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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1월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전문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솔직하면서도 과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밤 전국에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사과했다. 대다수 국민과 야당이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일축했다. G20 회의와 국격(國格)을 얘기할 때는 도도한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사과는 솔직했지만 아쉽게도 신뢰가 담보되진 않았다. 그의 사과에서는 국가의 균형발전에 대한 고뇌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 더욱이 국민들에게는, 한 번으로는 위기를 모면할 수 없을 것 같아 두 번 고개를 숙이고도 촛불시위를 때려잡고 촛불여론에 재갈을 물린 면종복배(面從腹背)의 아픈 상처가 남아있다.


이 대통령은 2시간 동안의 '대화'에서 40분을 세종시에 할애했다. 대선 과정에서 세종시 원안에 찬성했던 것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유혹을 떨치지 못해 생긴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애초 취지이며 국가 발전의 큰 방향인 '균형발전'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세종시 문제를 오로지 행정의 효율성과 도시 자족성의 문제로 축소했다. 그에게서 정부 행정의 효율성보다 국가균형발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상대방(국민과 야당)과 소통하거나 이해를 구하려는 자세는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돌성과 기만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는 세종시 문제를 논외로 두기로 하자. 이 대통령은 정부가 연내에 마련할 세종시 수정안을 보고도 원안이 더 낫겠다 싶으면 그때 가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 또한 발등에 떨어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시간 벌기'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또 한 번 속는 셈치고 수정대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믿기로 하자.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 전 국민 앞에서 한 부탁이고, 세종시 문제는 어차피 수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해결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그의 기본 인식이다. 그는 고개를 숙인다고 숙였지만 이번에도 면종복배의 꼬리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이 대통령은 대화의 전반부에서는 부끄럽고 후회스럽다는 말을 써가며 고개를 숙였지만 질문이 4대강 사업으로 넘어가자 고개를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는 "운하는 다음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하고 나는 4대강을 하겠다"고 말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 살리기'라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저돌성과 기만성이다. 그는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런 거 들고 다니는 거 싫은데 (답답해서) 들고 나왔다"며 난데없이 문건 하나를 방송카메라에 비추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항변했다.


"(사회자와 패널이) 20조(실제로는 22조원)를 들여 이걸(4대강 사업) 한다고 말했는데 김대중 정권 때 2002년도에 루사 태풍이 불었다. 그때 200명 가까이 죽었고 피해가 5조원이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에서 총리실 주관으로 범정부적 수해대책 보고서를 만들었다. 2004년에 공사를 시작해 43조원을 들여서 강을 살려야 한다는 계획서를 만든 게 보고서로 있다.


노무현 정권 들어와 에위니아 태풍을 만났다. 그때도 사람이 60~70명 죽었고 2~3조원 피해 봤다. 매년 이러니까 평소에도 강을 정비하기 위해 4~5조씩 돈을 투입한다. 그럼에도 매년 홍수 나니까 노무현 정부가 종합계획으로 2007년부터 10년 안에 87조를 들여 공사하려고 했다. 정부 전 부처가 참여해 '신국가 방재시스템 구축방안' 87조원짜리를 만들었다. 제가 지금 20조를 들여 (4대강 사업을) 하겠다는 게 문제가 아니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이분들은 (전 정부에서) 43조원과 87조원을 들여 해야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한 MB의 문건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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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에 들고 나온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2007. 5. 15 국무회의 보고자료).
ⓒ 오마이뉴스 자료
대통령과의대화

방송카메라에 비친 문건은, 그가 말한 대로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이라는 제목의 노무현 정부 때 만든 국무회의 보고자료였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말이 귓전을 울렸다. 오죽 억울했으면 이 대통령 자신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훼한 지난 정부에서 마련한 보고서까지 들고 나와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볼멘소리를 할까 싶었다. 이 대통령의 항변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그는 충분히 억울할 법했다. 그래도 뭔가 미심쩍었다.


그래서 63쪽짜리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2007. 5. 15 국무회의 보고자료)과 소방방재청이 2007년 7월에 펴낸 750쪽짜리 <신국가방재시스템 백서>까지 찾아서 꼼꼼히 읽어봤다. 그리고 눈과 귀를 의심했다. 이 대통령의 입에서 들었던 것과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에서 본 것은 너무 달랐다. 조목조목 따져보자.


우선 김대중 정부가 마련한 '범정부적 수해방지대책'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9년 동안 42조7900억원을 들여 전국 하천 유역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치수계획이다. 연간으로 계산한 사업비는 4조7544억원이다. 이에 비해 3년 동안 22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4대강 사업의 연간 사업비는 7조4000억원이다. 두 사업을 단순 비교해도 4대강 사업의 연간 사업비가 2조6456억원이나 더 많이 들어간다.


노무현 정부가 마련한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87조3800억원을 들여 137개 실천과제를 수행하는 재난방지 시스템 구축계획이다. 연간 사업비를 단순비교하면 8조7380억원으로 4대강 연간 사업비(7조4000억원)보다 1조3380억원이 더 많다. 그런데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은 현행 국가방재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재난방지 마스터플랜이다. 국가하천 정비 및 유지비에 책정된 것은 16조원 안팎으로 4대강 사업 예산(22조) 규모보다 적다.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의 방재사업 예산 수요 및 투자 실태(국무회의 보고자료 5쪽)를 보면, 건교부 등 7개 부처 방재사업 수요(2007~2016)는 총 87조3,801억원으로 이를 ▲국토보전 35조4010억원(41%) ▲재해경감 48조6423억원(56%) ▲방재연구 1조9951억원(2%) ▲대응 및 복구 1조3417억원(1%)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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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공개한 '국무회의 보고자료'는 4대강 사업과는 정반대로 지방2급하천 및 소하천의 정비율 저조에 따른 홍수 피해의 증가를 강조하고 있다.
ⓒ 김당
대통령과의대화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은 4대강 사업과 차원이 다르다


또 같은 보고자료의 '방재분야 예방투자 실태 및 문제점'(8쪽)을 보면, 하천 정비율을 △국가(하천) 97% △지방1급(하천) 93% △지방2급(하천) 78% △소하천 36%로 적시하면서, ▲주요 방재시설 인프라 부족 및 노후화 등으로 재해위험성 증가 ▲지방2급하천 및 소하천의 정비율 저조로 홍수피해의 대부분 차지 등을 지적하고 있다.


또 보고자료 9쪽에서는 '지방관리시설에 대한 예방투자 미흡'을 지적하면서 "매년 지방관리시설 피해복구비는 국가시설의 3.1배인데 지방관리시설의 예방사업 투자는 국가시설의 0.7배로 예방투자의 상대적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적시했다. 해마다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홍수 피해가 집중돼 피해를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국가시설 피해 복구비의 3.1배나 되는데 정작 지방관리시설에 대한 예방사업 투자는 국가시설의 70%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보고자료의 '실질적 예방 위주 방재사업 구조로 개편'(10쪽)을 보면, '재해유발 고위험 시설 예방투자 집중 관리'를 지적하며 "지방2급하천 및 소하천 정비, 사방댐 설치, 노후저수지 정비 등에 대한 집중투자 대책 강구"를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은 4대강(국가하천) 정비에 국한된 4대강 사업과는 재해원인에 대한 진단과 철학에서 차원이 다른 것이다.


실제 홍수 피해 현황을 보면 국가하천은 평균 3.6%인 데 반해, 지방하천은 55%, 소하천은 40%에 달한다. 그러니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에서 국가 재정을 홍수피해가 집중된 지방2급하천 및 소하천 정비(약 20조원의 지방관리 취약시설)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홍수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은 도외시하고 97%의 정비가 끝난 4대강의 본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은 기존의 제방과 시설물 중심의 치수정책의 한계를 직시하고 제방과 구조물 중심의 홍수대책으로는 홍수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그래서 홍수를 하천의 일부로 인정하는 개념을 도입해 비구조물적 홍수 방어대책, 홍수량 할당제 등을 제시했다. 이는 강바닥을 파헤치고 보를 만들고 둑을 높여 홍수를 예방하려는 4대강 정비 사업과는 발상부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상습 수해지역의 경우 구조물을 높여 홍수를 막는 것보다 차라리 주변지역을 매입해 홍수터로 관리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면서도 항구적인 홍수 방어대책이라는 것이다. 홍수량 할당제는 상류에서 물을 무조건 하류로 보내면 하류지역에서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므로 홍수터, 저류지 등을 통해 홍수를 상류와 하류가 골고루 분담하면서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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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가방재시스템 백서>(696쪽)는 해마다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홍수 피해가 집중돼 피해를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국가시설 피해 복구보다 3.1배나 되는데 정작 지방관리시설에 대한 예방사업 투자는 국가시설의 70%밖에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 김당
대통령과의대화

11월 27일 '대국민 사기극'은 대통령이 직접 준비한 것?


이처럼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과는 정반대의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재해원인에 대한 진단과 철학부터 차원이 다르니 두 사업(계획)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비교가 불가능한 문건을 국민 앞에 들이대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항변한 것이다.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홍수 피해를 예방하려면 4대강이 아닌 전국의 지방하천에 예방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상식을 가진 사람이 국무회의 보고자료와 백서를 보면, 홍수 예방을 위해서는 4대강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정반대로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반대론자를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몰아붙이는 수단으로 이 문건을 활용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식의 전복이다. 그는 국민 앞에서 손가락으로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세종시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한편, 4대강 사업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펼친 셈이다.


'대국민 사기극' 다음날, 청와대 홍보라인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설명하면서 이전 정부의 수해방지대책 자료를 손에 쥔 채 구체적인 수치 등을 제시했는데 이는 직접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 '대국민 사기극'의 책임을 참모에게 돌릴 수도 없게 되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아동 성폭력 대책과 관련, "초범으로 반성하는 게 아니고 재범을 하게 되니까 아동 성범죄자는 평생 격리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도 있지만, '한번 배신한 사람은 또 다시 배신한다'고 한다. '면종복배' 하고서도 또다시 '대국민 사기극'을 펼친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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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1월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시민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청와대
대통령과의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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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단하십니다.
참모들을 믿지 못하고 손수 준비하시는 저 열정!!!!!!!!
조또 무식한 우리 백성들이 1/10 이라도 따라갈 수 있어야 될텐데 말입니다.
그러면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로만도 먹구 살수 있을텐데요
음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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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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