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는 '국가적 재앙'? MB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보수층에서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소설가 복거일, 자유선진당 총재 이회창, 한나라당 전 윤리위원장 인명진.
ⓒ 남소연 이종호
복거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좌파의 선물이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우파의 답례품이다." ('시론: 우파(右派)의 답례품' <조선일보> 2009년 6월 14일 자)


소설가 복거일의 말이란다. 이 블랙유머에는 MB라는 암담한 '현상'을 바라보는 보수우익의 민망함이 담겨 있다. 결국 '너희도 노무현을 주지 않았느냐, 그러니 대충 비기자'는 거다. 하지만 '500만 조문 인파'를 '떡 돌리는 분위기'와 등가 교환하자는 제안은, 그가 좋아하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비추어 봐도 악덕상혼인 듯싶다. 아무튼, 자기들이 봐도 MB가 재앙은 재앙인가보다.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임명된 뒤 쓰레기보다 못한 짓"


복거일에게는 MB가 좌파에게만 골라서 재앙이면 좋겠지만, 분위기를 보건대 지금 그는 좌우를 초월한 국가적 재앙으로 등극한 듯하다. 왜냐하면, 그를 성토하는 목소리는 외려 보수층에서 더 강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우에 와 있다면 최소한 우쪽에 있는 사람들은 환영하고 좋아해야 할 텐데 지금 우쪽에 있는 사람들도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한다." ('이회창. 대통령 주변에 정신 빠진 사람 많다' <조선일보> 2009년 6월 24일 자)

 

MB 정권을 지지하거나 지원했던 이들도 그동안 드러난 'MB 본색'에 많이 당혹한 모양이다. 한때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의 말이다.


"이 대통령이 아니라고 해도 많은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 분명 민주주의가 후퇴했는데 후퇴하지 않았다고만 하니 국민들이 말이 안 통하는 절벽을 마주한 것처럼 답답해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정권 쥐고 1년 반…사회통합 못 한 건 대통령 책임' <한겨레> 2009년 6월 19일 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를 '악(惡)'이라고까지 불렀던 가톨릭 원로 정의채 몬시뇰. 그는 MB 정권이 출범했을 때에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몬시뇰 역시 MB에 대해서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미 정상회담 후 이 대통령이 귀국하면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봤지만 개각도 하지 않고 국정 기조도 바꾸지 않는다고 측근들이 전하니 의외(다). … 왜 이렇게 민심이 떠났는지 겸손한 마음으로 생각해보고 일대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2009년 6월 20일)


한나라당 쇄신위에서는 급기야 MB의 측근들을 '쓰레기'라 부르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나왔다. 파문을 우려한 원희룡 위원장이 부랴부랴 비보도를 요청했지만, 무슨 일인지 <조선일보>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자기들이 봐도 분위기가 심상찮은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회의를 해 본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95%를 (이 대통령이) 혼자 얘기한다. 이 대통령은 듣지를 않는다. … MB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도 아니고 그 어떤 프렌들리도 아닌 단지 '캠프 프렌들리'(다).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임명된 뒤 쓰레기보다 못한 짓을 하는 것이 문제(다)." ('권영준, MB 정권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임명돼' <조선일보> 2009년 6월 19일 자)


"지지율과 리더십, 두 다리 모두 풀린 '명바라기' 여당"


정부가 그릇된 길을 가면 국회가 견제해야 하나, MB라는 제왕 앞에서 여당의원들은 꼭두각시가 되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여당'의원이기 이전에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정부에서는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쓰레기보다 못한 짓"을 한다면, 국회에서는 '찌꺼기 같은 사람들'이 '찌꺼기보다 못한 짓'을 한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지지층 사이에 걱정과 냉소의 분위기가 퍼지고 있단다.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전하는 민심이다.


"(유권자들은) 무슨 일이 있든 간에, 한나라당이 있든 없든 지금보다 더 나빠지기 어렵겠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지지층 사이에서도 걱정과 냉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걱정스럽다." ('정몽준 , 한나라, 정당도 아니라는 비판 많아' <연합뉴스> 2009년 6월 22일 자)


정부야 막 나간다 하더라도, 여당은 유권자의 민심을 대리하고 대의해야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민심을 등지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명바라기'가 되었다. 대통령이 조종하는 '마리오네트'(실로 매달아 조작하는 인형극) 같은 정당에 정치적 존재감이 생길 리 없다. 지난 22일 한나라당 쇄신특위에서 급기야 여당이 '두 다리가 풀렸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한나라당의 지지기반 약화는 지난해 총선 이후 실시된 보궐선거, 교육감 선거에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 한나라당의 현 상태는 두 다리 즉, 지지기반과 리더십이란 두 다리가 모두 풀리고 있는 국면이다." ('한나라당은 지지율과 리더십의 두 다리가 모두 풀린 권투선수다' <국민일보> 2009년 6월 22일 자)

 

이 상태가 계속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마저 패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선거는 공교롭게도 노무현 서거 1주기와 겹치지 않는가?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MB는 즉시 레임덕에 빠진다. 이 시나리오가 두려웠나 보다. 마침내 <조선일보>에서 MB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정치적 고려 없이 결정한 조각(組閣)이 민심 이반의 출발점이었다. 광우병 사태와 촛불시위는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대통령 정치의 기본을 소홀히 한 탓이었다. … 지금 정계 밖 시중 여론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의 전망을 대단히 어둡게 보고 있다." ('사설: 대통령의 본업은 정치다' <조선일보> 2009년 6월 19일 자)


'측근형'과 '돌파형'... "대통령 주변 정신 빠진 사람 많다"


  
<조선일보>는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 자리가 모두 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사람들로 채워지게" 되었다면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과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는 '측근형'으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와 강희락 경찰청장은 '돌파형'으로 분류했다. 사진 왼쪽부터 원세훈, 백용호, 천성관, 강희락.
ⓒ 남소연 유성호
원세훈

여기에 올린 첫 번째 글에서 정부운영과 기업운영의 본질적 차이를 지적하며, '대통령이 국가를 기업으로 착각하다 보니 정치가 사라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조선일보>에서 같은 진단을 내렸다.


"이 대통령의 '정치 혐오증'이야말로 국정을 헝클어뜨린 근본 원인이었다. … 이 대통령의 참모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자신은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며, 정치는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 그러나 언뜻 비효율적이라고 보이는 정치야말로 각종 이해와 욕구를 수렴해 국민 통합을 이뤄가면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위의 사설)


웬일일까? <동아일보>에서도 '정치가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읽어 보니 제목과 내용이 따로 논다. 의미의 파괴를 시도하는 다다이스트의 아방가르드 실험이다. '정치가 없다'는 말을 <동아>는 이렇게 이해한다.


"현대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럽고도 불가피한 현상이다. 정치는 이런 갈등이 공동체의 균열을 초래하지 않도록 관리 조정 해결할 책무가 있다. …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고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하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기에 급급하다. 민주당은 일방적 요구사항을 담은 이른바 5대 선결조건을 내세워 국회 개회를 가로막고 있다. … 정치를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든 야당들의 횡포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독재이다. ('사설: 정치가 없다' <동아일보> 2009년 6월 22일 자)


그냥 막 가라는 주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조선>과 <동아>의 수준차를 본다. 아무튼 MB의 행보를 놓고, 보수층에서도 이렇게 견해가 갈린다. MB는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까? 사고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대답은 분명할 것이나, MB가 어디 정상적으로 사유하는 사람이던가? 그가 내놓은 인적쇄신안을 보자.


"청와대 주변에선 1순위가 '측근형', 2순위가 '돌파형'이란 말이 나온다. 원세훈 국정원장과 백 국세청장 내정자는 … 이 대통령의 친위부대로 분류된다. … 천 검찰총장 내정자와 강희락 경찰청장은 …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로 분류된다. 천 내정자는 용산참사·PD수첩 사건 수사 등을 지휘하면서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고, 강 청장은 최근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조문 정국' 수습 과정에서의 역할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일을 해보면서 권력기관일수록 자신의 생각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여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권력기관장 빅4(국정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MB 뜻 읽는 사람들' <조선일보> 2009년 6월 23일 자)


한마디로, 이번 인사의 메시지는 공안라인을 더 강화하겠다는 얘기. 이를 두고 '기수'를 파괴하는 혁신이라 자화자찬하나, 어차피 MB는 조직 내의 기수서열에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다. 그의 이해는, 주군을 위해서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상황을 '돌파'해내는 돌쇠들을 '측근' 자리에 앉히는 데에 있다. 기수 파괴의 '혁신'이라는 화장발 아래 숨은 '쌩얼'은 친정체제로 인한 문제를 친정체제의 강화로 돌파한다는 어이없는 역행이다.


청와대가 내놓은 또 하나의 대책은 이른바 '중도실용론'이라는 것. 이는 문제의 진정한 원인을 슬쩍 다른 데로 돌리려는 꼼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이를 제대로 꼬집는다.


"이를 근원적 쇄신책이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방향이 잘못됐다. … 국정혼란의 원인은 대통령이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지금 대통령이 중도에 있지 않고 우에 와 있기 때문이 아니다." ('昌, 대통령 주변 정신 빠진 사람 많다' <연합뉴스> 2009년 6월 24일 자)


이 총재의 말대로, "대통령 주변에 정신 빠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주변'만이 아니라 '중심'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박정희와 김일성 모델 추종하는 MB의 국정철학


MB는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문제는 그의 측근들이 잘 이해한다는 그의 "국정철학"에 있다. 정확하게 그의 '국정철학'은 1970년대 박정희 모델에 사로잡혀 있다. 동시에 그것은 남한에 앞서 산업화를 이룩한 김일성 모델이기도 하다. 후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대개 '근대화'에 대한 관념을 가진 엘리트 집단이 나타나 국민을 대상으로 카리스마 정치를 펴는 경향이 있다. 이 권위주의적 통치는 물론 아직 자연의 속도에 묶여 있는 농민의 전근대적 신체를 신속하게, 그러다 보니 강제로, 기계의 속도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남한에서는 그 엘리트 역할을 불행히도 박정희가 이끄는 군인집단이 맡았다. 국민 대다수가 농민으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그나마 군대는 현대전을 치러본 경험이 있었다. 그들의 신체는 이미 소총과 기관총, 대포와 함포, 전차와 항공기 등 근대적 기계와 결합되어 있었다. 산업화 역시 결국 인간의 신체를 강제로 기계에 뜯어 맞추는 과정이기에, 그 시절에는 군인적 신체가 산업적 신체를 찍어내는 주형이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척결해야 할 퇴물 취급을 받은 '군사문화'라는 것이 한때는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었다.


남조선의 박정희와 북조선의 김일성. 남북한에서 근대화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두 인물의 특징은 '현장정치'를 좋아했다는 것. 박정희는 농촌이나 산업현장 시찰을 좋아했고, 김일성 역시 현장을 돌아다니며 시시콜콜한 것에까지 교시를 내리곤 했다. 대통령이 모내기해야 농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수령님이 교시를 내려야 생산성이 오르는 것도 아닐 게다. 그것은 '가장 높은 권위가 가장 낮은 곳에 임한다'는 강림 드라마로 인민을 감동시켜 생산에 동원하는 일종의 선무활동이다.


노 전 대통령은 강림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현장에 내려가 생색을 내봤자, 괜히 폐만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사단장 방문을 앞둔 부대 분위기는 다들 경험해 봤을 게다. 실제로 한 일주일간 아무 일도 못한다.) 반면 MB는 유난히 '현장정치'를 좋아한다. 현장감독 출신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제 정치적 이상을 박정희라는 '산업화 영웅'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호와가 제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었듯이, MB도 제 형상대로 공공기관장을 찍어내는 모양이다. 기사를 보자.  


"종합해보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한 기관장들이 상당한 감점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1년에 100건에 이르는 직원과의 만남을 가진 CEO, 100번 정도 현장을 돌아다닌 도공 사장' 등이 우수 사례로 꼽힌 점을 고려하면 이번 평가의 방향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현장과 수치를 강조하는 '이명박 스타일'이다." ('공공기관장평가=충성도 평가?' <아이뉴스> 2009년 6월 19일 자)


누군가 책상에 앉아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하자. MB는 아마 그를 보고 '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반면, 누군가 현장에 내려가 부하직원들 귀찮게 한다 하자. MB는 아마 그를 보고 '일 잘한다' 할 것이다. 이게 다 외국에서 만든 수입기계에 맞추느라 신체를 빨리빨리 움직여야 했던 시절의 잔재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이번 위기를 맞아 청와대에서 서민 행보를 강화하겠단다. 기사의 부제가 재미있다. "가슴 뭉클 서민 행보 부각."


"현장 행보를 집중 부각시키는 '감성 코드'는 청와대가 준비하는 또 다른 소프트웨어다. 청와대 직원들은 지난해 '이 대통령의 가락시장행과 박부자 할머니의 눈물'을 국정 최고의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는다. 이 같은 가슴 뭉클한 현장 행보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법치-서민 투트랙에 감성 접목' <헤럴드경제> 2009년 6월 23일 자)


  
2008년 12월 4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노점에서 우거지 파는 할머니를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왼쪽)과 "이명박 김일성 히틀러 그들의 공통점"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오른쪽).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이명박

청와대 직원들이 "국정 최고의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은 그 장면은 박정희와 김일성이 즐겨 연출하던 장면이기도 하다. 가령 남한 가락시장의 사진과 북한 군부대의 그림을 비교해 보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청와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또 다른 소프트웨어"는 "가슴 뭉클한" 북한식 "감성 코드"였다. 청와대의 마인드가 산업화 초기에 꽂혀 있다 보니, 정서와 취향 역시 복고풍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MB의 "국정 철학"이 도대체 어느 시대에 고착되어 있는지 볼 수 있다.


MB가 보여준 유일한 가시적 성과는 '민주주의 후퇴'


MB는 박정희를 꿈꾸나, 그는 절대로 박정희가 될 수 없다. 지도자의 카리스마로 경제가 돌아가던 시대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박정희처럼 근대화의 영웅이 되고 싶은가? 그러면 대한민국에 있을 게 아니라, 서둘러 소말리아나 짐바브웨 국적을 취득할 일이다. MB는 자신이 박정희 비슷한 계몽군주라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그는 계몽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다. 온 사회가 디지털로 이행을 완료했는데, 그는 저 홀로 산업화 영웅의 소설을 쓰고 있다. 그는 돌아올 수 없는 산업화의 로망(浪漫) 속에 사는 디지털시대의 돈키호테다.


박정희 그룹은 나름대로 선진적이었다. 대다수 국민이 농민이던 시대에 '근대화'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데타로 집권했기에 '정치적 정당성'은 없었으나, 적어도 그들은 '경제적 적합성'은 갖추고 있었다. 그 정권이 정당성의 부재 속에서도 유지됐던 것은 경제적 적합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룩한 고도성장은 결국 그의 무덤이 되고 만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정부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관치경제가 시대착오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정당성을 잃은 그의 통치가 경제적 적합성마저 잃는 순간, 그는 부하에게 제거당하고 만다.


MB는 어떤가? 한국사회는 이미 산업화를 넘어 탈산업 사회로 이행했다. 고졸자의 87%가 대학에 가는 초고학력 사회, 최고의 IT 인프라를 가진 정보사회에서 유일하게 1970년대에 사는 게 바로 MB 그룹이다. 그들은 이 사회에서 상상력이 가장 낙후한 세력이다. 합법적으로 선출되었기에 '정치적 정당성'은 있지만, 산업화 초기의 모델에 갇힌 그들의 통치에는 '경제적 적합성'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통치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정당성 때문이다. 그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 그러니 '타도'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게 국민의 답답함이다.


경제는 2~3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경제지표들 여전히 2∼3년 전 수준' <연합뉴스> 2009년 6월 24일 자). '빅딜'은 허망한 망상으로 드러났다. 감세로 괜히 재정만 악화시켜 놓고, 수십 조의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디어법으로 새 일자리 2만6천 개를 만든다 하나, 그 말을 믿으려면 IQ가 유인촌이어야 한다. 미디어는 광고를 먹고 살고, 광고시장은 한정되어 있다. 숟가락 개수를 늘린다고 밥이 느는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카드는 '4대강운하' 하나뿐인데, 워낙 시대착오라 실현될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마저 좌초하면 정권은 식물인간이 된다.


거국적 반대를 뚫고 시대착오적 경제 프로젝트를 강행하려다 보니, 정치도 개도국 수준으로 돌려놔야 하는 것이다. 지난 정권 하에서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성과를 누렸다. 그러다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깨닫자 민주를 돈 안 되는 허망한 가치로 여기고 MB에게 표를 던졌다. 그런데 살리라는 경제는 못 살리고, 멀쩡히 누리던 민주적 권리만 빼앗아간다. 그러니 국민은 황당할 수밖에. '가시적' 성과를 좋아하는 MB. 유감스럽게도 그가 보여준 유일한 가시적 성과는 '민주주의 후퇴'뿐이다. 거리에 널린 전경들을 보라.


디지털의 경쟁력은 참여와 자율의 창발 효과


"이명박 대통령과 회의를 해 본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95%를 (이 대통령이) 혼자 얘기한다." ('권영준, MB 정권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임명돼' <조선일보> 2009년 6월 19일 자)

  

사회를 '매스게임'에 비교해 보자. 거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가령 북한의 매스게임을 보자. 그 게임은 한 사람(혹은 몇 사람)이 머릿속으로 기획한 것이다. 매스게임에 참여하는 나머지 사람들은 누군가 기획한 그 프레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기들 몸을 맞춰야 한다. 이런 매스게임에서는 한 사람이 두뇌가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수족이 된다. 이게 MB가 꿈꾸는 한국 사회의 이상적 모습이리라. 하지만 지도자가 '인풋'한 것을 인민들이 그대로 '아웃풋'해야 하는 사회는 결국 한 개인이 가진 두뇌용량의 한계에 갇히게 된다.


다른 유형의 매스게임도 있다. 천수만 새떼들의 비행. 새들은 누가 명령하거나 지도하지 않아도 하늘에 변화무쌍한 그림을 그려낸다. 촛불집회가 그것을 닮았다. 지도하거나 명령하는 사람 없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전체적 효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이를 '창발'(emergence)이라 부른다. 우리 사회에 그런 유형의 집회가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토대에 변화가 생겼다는 신호다. 정보화 사회의 경제는 한 사람의 머리가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된 수많은 머리들의 창발 효과를 통해 발전한다. 디지털의 경쟁력은 바로 개별 주체들의 참여와 자율에서 나온다.


여기서 MB의 리더십이 얼마나 시대착오인지 보게 된다. 아직도 그는 2주일에 한 번 공중파에 나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혼잣말을 늘어놓는다.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에서 그는 이를 '국민과의 대화'라 부른다. 솔직히 이런 경쟁력 없는 프로그램은 당연히 시장원리에 따라 퇴출되어야 한다. 굳이 해야겠다면 대학로에 소극장 빌려 모노드라마를 하면 되지 않는가. (연출은 유인촌씨가 맡는 게 좋겠다.) '빨간 피터의 고백'의 뒤를 잇는 '파란 명박의 고백'은 국민은 몰라도, 적어도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 정도는 감동시킬 것이다.


홀로 산업화 초기로 돌아간 MB


MB는 대체 왜 저렇게 뻣뻣하게 굴까?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인간이 기계 앞에서 일하던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기계가 상수였다. 즉 일단 기계를 만들어 놓고, 그것의 동작과 속도에 인간의 신체를 강제로 뜯어 맞추었다. 그것은 물론 군대식 훈육과 숙련을 요하는 일이었다. 반면, 인간이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정보혁명의 시대에는 이 관계가 역전되어 인간이 상수가 된다. 예를 들어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의 디자인에서는 외려 컴퓨터를 섬세하게 인간의 신체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산업화 초기에 남한의 박정희와 북한의 김일성이 공히 '인간개조'라는 낱말을 사용했다. 이렇게 인민을 권력자에 뜯어 맞추는 게 산업화 초기 정치다. 정보화 사회는 물론 다른 종류의 리더십을 요구한다.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국민의 참여와 자율을 강조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MB는 어떤가? 그는 꿋꿋하다. 자신을 상수로 놓고 국민을 변수로 간주한다. 국민이 자기에게 맞춰야지, 자기를 국민에게 맞출 수는 없다는 것. 지금 디지털 국민들은 MB의 산업적 신체에 뜯어 맞춰지느라 생고생을 하고 있다.


얼빠진 언론이 만들어낸 자수성가 신화에 스스로 도취해 MB는 나 홀로 산업화 초기로 돌아갔다. 하지만 브레이크 없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맹점을 통해, 그의 개인적 불행은 곧 국가적 불행이 된다. '나의 표상이 너희의 세계다.'  히틀러의 말이 졸지에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의 경제, 한국의 정치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의 향수에 사로잡힌 사내의 개인적 로망에 갇혀 버렸다. 2MB. 괄호치고 확장불가. 졸지에 이게 우리가 아직 3년 반 동안 들어 살아야 할 세계의 최대용량이 되었다. (계속 이어집니다.)


피에쑤) "이명박 대통령은 우파의 답례품이다." 복거일씨, 착불로 반송합니다. 유통기한이 30년이나 지난 걸 보내주시면 어떡합니까?

덧붙이는 글 | 매우 긴 글임에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글을 '네이트'(거기에도 쪽글이 수백에서 수천 개까지 붙었다.), 혹은 블로그와 사이트에서 읽은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사실 이명박 개인을 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왜 저러는지,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그런 그가 왜 대통령으로 뽑혔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런 불상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게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내게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독자들이 있다. 각자 자기가 있는 곳에서 작은 할 일을 찾아보자. 이 글은 카피레프트, 맘껏 퍼가도 좋다. 하루 종일 걸려서 쓴 글이다. 힘들게 쓴 글이니 많은 사람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원고료 대신에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은 실천으로 보답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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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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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언론의 전형을 보여주는 <동아일보>가 촛불시위를 '반미반이'라 불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미'는 아닌 것 같다. 시위 현장에서 반미 구호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반이'는 맞는 것 같다. 그 자리에서 터져 나온 구호의 대부분은 '반 이명박'이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왜 반이를 외치는가? 그 자리에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의 욕망은 무엇인가?
 
  탄핵 서명을 받기 위한 문안에도 나와 있듯이,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탄핵의 사유로 거론된 것 중의 하나일 뿐. 시민의 분노는 정부여당이 인수위 시절부터 해왔던 실정, 종종 사람을 어이없게 만드는 대통령 자신의 몰상식한 언행을 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위는 '반이'다. 그런데 반이(反李) 좀 하면 안 되나?
 
  대중은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외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사학적 표현이지, 정말로 대중이 탄핵을 위한 절차를 밟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탄핵'이라는 말은 이명박 정권의 통치에 대한 대중의 거부를 담은 상징적 표현일 뿐이다. 대중은 마치 미국소를 먹으면 다 광우병에 걸릴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에 대한 과학적 기술이 아니라, 답답한 현실에 대한 정서적 표출일 뿐이다. 뜨거운 분노 속에서도 이 두 가지 차원을 구별하는 냉정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우병의 위험을 불필요하게 과장할 때, 조ㆍ중ㆍ동과 같은 보수언론에게 쓸 데 없이 빌미만 주게 된다. 수사적 과장을 사용하는 구호를, 현실에 대한 기술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확실한 것은 광우병이 지극히 위험한 질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병을 막기 위해서 수입되는 쇠고기에 대해 정부는 최대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미국 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미국 쇠고기 수입의 조건에 관한 한나라당의 입장도 불과 몇 달 사이에 180도로 바뀌었다.
 
  나아가 7년 전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정부에 철저한 대비를 요구했던 <조선일보>의 태도도 180도로 달라졌다. 하지만 그 사이에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학계의 견해가 달라졌던가? 그 사이에 달라진 것은 '정권'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전면 개방이 과학에 근거한 게 아니라, 정치에 근거한 조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현 정권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안전성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어떤 납득할 수 없는 이유에서 지난해까지 유지되어 왔던 자신의 입장을 180도로 뒤집고, 미국 측에 전면 개방에 동의해주었다. 대중의 분노는 여기서 비롯된다. 즉 당연히 자신을 지켜 주리라 믿었던 정부가 외려 자신들을 더 많은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데에 분노하는 것이다.
 
  광우병의 위험이 존재한다면, 가능한 한 그 발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어떤 다른 이유(그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 타결이든, 한미동맹을 과시해야 하는 이명박 정권의 처지든)에서 작년까지도 유지해 왔던 자신의 원칙을 희생시켰다. 이것은 충분히 분노할 이유가 된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이제 수입 조건을 더 엄격하게 하기 위한 재협상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권이 이미 일을 저질러 버렸기 때문에, 재협상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야 정치권에서 재협상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대중이 분노하지 않았다면, 그 정도의 제스처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날림 정권에서 날림으로 체결한 협정이니, 그 안에 빈틈은 없는지 꼼꼼히 검토하여, 하자가 발견되면 그것을 보완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중은 제 몫을 했고, 이제 각계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찬반양론의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면서 이 분노의 물결이 합리적인 통로로 흐르도록 채널화해 줘야 한다.
 
  아마도 대미 수출의 극대화라는 시장주의 이념(그리고 한미동맹의 과시라는 정치적 이념) 때문에 이 정권은 국민의 생명권이 걸린 문제마저도 매우 신속하게, 그러다 보니 매우 안이하게 처리했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현 정권의 두뇌에 걸린 질병의 실체를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현 정권은 돈을 위해서는 다른 가치들은 모두 희생되어도 좋다는, 거의 시장주의 탈레반의 의식을 갖고 있다.
 
  쇠고기 협상이 날림으로 이루어진 것도, 바로 그 보편적 날림 공사의 특수한 예일 뿐이다. 대중이 탄핵의 사유로 쇠고기 문제와 영어몰입교육, 대운하건설 등을 든 것은 대중들 스스로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분노는 쇠고기 문제를 넘어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나는 병증을 진단하고 치유하기 위한 합리적 논의와 민주적 토론으로 발전해야 한다.
 
  대중은 쇠고기 앞에서만 불안을 느끼는 게 아니다. 정권을 잡은 시장주의 탈레반들이 국민의 생명권, 교육의 공공성, 생태와 환경 등,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을 가차 없이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데에 대한 두려움. 그렇게 날림으로 지은 국가라는 건물이 IMF 때처럼 와르르 무너질지 모른다는 데에 대한 불안감. 도대체 저들이 만들어낼 나라에 어떻게 우리의 아이들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공포감. 이것이 그들을 촛불집회로 데려온 것이다.
 
  '반이'는 그저 이명박이라는 개인에 대한 반감이 아니다. '반이'는 파란 쫄티에 붉은 색으로 S자 써 붙이고 나타나 나라를 구하겠다고 하는 개그 영웅에 대한 반감도 아니다. '반이'는 이명박이라는 개인이 그
화신의 역할을 하는 과격한 시장주의 이념, 거기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부패한 권력 집단에 대한 거부다.
 
  정권에서는 이번 시위의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말한다. 우스운 얘기다. 시위 현장의 분위기를 얘기하자면, 민주당 얘기는 꺼냈다가는 차가운 눈총의 세례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또 진보신당에 몸을 담은 입장에서 말하자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큰 시위를 일으킬 수 있다면 원이 없겠다. 불행히도 우리도 대중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하여 나도 진보신당 게시판에 "이번에는 조용히 대중의 지도를 따르자. 그것이 민주주의다"라는 글을 남기고 시위 현장에 나왔다. 누리꾼이 주도한 어제 시위 현장에는 태극기 이외에는 정당이나 단체의 이름을 내건 깃발은 단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그저, 학교 괴담 좋아하는 초등학생들처럼 쇠고기 괴담이나 유포하는 대중들의 유치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파악한다면, 그 역시 큰 오산이다. 이번에 대중들은 분노를 축제로 승화시켰다. 애국의 광기에 빠져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이견을 가진 자에게 린치를 가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매우 성숙하게 행동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탄핵서명은 82만을 넘었다. 물론 이 현실에 눈을 감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이상한 색칠을 해서 제 편할 대로 이해하고 싶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런 움직임 밑에 깔려 있는 대중의 욕망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제대로 정부 노릇 하기 힘들 것이다. 도대체 집권 두 달 만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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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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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탄핵 서명이 어느덧 11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자 정권에서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직 정신은 못 차린 것 같다. 이 상황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대중들이 광우병에 대해 과장된 공포를 갖고 있다. (2) 그 배후에는 야당을 비롯한 정치 세력의 선동이 존재한다. (3) 홍보를 강화하여 무지몽매한 국민을 계몽해야 한다. 여기서 그들이 얼마나 상황을 나태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난다.
 
  정권은 광우병의 공포 앞에서 대중이 패닉에 빠졌다고 본다. 하지만 촛불 시위 현장은 공포에 질려 절규하는 게 아니라, 즐겁게 야유하는 축제의 분위기다. 정권은 시위의 배후에 정치 세력의 선동이 존재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치 세력들은 어리둥절한 채 대중이 주도하는 민란(?)에 뒤따라가기 바쁘다. 정권은 국민을 계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가 광우병 홍보로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좀 더 깊은 근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우매한 한국인의 계몽에 나섰다. 미국 농림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 자리는 식품 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지 협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광우병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고 쇠고기 공급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은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즉각적으로 중단求?것을 원치 않는다." 한 마디로 '즐쳐셈', 자신들이 멍청한 상대에게 쉽게 관철시켰던 그 입장의 반복이다.
 
  광우병은 확률의 문제?
 
  정권이 위기에 빠지자 조·중·동이 나섰다. 그들은 애써 논점을 일탈시키려 한다. 그 방법은 광우병에 관한 담론을 광우병의 발병 확률에 관한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하긴, 순수 확률로 따지면, 광우병이 대량으로 발생했던 영국에서조차 그 확률은 접시 10억 개 중의 한 명 꼴도 안 된다고 들었다. 심지어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훨씬 낮다." (<연합뉴스> 2007/8/27일)
 
  그 말이 맞는다고 하자. 조·중·동의 논설위원들, 청와대와 내각, 한나라당 의원들 모두 골프 치러 다니시는 것으로 안다. 이 분들께 특별히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수입해 메뉴로 제공하는 게 어떨까? 척수로 감자탕, 소장으로 곱창 만들어 드리는 거다. 벼락 맞을 걱정 없이 스윙 하시는 분들이니, 안심하고 드실 게다. 국민을 계몽시키려면, 여러 말 할 것 없이 직접 광우병 쇠고기를 시식하면 된다. 그래야 무지몽매한 국민들이 공포(?)에서 벗어나 '아, 따라 먹어도 되겠구나' 생각할 게 아닌가.
 
  수입된 미국 쇠고기 중에서 단 한 상자라도 광우병에 걸린 소가 도축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아마도 사회에는 커다란 패닉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을 단지 '광우병 발병 확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모르는 대중의 무지가 일으킨 해프닝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 경우 수입 쇠고기는 물론이고 애먼 국산 한우까지도 소비가 급감할 것이다. 그때에도 '원산지 표시를 확실히 한 이상 한우는 안전하다'는 말로써 대중의 무지를 탓할 것인가? 그게 이런 문제다.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로부터 쇠고기의 수입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 광우병 발병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일까? 그렇다면 왜 한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발하자마자 즉각 수입을 중단시켰던가? 왜 일본은 아직까지 20개월 미만의 소의 수입만을 허용하는 것일까? 그리고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여러 나라들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그렇게 끈질기게 검역 조건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 모두가 과학적 무지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정치적 제스처는 아닐 것이다.
 
  원희룡 의원의 말대로 이건 "확률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발병 확률이 낮아도, 광우병은 단 한 건만 발생해도 커다란 사회적 패닉이 일어나고, 한 나라의 축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광우병의 낮은 확률에 관한 얘기는 청와대와 조중동에서나 열심히 떠들게 내버려두고, 우리는 이번 탄핵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로 넘어 가기로 하자. 제가 한 말도 잊어버리는 저 편리한 건망증 환자들에게는 그들이 과거에 자기 신문에 실었던 사설을 들이대면 그만이다. 그들의 기억을 되살려 주자.
 
  광우병 괴담의 출처는 조·중·동
 
  조·중·동이 제 지면에 실은 것 중에 광우병의 위험을 강조하는 그 모든 기사들은 생략하기로 하고, 그냥 사설만 몇 개 보자. 먼저 <조선일보>의 사설이다. 지금 읽어 봐도 명문이다. <조선일보>는 "광우병 파동의 파괴적 요소는 불확실성과 일반적 무지에 있다"고 정확히 짚으며, "국민 보건에 대한 장기적 안전보장의 측면에서 신중하고 완벽하게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후환은 자손들에까지 이어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사설] 광우병, 제대로 알려야 (2001/02/07)
 
  광우병 우려가 국내서도 급속히 확산되면서 축산농가와 사료업계는 물론, 유통업과 서비스산업 등에도 광범위한 파장을 유발하고 있고 소비자도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 이 문제는 단순히 농정이나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보건에 대한 장기적 안전보장의 측면에서 신중하고 완벽하게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눈앞의 난관이나 관료주의적 책임회피 때문에 임기응변이나 호도책으로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그 후환은 자손들에까지 이어질 것이다.
 
  광우병 사태의 정면대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모든 관련자료와 사실들이 가감 없이 진실대로 밝혀져야 한다. 광우병파동의 파괴적 요소는 불확실성과 일반적 무지에 있다. 광우병으로 불리는 소의 BSE병이나 그와 유사한 증세를 나타내는 인간의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브(vCJD)병에 관해서는 아직도 그 병원체의 전모나 발병기전, 감염경로, 양자간의 상관관계 등의 여러 중요한 요소들이 확연히 밝혀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예방적 조치와 정확한 정보의 보급이 매우 중요하다.
 
  이 점에서 보면 정부의 그간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가 광우병 파동으로 영일이 없는 동안 정부는 줄곧 우리는 안전하다고 장담만 해왔다. 다른 나라들은 진작 수입을 금지한 소 추출물이나 골분수입 사실도 외국언론이 폭로할 때까지 계속 침묵했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동물성 사료나 음식물 찌꺼기 사료도 수년간 국내에서 사용되었고, 일부는 이미 도축, 유통되었는데도 계속 문제없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음식찌꺼기 사료화는 자원절약의 고육지계였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그의 위험성을 제기했는데도 정부는 듣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다른 어떤 측면보다도 국민건강을 우선해 철저한 예방적 조치를 강화하고 모든 관련 정보와 사실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한다. 불필요하게 공포가 확산되어서도 안 되지만 무지와 무사안일로 인해 화를 자초하는 어리석음은 절대 없어야 한다.

 
  다음은 <동아일보>의 사설이다. <동아일보>는 "광우병의 원인과 방지책은 아직 미확인 상태라 방심할 수 없다"며, 심지어 "사슴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슴의 캐나다산 녹용"까지 걱정한다. 정부에서 동물성 사료 실험을 한 것을 두고는 "국민도 시험대상"으로 삼았다고 질타하며, "광우병 제로 국가라고 선언할 수 있도록" "0.1%의 가능성도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하며 "소의 전수조사"까지 권한다. 미국에서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가 발견됐을 때에는, "정부가 최우선순위를 둬야할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며, "위해(危害)를 없애는 데 필요한 경제적 손실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 소가 광우병으로 확인도 되기 전에 정부에서 수입중단을 하고 척추 뼈와 내장의 판매를 중단시켰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사설]광우병과 홍역, 느슨한 대책 (2001/01/28)
 
  광우병 파동은 1992년 영국에서 시작돼 1996년부터는 유럽에서 수많은 소의 강제 도살, 쇠고기 판매 중지와 금수 조치로 이어졌다. 지난해 독일에서는 이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한 책임을 지고 주무장관 2명이 사임하기도 했다. (...) 광우병의 원인과 방지책은 아직 미확인 상태라 방심할 수 없다. 더구나 국내에는 사슴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슴의 캐나다산 녹용도 유통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웃 일본이 1999년부터 CJD를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설]광우병 정말 안심해도 되나 (2001/02/05)
 
  더욱 놀라운 것은 광우병의 위험성이 유럽을 들끓게 하던 시점에 정부연구소가 동물성 사료 실험을 했다는 점이다. 그 사료를 먹은 소의 고기와 뼈 등을 유통시켰다면 결과적으로 국민도 시험 대상이 된 셈이 아닌가. (....) 정부가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광우병 안전지대라고 강조하는 것은 소극적인 대책일 뿐이다. (...) 정부는 광우병 제로 국가라고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도록 광우병이 유입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철저히 점검하고 확인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설]광우병 안전지대 아니다 (2001/09/11)
 
  정부는 긴급히 일본에서 수입되는 광우병 관련 축산물에 대한 잠정 수입검역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수입됐던 축산물에 대해서도 유통 경로를 파악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일본은 업계에서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광우병 방지 대책을 시행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져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한국은 96년부터 영국 등 광우병 발생국가로부터 소 등 반추동물과 축산물의 수입을 금지했지만 광우병의 잠복기간(3∼5년)이 길어 완전히 마음을 놓기는 어렵다. (...) 한국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은 것이 확실해졌으므로 단 0.1% 가능성도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정부는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소의 전수 검사를 실시해보는 방안을 검토해보기 바란다.
 
  [사설]광우병 비상, 식탁 안전 만전 기해야 (2003/12/25)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소가 발견돼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 쇠고기 시장의 44%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 식탁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 정부가 최우선순위를 둬야할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다. 위해(危害)를 없애는 데 필요한 경제적 손실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미국산 쇠고기의 통관을 보류시켰고, 광우병 발생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수입을 전면중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유통 중인 척추뼈와 내장의 판매를 금지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마지막으로 <중앙일보> 사설이다. 중앙일보는 소에게 음식찌꺼기 좀 먹였다고 난리를 치며, 심지어 해외 여행자가 구입한 "유럽산 화장품"에 대한 대책까지 주문한다. 북한이 독일에 광우병 때문에 살 처분한 소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에는, 이를 "문명 국가의 도덕률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며 심하게 말하면 인종 차별"이라고 비판하며, 잠복기가 수십 년에 이르고, 말기 이전에 증세를 감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할 만큼 이 병의 위험성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칼럼에서는 실제로 발병 확률이 낮은데도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위험 심리학'으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설] 뒷북치는 광우병 대책 ( 2001/02/06)
 
  광우병 원인으로 지적되는 동물성 사료가 음식물 찌꺼기 사료화 사업 명분으로 국내에서 사용되고 해외에서도 수입된 것으로 밝혀져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 축산기술연구소의 대관령 지소와 경기도 안성 등지에서 1999년 4월부터 소 3백 마리에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 사료를 먹였으며 이 가운데 40마리는 지난해 말 도축돼 시중에 팔렸다고 한다 (...) 정부는 또 97년 7월부터 유럽지역 전체의 소.양 뇌나 척수 등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 수입을 금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여행자 증가 등으로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게 유럽산 화장품이다.
 
  [사설] 광우병 쇠고기 北지원이라니 (2001/02/17)
 
  광우병 공포증이 전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광우병 감염 우려로 도살된 쇠고기가 북한에 지원될 것이라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은 아무리 기아가 위중하다 하더라도 이런 모멸적인 지원 요청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 (...) 그러한 지원은 문명국가의 도덕률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며 심하게 말하면 인종차별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다. (...) 더욱이 역학자들이 인간의 경우 잠복기가 수십년에 이르고, 말기 이전에 증세를 감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할 만큼 이 병의 위험성은 심각하다. (...) 치명적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화장품 원료로도 못쓰게 하는 쇠고기를 자기 인민에게 먹이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분수대] 위험 심리학 (2001/02/12일)
 
  한국의 광우병 파동을 보자. 소나 사람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사례는 없으며 우리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정부와 전문가가 아무리 홍보해도 쇠고기 소비는 줄어들고 축산농가는 상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부산물을 섭취한 경우에만 위험이 있다고 강조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 이에 대해서는 위험 심리학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선택한 행동(흡연. 운전. 스키 등)에서 오는 위험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평생 흡연을 하면 수명이 10년가량 줄어든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하루 평균 30여명에 이른다. 스키장에서 골절상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나는 예외일 것"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사고가 나면 어쩔 수 없지" 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그러나 대중은 선택하지 않은 위험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혹시' '만의 하나라도' 고압선이 암을 유발한다거나 쇠고기가 인간 광우병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가능성도 이에 포함되는 것이다. (조현욱 문화부 차장)
 
 
근데, 이 많던 광우병 괴담은 그들의 지면에서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전예방의 원칙
 
  한미 쇠고기 협상이 '졸속'이었다는 점에 관해서는, 청와대와 조중동만 빼고, 일반적 합의가 존재한다. 한나라당에서마저 협상의 문제점은 인정하는 모양이다. 그래선지 어제 열린 당정청 긴급회의에서 한나라당은 "협상내용이 주변국들에게 불리할 경우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앞으로 미국과 주변국들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의 시점에서 한국의 협상내용이 주변국들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불리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광우병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 즉 광우병이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수입을 안 하면 된다. 하지만 수입을 피할 수 없을 경우에는 최대한 검역조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데에도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협상의 내용에 따르면, 광우병 위험 부위까지 수입해야 하고, 광우병 발생 시에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자진해서 모든 것을 다 내주고 협상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다.
 
  광우병 감염 확률은 '무시해도 좋을 양'(quantité negligeable)이라고 말하려는가? 그 확률이 골프 치다가 벼락 맞을 것보다 낮다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수입해 자기도 먹고, 자기 아내도 먹고, 자식에게도 먹여 보라. 평소에 벼락 맞을까봐 외출도 못하는 가족이 아니잖은가. 광우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장치들을 다 해제해 놓고, 위험을 과장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논점의 일탈이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것은 예방의학의 차원에서 광우병 위험의 대비책에 관한 논의다.
 
  예방의학을 전공하는 단국대 권호장 교수의 칼럼은 이 문제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이게 FM이다. 한나라당도, 조중동도, 농림부도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이렇게 주장했었다.
 
  "현재까지 우리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린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과학적 정보가 부족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결코 아니다. 환경보건 교과서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처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불확실할 때 '사전예방의 원칙'에 입각해서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사전예방의 원칙'의 첫째 원칙은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불확실하더라도 먼저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10년쯤 국민에게 먹여보고 인간광우병 환자가 나오면(과학적 증거가 확보되면) 그때 가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방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입증 책임의 전환이다. 위험성에 대한 입증을 잠재적 피해자인 우리 국민이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입증을 잠재적 가해자인 미국 정부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2008/05/04)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 증거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려야 비로소 확보될 것이다. 그것을 원하는가? 사전의 증거란 없다. 사후의 증거가 있을 뿐이다. 이게 그런 문제다.
 
  왜 그렇게 서둘러야 했을까?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왜 이 원칙을 저버렸는가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한미 FTA의 타결을 위해서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FTA가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부시 정권이 FTA에 반대하는 미국 민주당을 설득하려면,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을 관철시켜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자신이 약속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FTA가 필요하다. 그런 그에게 광우병 타령은 경제성장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걸림돌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둘째, 한국에서 쇠고기 문제를 대폭 양보하면, 이명박은 부시 정권의 예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에서 이명박 정권은 그 동안 "한미관계가 손상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물론 한국 내에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유포시킨 '내수용' 이데올로기다. 문제는 이걸 들고 미국까지 갔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갑자기 한미동맹을 복원하자고 (언제 깨졌었나?) 구애 공세를 해오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그 결과 그들은 이명박으로부터 쇠고기 협상에서 대폭 양보를 얻어냈다.
 
  이명박 정권이 이번 방미에서 국가를 위해 얻어온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자신을 위해서 얻어온 것은 있다. 그것은 바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찍은 동영상이다. 광우병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을 해제해준 대가로 그는 부시와 골프차를 타고 한미동맹을 과시하는 사진을 얻었다. 실제로 방미 직후 그의 지지율은 살짝 올랐었다. 한 마디로 그는 '국민보건'을 위한 장치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자기의 지지율을 챙긴 셈이다. 대중이 분노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쇠고기 시장 내주면서 이명박 정권이 얻으려 했던 게 또 하나 있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북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가 전 정권이 북한과 했던 모든 약속을 부정하고, 북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던 것도 미국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새 미국과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이미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를 밟기로 4.8협정을 맺었다. 한 마디로, 한미공조를 꿈꾸며 갔다가 북미공조의 현실을 본 것이다. 그가 미국에서 부랴부랴 '남북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썰렁한 제안을 내놓은 것은 그 때문이다.(시사IN 2008.04.21)
 
  이 모든 얘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명박은 미국 가서 븅딱질 하고 왔다'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는 과거에 '등신 외교'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닭짓의 가련한 희생자가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 뿐인가? 주변국에 민폐까지 끼쳤다.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이웃나라들도 이명박 정권 때문에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미국에게 덩달아 많이 시달리게 됐다. 이러니 탄핵 얘기가 안 나오겠는가?
 
  탄핵 요구의 정치적 배후
 
  탄핵운동의 정치적 배후는 이미 밝혀져 있다. 경기도의 어느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란다. 얼마나 무서운가? 누차 얘기하지만, 이번 탄핵 사태에 정치적 배후란 없다. 배후가 있다면, 그 동안 쌓이고 쌓였던 대중의 불만이다. 집권한 지 두 달밖에 안 지났는데, 20년은 지난 것 같다는 대중의 피로감. 그것이 쇠고기 사태를 계기로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어느 정치세력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내 경우에도 대운하사업 착수를 계기로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산농가의 생존에 관한 문제였다. 그런데 MBC <PD수첩>을 보고, 대중은 비로소 그것을 자기 자신의 문제로, 자기 아이의 문제로 느끼게 된 것이다. 대중은 불안해한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산 쇠고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들어오는 절차의 허술함에 대한 불안감이다. 하지만 시위 현장에 나온 대중들은 패닉에 빠져 이성을 잃은 군중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축제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안을 정권에 대한 즐거운 야유로 표출하고 있다.
 
  거대한 에너지는 광우병에 대한 과장된 공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이 분노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관제 계몽을 통해 잠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보다 더 큰 것이 협상 테이블에서 이명박 정권이 보여준 한심함에 대한 야유와 분노다. 이 거대한 열기는, 정권의 닭짓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자행되는 보편적 닭짓이라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내 관찰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은 아무 일도 안 할 때 가장 잘 하고 있다. 아무 일도 가장 많이 안 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잠을 자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대통령은 도대체 잠이 없다는 데에 있다. 그가 깨어 있는 시간이 남달리 길다는 데에 대한 불안감. 그것이 저 뜨거운 열기의 정치적 배후다. 썰렁하게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계몽운동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 정부에서 할 일은 일단 사과를 하고, 재협상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 외의 기동은 불필요하다.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 출처 : 프레시안(www.press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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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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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했다고 피곤한가?"

[진중권 칼럼] 좌충우돌 20일을 평가한다

"새 정부가 탄생한 지 20일이 됐는데 내 생각에는 한 6개월쯤 된 것 같다".

대한민국 1%를 섬기는 정부. 겨우 출범 20일 만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대통령 따라 배우기 운동 하느라 새벽잠을 못 자 하루 종일 '어리버리(early bird)'한 증상을 호소한다는 공무원의 처지에 관한 얘기라면, 이해가 간다. 또 출범 20일 만에 한꺼번에 노무현 정권 5년 치의 피로감을 느껴야 하는 불쌍한 국민들의 처지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간다. 대통령과 장관은 도대체 그 동안 뭘 했다고 그렇게 피곤할까?

듣자 하니, "취임식 날 저녁 청와대에 들어갔는데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았고 열흘이 지나도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인수위는 그 동안 뭘 했던가? 오렌지를 '오륀지'로 표기해야 국가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농담할 시간은 있으면서, 정작 청와대 업무의 인수인계를 챙길 시간은 없었단 말인가? 게다가 컴퓨터도 작동 안 했다면서, 청와대에 들어가 제일 먼저 한 일이 기껏 인테리어 바꾸는 공사였던가?

노무현 정권이 청와대에 들어가 e-정부 시스템이라도 구축해 놓은 반면, 이명박 정권은 들어오자마자 테이블 갈고 칸막이 치우는 공사부터 했다는 사실. 또 e-정부 시스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반면, 이명박 정권은 청와대에 들어가 열흘 동안 컴퓨터 사용을 못 했다는 사실. 이는 매우 상징적이다. 그런데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명박 대통령, 혹시… 컴퓨터 전원은 켜셨나요?

보잉 747

연속 7% 성장을 할 거라고 장담하더니, 갑자기 '경제 위기' 운운한다. 그저 집권하는 것만으로도 주가를 3000까지 끌어올리겠다던 슈퍼맨의 출현을, 증시는 1600의 폭락 장세로 환영한다. 어찌 된 일일까? 간단하다. 슈퍼맨이 나타나 경제를 살린다는 믿음 자체가 환상이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어, 한국 혼자서, 그것도 대통령 혼자서 살릴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이명박 정권에 기대감을 갖고 표를 던진 사람들. 그들은 '시장경제 살린다'고 하니 '재래시장 살린다'고 생각해 그에게 표를 던진 시장 할머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게 어디 이 할머니들의 잘못이겠는가? 시장경제 살린다며 사진을 찍으러 재래시장으로 달려가니, 순박한 이들은 당연히 그 말을 그렇게 알아듣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민생 행보'라는 이름의 포토제닉 이벤트가 만들어내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다.

아무튼 멋지게 보잉 747기에 오르려던 승객들. 탑승하려다가 보니, '보잉 747'이 아니다. 한나라투어에서 마련한 탑승기는 동체에 '뼁끼'로 747이라 쓴 쌍발 프로펠러기. 매직으로 'nike'라고 쓴 고무신이라고 할까? 뭘 더 바라겠는가. 싸구려 저가 여행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다. 그저 선진 랜드로 데려다 준다던 이 비행기가 캄보디아 정글에 추락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라는 게 더 현실적일 것이다.

법인세 인하

'MB노믹스'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수사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큰 시장, 작은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최신 유행의 신자유주의 레토릭과, △대통령만 바뀌어도 경제가 성장한다"는 박통시절의 시대착오적 레토릭. 이 두 요소는 원래 서로 잘 안 어울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시장주도의 성장전략, 후자는 정부주도의 성장전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2MB 용량의 두뇌에서라면 이 둘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게다.

신자유주의 전략은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같은 규제 완화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연구는 대체로 법인세 인하가 경제성장률을 제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가령 미국에서 법인세, 소득세 인하는 반짝 효과에 그쳤을 뿐이다. 외려 세수의 감소를 가져와, 의회에서 감세안의 입법을 추진할 경우 세수결손을 충당할 방안까지 덧붙이라는 법안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일본은 법인세, 소득세 낮춰서 재정이 파탄이 나는 바람에 이류국가로 전락한 경우. 일본인들은 감면해준 세금을 저축하는 행태를 보였단다. 우리의 경우에도 그 동안 10% 가령 법인세를 낮춰왔으나 성장률 제고 효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외려 기업들 사이에 빈부격차만 확대했다는 게 정설. 기업들은 세율인하로 획득한 자금을 사내유보금으로 적립하여, 자사주 방어에 사용하곤 했다. 지금 대기업들이 돈이 부족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기사들을 검색해 보라. 법인세 인하가 경제성장률을 제고할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근거는 놀라울 정도로 빈약하다. 그저 '외국에서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게 MB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다. 노무현 정권도 이미 법인세를 2% 낮춘 바 있다. 그런데 그게 성장률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는 없다. 거기서 다시 5%를 낮춘다고 뭐가 달라질까?

출총제 폐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에서 추진하는 출총제 폐지도 마찬가지다. 출총제는 그 동안 이미 상당히 완화되어 있어, 투자 제약 효과랄 게 별로 없단다. 이것은 출총제를 폐지해도 투자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보도에 따르면, 설문조사에서 출총제가 폐지될 경우 투자를 하겠다고 대답한 기업은 고작 1%에 불과했으며, 투자를 검토해보겠다고 한 기업의 수도 11%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의 92%가 현재 출총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 압도적인 반대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중소기업들이 매우 두려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게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이다. 보수언론에서는 대기업이 온 나라를 다 먹여 살린다고 말하나, 실제로 대기업의 고용기여율은 외려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 기술입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기술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애써 기술혁신을 해놓으면, 그 성과는 대기업에서 모조리 가져가는 게 대한민국의 거래 관행이다. 대기업이 아무리 잘 나가도, 그 효과가 전체 경제로 파급되지 못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산업 연관성이 파괴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총제 폐지는 중소기업인이 우려하듯이 이런 비정상을 더 강화하기 쉽다.

MB 정권은 규제란 게 왜 존재하는지 잊은 모양이다. 기업은 사익을 추구하고, 정부는 공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사익의 추구가 공익에 위배되지 않도록 늘 적절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태가 저 지경이 되도록 정부나 지자체는 뭐 했냐?'는 게 늘 언론의 상투적 마무리 멘트가 아니던가? 성과급까지 걸어놓고 규제완화 경쟁을 일으키는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남대문을 불타오르게 할 것이다.

대운하를 위한 삽질

효과는 변변치 않고,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MB 정권 사람들의 두개골에 뇌라는 기관이 담겨 있다면(열어보지 않아서 독자들에게 확인해 드릴 수 없다), 이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정부 주도로 성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대운하 사업이다. '대운하사업을 민간 자본을 유치해 하겠다'는 개그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정부주도의 성장이라는 서로 모순되는 요소를 억지로 결합해 놓은 것이다.

그래도 노무현 정권은 욕을 먹어가면서 인위적 경기부양은 삼갔다. 김대중 정권 시절에 일어난 카드 대란처럼 그 부작용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도덕적 타락에도 불구하고 오직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 하나로 당선된 정권은 처지가 다르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경기'를 '경제'로 착각하는 생각은 이런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2%나 상회하는 성장. 이는 '뽕'을 맞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뽕이 대운하 사업이다. 하지만 약물 투입으로 성적을 올린들, 몸이 망가지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냥 땅을 팠다가 다시 묻는 삽질로도 건설 경기는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대운하는 생태와 환경을 망가뜨리고, 그것을 복구하는 데에는 천문학적 액수의 비용이 든다. 그러니 운하보다는 그냥 땅을 팠다가 다시 묻는 사업 쪽이 차라리 더 경제적이다.

물류혁명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관광혁명이란다. 제 돈 내고 3시간 동안 24㎞짜리 터널에 들어갔다가 나와 LG 창업주 생가, 박정희 생가를 들러볼 '또라이'들이 한국에만 100만 명, 중국에 1000만 명이라고 한다.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이런 관광객들을 위해라면, 차라리 서울시와 협조 하에 맨홀 뚜껑 열고 들어가는, 24km짜리 서울시 하수구 탐방 코스를 관광 상품으로 내놓는 게 낫지 않을까?

만인의 웃음거리가 되자, 이번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를 슬쩍 빼겠다고 한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겠단다. 자기들이 말하는 경제 살리기의 핵심이 대운하 사업이 아니던가? 자기들이 말하는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영어 몰입 교육 아니던가? 그런데 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총선에서 정작 핵심 공약을 빼버린다. 한 마디로 일단 다수당이 된 다음, 그 여세를 몰아 곧바로 대운하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포토제닉의 전시행정

사실 대통령도 답답할 것이다. 경제 살린다는 구호로 당선은 됐는데, 경제를 살릴 뾰족한 수는 없고.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는 유인촌 주연의 드라마에서 나온 허구일 뿐이다. 현실은 허구와 다르다. 사실 그는 진짜로 경제를 살리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다 보니 경제 살리는 시늉을 하는 데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으로 구축된 이미지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니,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동일한 방법으로 할 수밖에 없다.

당선인 시절 그는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뽑았다. 이 이벤트는 물론 '전 정권의 무능'과 '새 정권의 효율'을 강조하는 시각적 상징으로, 당시에는 제법 설득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가 사진을 찍고 지나간 그 자리에 무엇이 남았던가? 전봇대를 불평하던 그 트럭들이 과적으로 마구 망가뜨린 도로가 남았다. 물론 그것을 보수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해야 할 일이다.

사관학교 행사에서는 연단을 없애더니, 청와대에 들어와서는 탁자를 원탁으로 바꾸고, 칸막이를 없애 버렸다. 이 격식파괴는 언뜻 노무현식 권위주의 해체로 보이나, 본질은 전혀 다르다. 모든 일에 일일이 참견하고 간섭하는 것은 그가 타인의 능력을 못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식 격식 파괴의 악센트는 '실용'에 가 있다. 즉 자신이 정치적 형식주의를 기업적 실용주의로 바꾸어 놓고 있다는 메시지다.

아침 일찍 출근해 샌드위치 먹는 것도 같은 맥락.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이나, 저녁형 인간이나 능력과 성과에는 아무 차이가 없단다. 괜히 대통령 따라해야 하는 장관 따라 해야 하는 국장 따라해야 하는 과장 따라 해야 하는 말단 공무원들이 안 됐다. 그는 하루 4시간 자는 능력을 과시하는데, 본디 '잠'이란 뇌가 휴식하는 현상,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사는 이는 하루 네 시간 잠만으로 충분할 게다.

북조선식 현장 정치

이 모든 포토제닉 이벤트는 결국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겨 당선이 되었으나, 경제를 살리는 데 쓸 수단은 한정되어 있다. 국민들의 불만이 늘어갈수록, 그는 더욱 더 그것을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시각적 이벤트에 집착할 것이다. 기업을 향해서는 VIP룸의 개방, 핫라인의 개설, 서민을 향해서는 현장 방문의 이벤트를 강화할 것이다.

이명박의 리더십이 북조선을 닮았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는 손수 '새벽별 보기 운동'을 실천하며, 공무원들에게 '천 삽 뜨고 허리 한 번 펴기 운동'을 주문한다. 현장에 강림하여 인민을 감동시키는 것(노무현의 경우, 괜히 민폐나 끼친다고 현장 방문을 되도록 삼갔다.), 현장을 방문해 사소한 것에까지 시시콜콜 교시를 내리는 것, 주변을 자기 심복으로만 채우는 것도 영락없이 수령 동지의 스타일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아마도 그의 의식이 수령 동지의 의식과 비슷하기 때문일 게다. 북조선에서 수령은 뇌수, 인민은 수족으로 여겨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식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조선에서 온 인민이 수령 덕에 살아가듯이, 그도 남조선 인민의 살 길은 오로지 자신만이 개척할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그의 일인독재 스타일은 도취에 가까운 자기환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전망(prospect)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눈은 과거로 돌아가기(retrospect) 마련이다. 미래를 향해 기획(project)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제 꿈을 과거로 거꾸로 던질(retroject) 수밖에 없다. MB의 통치 스타일은 남조선의 박정희와, 북조선의 김일성이 경쟁을 하던 시절에나 통하던 것. 이 과도한 시대착오가 <조선일보> 눈에도 우습게 보였던 모양이다. 대통령에게 좀 더 큰 것에 관심을 가지라고 주문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카리스마, 다른 한편으로는 '큰 시장, 작은 정부'라는 신자유주의 이념. 양자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작은' 정부로 어떻게 '큰' 시장을 살린단 말인가? 그것은 '동그란 삼각형'과 같은 형용모순이다. 이명박 정권의 자가당착, 자기모순, 좌충우돌은 바로 이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원칙과 철학 없이 우왕좌왕하는 행태는 앞으로 5년간 계속 반복될 것이다.

최근의 예를 들어 보자. 그는 영어 교육의 강화를 위해 더 많은 교사를 확보하여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며칠 전에는 화성을 방문하여 '살인의 추억'이 있는 그곳에 경찰서가 없어서야 말이 되냐며, 다른 것은 몰라도 경찰 인력만은 늘리겠다고 말한다. 문제는 경찰과 교사는 공무원이라는 사실. 전 정권에서 공무원을 6만 명이나 증원했다고 비난했던 게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전 정권에서 늘린 공무원의 압도적 다수는 교사와 경찰이었다.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 출처 :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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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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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이 입을 열기 시작한다.
물론 이전 정권도 맘에 안들어 가끔 그 특유의 독설을 내뱉었지만,
지금의 2MB 정권하에서 진중권은 물만난 고기다
진정 기대가 된다.
그의 독설이 5년간 유일한 위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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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오늘 인터뷰 전문 방송





< 주요 발언 >

" 좌파 척결?- 공천에서 미끄러진 사람들 달래기 위해 밥그릇 챙겨주겠다는 것 아니냐?"

" 지난 번 장관 후보자라고 내놓은 사람들 보지 않았나?, 청문회도 없이 낙하산 타고 줄줄 내려올 기관장 상태가 어떨 지 보지 않아도 뻔해"

"문화계에도 정치인과 직결된 인생들이 있다. 이명박-유인촌, 정몽준-김흥국이다. 문성근, 명계남은 그래도 공직은 맡지 않았다"

" 문화가 무슨 70년대 레코드판에 강제로 끼워놓던 건전가요인가?, MB 코드 맞는 이은하 데려다가 대운하 찬가 부르는 것이 한 나라의 문화 꼴인가?"

"국제 영화제를 휩쓴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정치적으로 좌파다, 칸에서 대상받은 이창동 감독도 MB 코드로 보면 역시 좌파다.., 이런 경향들 다 솎아내고 뭐 하겠다는 것인가?"

" 전원일기 최회장댁 둘 째 아들이(유인촌)  문화계 계엄사령관 노릇이나 하고 일용엄니가 얼마나 기가막히겠나?'

" 지금이 무슨 60년대 북조선인가?, 새벽별 보기 운동이나 하고 있게..몸굴릴 생각말고 머리 굴려라"

" 차라리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씨의 마리아네뜨, 최시중씨가 뒤에서 다 조종"



***************** < 진중권 교수 인터뷰 전문 > ******************

 

- 진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네. 안녕하십니까?

 

 

 

-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전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 자진사퇴하라,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원색적 표현으로 김대중, 노무현 추종세력들 각계 요직에 남아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뭐, 어이가 없죠. 노무현 정권 때는 대통령은 코드정치를 하면 안된다고 하던 분들이 이명박 정권에서는 대통령은 코드정치를 해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 아닙니까? A=not A 이건 논리학에 모순윤리반인데요. 예를 들어서 제가 저는 진중권이면서 진중권이 아닙니다라고 하면 저보고 미쳤다고 하시겠죠. 마찬가지로 대통령은 코드정치를 하면 안되면서 동시에 코드정치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거든요. 그 정신이 성한 분들이라고 할 수 없겠죠. 지금 세금으로 봉급 주고 세비 줬더니 지금 기껏 한다는 개혁이 모순윤리학파에서 논리학을 개혁을 하고 계십니다. 이 분들이. 세계철학계에 길이 빛날 업적을 남겼는데요, 저 분들 저러는 데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국정 엉망이죠. 뭐. 7% 성장한다더니 뭐 목표치 슬금슬금 내려대고 또 몰입교육으로 공교육 강화한다면서 잔뜩 사교육비 시장만 달궈놓고 또 서민을 위한다더니 집값이나 올려놓고 그러다 지금 지지율 급속히 떨어지니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렇게 나오는 겁니다. 지금.

 

 

 

- 안 대표 발언의 논리는 이런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대선을 통해서 국민들이 좌파정권 심판했으니까 좌파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 자진사퇴해야 한다. 대선에서 심판 받은 거 아니냐. 이게 좌파정권 청산으로까지 이어가야 한다, 이런 의미로까지도 해석됩니다만 지금 이런 논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일단 국민들을 가오리과 물고기의 생식기관 정도로 아시나 본데요. 지금 저 분들 지지도 떨어지는 원인이 뭡니까? 내각도 제대로 못 꾸리는 그 무능함 때문 아닙니까? 그리고 우스운 게 국무회의할 때는 좌파정권에서 임명한 장관들 잘들 꿔서 하던 분들이 정치색 희박한 기관장들 임기 남았는데 물러나라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장관 꿔 달라고 애걸할 때는 왜 색깔 안 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개혁 발목 잡는 빨갱이 장관들인데요. 이 분들 지금 총선 때문에 그러는 거거든요. 지지도가 떨어지고 총선은 다가오니까 다급해진 거죠.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재미봤던 낡은 레퍼토리가 정권 심판론이라는 건데 그거 다시 한 번 리사이클링 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실 생각해 보십시오. 정권 인수한 지 며칠 됐습니까? 지금 인수위는 그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청와대 업무도 제대로 인수 받지 못해서 지금 헤매고 있답니다. 거기서. 그런데 어느 새 기관장들하고 갈등까지 일으켰나요? 그럴 틈이 있었나요? 그리고 장관들도 지금 임명장 받은 지 며칠 됐습니까? 자기 업무 파악하기도 힘든 시간인데 그 어느 새 기관장들하고 저항까지, 기관장들하고 갈등까지 합니까? 그러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죠. 그래서 지금 여당 원내총무가 뜨고 주도해 그 뒤에 두 장관이 같이 뜨는 겁니다. 뒤에는 청와대가 있고요. 그래서 이 분들 지금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 업무도 파악하기도 바쁜 시간에 참 한가들 하세요.

 

 

- 지금 임기가 남아있는 기관장들, 짧은 분은 한 서너 달 되지만 긴 분은 1년 이상 남아있습니다. 그 가운데 KBS사장 같은 경우는 최우선 퇴진추진대상인물로 보이는데 한나라당 쪽 입장에서 보면. 임기가 굉장히 많이 남았습니다. 내년 11월까지입니다. 이런 기관장들 거취,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 법에 나와 있는대로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법은 지키라고 만든 거 아닙니까? 그 법 만드는 것도 자기들이 만들었을 텐데요. 기관장들 임기제가 왜 도입됐는지 생각해 보죠. 선거 끝나면 늘 낙하산 인사를 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능력있는 분들이 아니라 머리 텅텅 비고 충성심만 가득찬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기관장으로 오는 거죠. 그래서 그 폐해를 막으려고 도입한 게 임기제입니다. 능력 위주로 선발하고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자, 이런 취지로 도입한 게 임기제인데 한나라당에서 지금 그걸 무력화하겠다는 겁니다. 왜 그러겠습니까? 낙하산 인사 하겠다는 겁니다. 지금 한나라당 공천 잡음 시끄럽죠. 거기서 미끄러진 사람들 챙기려면 밥그릇 챙겨줘야 하는데 그 공신들 한 자리씩 나눠줘야 하는데 지금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다는 거에요. 지금. 그래서 곤란하다는 거죠. 한 마디로 MB완장 차고 버스에 올라타서 먼저 앉은 승객들한테 정권 바뀌었으니까 자리 비켜, 지금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문제는 지금 그 임기 남은 분들 쫓아내고 도대체 그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는 건데 장관 후보라고 내놓은 사람들 보셨죠? 그게 고르고 골라서 내놓은 분들인데 상태가 어떻던가요? 맛이 많이 가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청문회도 없이 낙하산 타고 줄줄이 내려올 분들 상태가 어떤지 굳이 이거 말할 필요 없을 겁니다. 아마.

 

 

 

- 지금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까지 나섰습니다. 문화예술계 단체장들 사퇴하라, 논리가 이런 겁니다. 나름의 철학과 이념, 자기의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새 정권 들어섰는데도 자리 지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뒤집는 거 아니냐, 이런 논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 유인촌 장관은 MB처럼 MB이념, MB스타일, MB적 개성을 가지고 살아오셨겠지만 다른 예술인들은 대부분 정치적 코드와 관계없이 삽니다. 정치인과 직결된 인생들이 있어요. 문화계에도.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장관, 정몽준 의원과 김흥국 정도인데요. 문성근, 명계남 씨도 있었지만 이 분들이야 전 정권에서 공직을 맡진 않았지 않습니까? 이 분이 지금 기관장 자리를 아주 당연하게 정치투쟁의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권 바뀌었으니까 물러나라, 이렇게 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정권이 바뀌면 문화도 바뀌어야 된다, 또 MB가 대통령이 됐으니 이제 문화계도 MB이념, MB철학, MB스타일, MB개성, 한 마디로 MB코드를 가진 사람으로 다 바꿔야 된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무슨 문화가 70년대 레코드판에 강제로 끼워넣던 건전가요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요. 이렇게 문화에까지 색깔론을 들이대면 문화가 황폐해집니다. 그래서 한국영화를 예로 들어보면 국제영화제를 휩쓴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정치적으로는 좌파입니다. 칸에서 대상 받은 이창동 감독, MB코드로 보면 역시 좌파겠죠. 문화계에서 이런 경향들 다 솎아내고 뭐 하겠다는 겁니까? 그래서 MB코드에 맞는 이은하 씨 데려다가 대운하 찬가나 부르게 할 겁니까? 그게 문화꼴입니까? 한나라당의? 지금 보세요. 내각은 고소영, 강부자 라인, 사정라인은 TK고요, 방통위원장은 자기 멘토인 최시중 씨, 공천과 경찰청장 인사는 측근인 이재오하고 형님인 이상득한테 맡기고 거의 이 정도면 일인 독재 수준 아닙니까? 이것도 모자라서 문화계까지 MB코드로 도배질하겠다는 겁니다. 지금. 그래서 전원일기던가요? 최 회장댁 둘째 아드님이 지금 문화계에서 계엄사령관 노릇 하는 걸 보면 일용엄니가 얼마나 기가 막히겠습니까? 정말.

 

 

 

- 지금 한나라당 공천 관련해서도 갈등이 정점에 이르는 것 같아서 하나 질문 드려보겠습니다. 특히 어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침묵을 깨고 직접 나서서 아주 강한 불만 표출했는데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군요. 기준없는 공천이다, 잘못 된 공천을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 기가 막히다, 이렇게까지도 이야기했습니다만 이런 한나라당의 공천과정, 갈등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그것은 밥그릇 싸움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내에서도 MB의 독식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참 실용이라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이념보다는 실용을 내세운다라고 하는데 지금 이 분들의 실용을 잘 들어보면 땅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한 분들을 장관에 올려놓는 그 원리가 변명이 실용이었습니다. 그래 놓고는 이제는 능력이나 도덕성도 없는 것도 아니고 중립성 어긴 일도 없는 사람들을 자기 코드랑 안 맞는다고 임기도 채우지 말고 물러나라는 거 아닙니까? 그게 이명박식 실용인데요. 무슨 실용이냐 하면 경제 살리기 실용이 아니라 권력 주변에 온통 자기 사람 심는 실용입니다. 그래서 공무원들도 머슴이라고 부르는데 그게 어디 국민 머슴입니까? 자기 머슴이지. 이런 분이니까 당내에서 오죽 하겠습니까? 공천갈등도 좀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이 승리했다고 자기들이 완전히 독점을 해 버리는 거죠.

 

 

- 한나라당의 이재웅 의원이 어제 이런 주장을 하더군요. 그러면 과거에서 임명된 정연주 사장은 전문성이 있느냐, 그러니까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에 대해서 비판이 나오니까 정연주 사장은 전문성이 있느냐, 또 방송문화진흥재단의 이옥경 이사장은 전문성이 있느냐, 이 양반은 이미경 문화관광부 위원장의 언니인데 이런 사람은 그러면 과연 전문성이 있느냐, 이렇게 반박을 하고 나오는데 그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최시중 씨는 지금 전문성도 문제지만 전문성보다도 더 중요한 게 멘토라는 거 아닙니까? 이명박 씨의 대리인입니다. 이 사람이 거의. 거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사람이거든요. 그 사람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힌다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닙니까? 은근슬쩍 말을 바꾸는 거거든요. 최시중 씨한테 계속 문제가 됐던 것은 전문성 문제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이명박 씨의 분신과 다름없는 멘토로서 모든 정치적 충고를 다 해 줬던 그야말로 이명박씨의 뒤에 숨어있는, 차라리 이명박씨가 마리와네뜨와 다름없는 거죠. 그걸 움직였던 건 그 사람이었거든요. 그게 문제인데 지금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거죠. 지금. 국민 알기를 자기들 아이큐 밑으로 보나봐요.

 

 

 

- 그리고 우리 진중권 교수 계획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가칭 진보신당 창당대회 예정돼 있는 것 같은데 진 교수께서도 어느 정도 역할을 맡으실 계획이십니까?

 

▶ 저야 뭐 역할이라는 게 당비 내고 당원 가입해서 당비 내고 그 다음에 선거 때 돈 필요하면 조금 보내주고 글이 필요하다면 글 좀 써주고 그 정도죠. 원고나 써 주고 그 정도지 거기에서 뭘 더 합니까?

 

 

 

- 당직 아니면 자문직이라고 직책은 그럼 가지지 않습니까? 본격적인 것은?

 

▶ 네. 저희는 그런 것 없습니다. 보통 사람 정치에 관여하는 거거든요. 누구처럼 누구 맨이 돼 가지고 공직 꿰 차고 그런 건 관심 없고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이게 지금 나라 꼴이 한 마디로 개판 아닙니까? 미국 민주당 선거구에 그런 게 있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지금 경제 살리기 해야 할 분들이 지금 이상한 거 떡고물 챙기는 거거든요. 지금. 그리고 지금 하는 거 보면 답답해 죽겠는데 지금이 무슨 60년대 북조선입니까? 새벽별 보기 운동이나 하고 앉았고. 그러니까 몸 굴릴 생각하지 말고 머리를 좀 썼으면 하고요. 청와대 인테리어까지 다 일일이 간섭하고 있는데 가끔은 이게 대통령인지 공사판 감독인지 헷갈립니다. 휴일에는 푹 쉬시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좀 하셨으면 하고요. 기껏 한다는 생각이 맨날 세금 깎고 규제 풀고 운하 팔고. 이런 구태의연한 발상만 반복하는데요. 좀 푹 쉬시면서 미래산업 비전 같은 거 이런 거 좀 내놓는 거 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뭐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 진중권 중앙대 교수 오늘 나와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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