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보면 누가 말했는지 상상이 가는가?
혹시 최근 KBS 미수다의 제작진에게 낚인 홍대녀가 얘기한 걸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이제 말을 갓 배운 어린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저말은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한 말이다.
그래도 청와대 그 퍼런색 지붕에 사는 애덜 중에 그래도 박수석이 그나마 좀 낫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쓰레기였다
아무리 잘한 점이 없어도 그렇지 저따위 말을 하다니
차라리 "지금까지 자랑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만,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했으면
최소한 양심은 있는 사람은 되었을텐데
빙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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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실 국정감사. 예상대로 세종시 수정 논란과 4대강 사업 등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여당에서조차 친박, 친이계로 나뉘어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에 대해 정정길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세종시 문제를 다루려는 것"이라며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밝혔고, 박형준 정무수석은 원안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세종시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여야 의원들의 비판에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대통령실 사람들을 보면서 '아, 어떻게든 밀어부치려고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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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대통령실장이 12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런 소모전에 지쳤는지 안상수 운영위원장 대신 회의 사회를 보던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기발한' 질의를 하더군요.

김 의원은 오전 질의가 다 끝날 때쯤 한 가지 물어보겠다고 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지난 정부에 비해서 현 정부의 청와대 대통령실이 '아, 정말 이런 점은 지난 정부에 비해서 국민들한테 내세울 만큼 잘한 점이 있다'라고 하면 어떤 게 있습니까?"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국민들을 대신해 대통령실의 감사를 진행하는 국회의원이 '대통령실 띄우기'에 나선 겁니다. 아무리 여당 의원이라도 그렇지 국감장에서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보다 잘 한 것 좀 얘기하라는 건 때와 장소에 맞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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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를 듣고 있던 야당 간사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그걸 질의라고 한 거냐"고 외쳤고 다른 야당 의원들고 항의했습니다. 반면, 예상하지 못한 김 의원의 물음에 비서진들은 웃음을 보였습니다.

소란스러워진 분위기에도 김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고 반말로 질문 취지를 설명하더군요.

"그거 질의야, 국민들한테 대통령실이 정권이 바뀌고 난 다음에 잘 하고 있는 게 있으면 말해보세요. 너무 다들 여야 의원들이 너무 날카롭게 추궁해서 조금 대통령실의 사기를 높힐 겸 해서..."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보다 뭘 더 잘하고 있을까요. 답변이 더 재밌었습니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례를 몇 가지 사례를 들겠다"면서 아래와 같이 '잘하고 있는 점'을 말했습니다.

"행정관들은 새벽 5시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졌다. 첫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행정관들이 많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서 이면지를 적극 활용한다든지 자동차 대신에 대중교통 이용하고, 친환경 경차 사용한다든지 쌀이 남아돌면 다른 술 대신에 막걸리를 마시고 쌀국수를 먹고 피가 모자라면 헌혈을 하고 날씨가 추워지면 내복을 입고..."

뭐, 신파도 아니고, 참 눈물겨운 대통령실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여정부보다 잘한 게 없어서 이런 답변을 했을까요. 예산 아끼려고 이면지를 쓰고, 쌀 소비를 위해 막걸리를 마시고, 헌혈도 하고, 내복도 입고...

4대강에 혈세 22조를 쏟아부으면서 이면지를 아무리 써봐야 별 소용이 없습니다. 대통령비서실에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닙니다.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대통령에게 국민들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게 비서진의 할 일입니다.

세종시 수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를 대통령에게 들려주십시오. 그게 잘 하는 일입니다.


박재완 수석도 멋쩍었는지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정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 말씀을 드리고 나니까 쑥쓰럽기는 하지만, 잘 하라는 질책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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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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