쟁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그동안 ‘최고 속도’ 경쟁을 해왔다. 하지만 최고 속도가 초당 1억비트(100Mbps)에 다다라 더 올리기 어려운데다, 보장 속도가 최고 속도의 10%에도 못 미친다는 게 드러나면서 더 이상 품질을 앞세우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방통위가 최근 공개한 초고속인터넷 품질 측정 결과를 보면, 케이티와 에스케이브로드밴드의 초당 1억비트짜리 초고속인터넷 상품의 최저 보장 속도가 초당 500만비트에 지나지 않았다. 보장 속도가 초당 500만비트밖에 안 되는 것을 초당 1억비트짜리라고 선전해온 것이다. 최고 속도가 초당 1천만~5천만비트짜리의 보장 속도는 초당 100만비트로 조사됐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내년 3월까지 보장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케이티와 에스케이브로드밴드 등이 개선 목표로 잡은 초당 1억비트짜리의 보장 속도 역시 초당 3천만비트를 넘지 않는다. 엘지파워콤은 초당 5천만비트로 높이기로 했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그동안 앞세워온 최고 속도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금 마케팅 경쟁은 이용자들을 ‘메뚜기족’으로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현금 줄 여력이 있으면 그만큼 월 이용료를 내려주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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